'왜 이렇게 복잡하지?'
주말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평안함. 하늘이라는 캔버스에 나뭇잎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장면이 아름답다. 나뭇잎도 자기들만의 질서가 있는 듯하다. 아무렇게나 나온 듯하지만 나름 다채로운 모양을 보면 자연의 섭리에 대한 경외심에 열었던 입도 다물어진다. 하늘, 바람, 나무 등 자연을 느끼다 시선을 거실로 갖고 와 보니 복잡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림, 등, 테이블, 의자, 카펫 그리고 작은 오브제 들까지 한때는 마음을 빼앗겨 닦고 매만지던 소중한 물건 들이다. 하지만 그것 들의 존재는 그들이 없는 여백의 공간보다 아름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유에서 오는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면 내 가슴에서 뛰는 심장 하나면 족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스친다. 공간의 여백을 넘어서 생각의 여백, 마음의 여백 그리고 지식의 여백. 물건을 더 갖지 않아도, 사람들의 인정을 더 받지 않아도, 지식을 더 담으려 하지 않아도 여백으로 남겨진 빈자리의 힘을 깨닫는다면 더 여유로운 행복이 올터인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마음에 여백이 넉넉한 사람은 언제든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머릿속 지식은 다른 이의 지식과 부딪힐 염려가 많으니 꽉 찬 머리보다는 적당한 여백이 필요할 것 같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는 것도 지식의 역할이라기보다는 여백의 작용일 것이다. 그리고 자기 심장이 본인 가슴에서 뛰고 있다는 걸 진심으로 느낀다면 굳이 남에게 인정을 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잘난척하던 습관도 스멀스멀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
채우는 일에 그토록 매달린 이유가 뭘까?
아마도 내게 있는 이 뜨거운 심장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나 보다. 심장의 뜨거움이 ‘나’이고 그 열정은 모든 것을 녹이고 품을 수 있는데 왜 어떤 소유물이, 지식이, 타이틀이 필요했단 말인가. 물론 지금도 그들과 그것 들은 나와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내 심장은 더 이상 소유하고 싶은 물건을 보고 뛰지 않을뿐더러 누군가의 기대와 필요에 맞추려 반응하지 않는다. 오늘도 지나가는 바람에게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