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진짜 나는 어디에?

by culturing me

모든 사람에게는 이름이 있다. 진짜 이름을 실명이라고 한다. 허명은 가짜 이름이다. 그런데 '허명'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허명이란 '헛된 명성 (false reputation)'을 말하는데 어떤 이는 본인 자신조차도 허명이 자신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허명에 취해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자기가 보이고 싶은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그럴듯한 '간판'을 필요로 한다. 이는 직업일 수도 있고, 특이한 경력일 수도 있고, 자신을 대변해줄 부모나 배우자 혹은 자식의 위치를 내세울 수도 있다. 본인이라는 확인은 실명으로만 인증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정체성은 살아온 인생역정과 자기 철학을 통해 인격을 갈고닦으며 스스로를 형성해 가야 하는데 허명 뒤에 숨에서 허상의 인물을 흉내 내며 산다고 상상해 보자.


자기 존재를 드러내면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괴로워하면서도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부끼리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못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로 인해 불행이 느껴져도 스스로 박차고 나올 용기가 없다. 자기가 아닌 다른 것들에서 정체성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학벌, 경제력, 그리고 좋은 직업을 가진 배우자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자기는 누군지 상관없고, 자기를 대변해줄 요소들을 필요로 하고 심지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

하지만 허명으로 아무리 열심히 살아봐야 소용없다. 사람의 기질,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토양이 바뀌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기를 알고 그에 맞게 살 때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그에 따른 즐거움이 행동에 묻어나면 허상과 허명에 의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마음에서 올라오는 불안함을 다스려보려 애를 쓰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본인의 자리에서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성공, 사회적 위치, 권력, 학업 정도 등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 된다면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고 신기루가 사라지는 날 이는 한여름 밤의 '일장춘몽' 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