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동물애호가’ 일까?

성숙한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고 보호할 줄 안다.

by culturing me

" 피글렛 가자!" 이는 외출할 때마다 딸아이가 하던 말이다.

어린이 스토리의 캐릭터 핑크색 돼지 피글렛은, 딸아이가 어릴 때 집 밖을 나갈 때면 어디를 가든지 데리고 다니는 인형이었다. 여섯 가지의 캐릭터 인형을 준비했었는데 딸아이는 유난히 피글렛을 좋아했다. 핑크색에다 편안한 표정 그리고 부드럽고 폭신한 느낌에 끌렸을 것 같다.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에게 엄마와 아이 사이의 중간 대상은 꼭 필요하다. 아이를 돌봐주는 보모 혹은 할머니 등 부모 외의 양육자가 아이와 애착을 잘 형성해 줘야 함은 물론이고, 인형 혹은 베개 등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접했던 애착의 끈으로 삼을 수 있는 중간 대상이 아이에게는 심신의 안정감을 준다. 더러워지고 낡아서 병균이 걱정된다고 아이 몰래 버리는 엄마들도 있는데, 이는 아이 정서에 치명적인 구멍을 내는 일일수 있음을 꼭 알아야 한다. 아이 스스로 찾지 않을 때까지, 더러워지고 낡아서 봐줄 수 없는 누더기 상태라도, 아이 곁에 반듯이 둬야 한다.


간혹, 어른들도 중간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본다. 가정을 이루길 꺼려 하는 비혼 상태의 싱글 들, 그리고 자녀나 부부 사이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은 경우엔 애완동물이 중간 대상이 되어 정서적 결핍을 채워주고 있다. 집안에 흐르는 무겁고 혹은 단절되어있는 분위기를 동물이 끊어주기도 하는 등의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간혹 보면 애완동물에게 과도하게 집착해서 자신의 라이프 자체를 동물에 맞추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심지어 그들은 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동물 애호가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자기 삶을 살기 위함인데 부모, 배우자, 자식 등 가까운 사람들이 마음을 채워주지 않자 돌고 돌아 동물에게 자신을 맞추고 있음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것과 동물에게 집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고, 오히려 이는 동물을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물도 자율성이 있기 때문에 본능대로 어느 정도의 자유도를 가져야 함에도 과잉보호하게 되면 동물의 성격은 더 예민해질 수 있다. 동물은 육감이 발달되어 그것을 오롯이 주인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동물의 본능적인 사랑을 온전히 받은 사람은 그 감정에 매료되어 동물과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뭐든지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한 것처럼 과도한 반려견 사랑에 삶의 밸런스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변의 다른 사람이나 자기 자신의 감정은 잘 모르면서 동물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시간과 정성을 흠뻑 쏟고 있지는 않은가? 동물은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상처는 주지 않고 위로만 해준다. 그리고 함께한 시간 만큼 차곡차곡 유대감이 쌓이는게 가능하다. 그러나 동물과 사람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동물하고만 유대감을 맺고 살아선 사회성이 점점 줄어들 뿐만 아니라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동물은 인간의 부족함을 일깨워 주지 않는다. 그리고 성장을 독려해 주지도 않는다. 어른이 되었다면 더 이상 중간 대상이 필요치 않다. 동물들에게도 그들의 영역을 존중해 주는 건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려면 성숙한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성숙하다는 것은 홀로 설 수 있는 자아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미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보기 전에 상대방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 한 때 유행하던 캠페인 제목에 가까웠던 말 '내 탓이로소이다'란 말도 결국은 '성숙해지자'란 뜻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자신을 돌아보기 전에 남의 탓을 하고, 끊임 없이 나를 좋아해 주길, 내 마음을 알아주길, 나의 욕구를 알아서 채워주기를 바란다. 나이 들고 어른의 몸을 하고 있지만 어린 자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으면 주변을 돌아보면 된다. 사람들이 떠나고 있는지, 떠남을 못 견뎌 새로운 사람들로 계속 채우며 살고 있는지.


성숙한 사람들 삶의 특징은 좋은 사람들이 옆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 곁에서 마음이 편하면 옆에 있고 싶고, 불편하면 떠나고 싶어진다. 성숙한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편하게도 해 주지만, 자신을 보호할 줄도 알기 때문에 사람과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도 함께 자란 사람이다. 그래서 진정한 어른이 있는 사회나 가정은 어지럽지 않고 방향을 잃어버리지도 않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