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은 다르지 않다.
정들어 살던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아이가 훌쩍 커버려 집을 떠난 어느 날 문득 곳곳에 가족의 추억이 묻어있는 공간에서 추억을 소환있는 것이 싫어졌다. 나에게 새로운 색깔을 찾아 주고 싶었다. 이사를 결정하고는 짐을 3분의 1로 줄여보기로 결심했다. 짐 정리를 한다는 것은 세월이라는 강이 흐르면서 강 가장자리에 퇴적된 잡동사니를 걸러내는 일과 같았다. 모아둔 물건들을 보니 "내"가 보였고 인생의 시기마다 무엇에 빠져 있었는지가 보였다. 그 많은 물건들에서 내 삶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많은 물건을 버리기도 하고 주변에 나눠주기도 하면서 남은 인생을 함께할 물건을 추리는 시간은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나의 부족함을 물건으로 채우고 싶었던 시절, 그리고 물건을 누리며 그들과 나를 동일시하듯 좋은 것들에 집착했던 때의 나를 돌아보며 이제는 그 물건들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물건과의 작별은 내가 쫓던 허상과의 작별이었고 앞으로의 내 삶은 현실에 더 가까워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나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자신을 더 알게 된 것은 큰 기쁨이고 축복 같이 느껴졌다.
나 자신에게 가까워진다는 것이 뭐 그다지 어려운 일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 만든 창문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대부분 부모님이나 세상의 기준에의해 만들어진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활짝 열린 창으로 봄꽃만을 보고 살아 겨울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 모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깨진 유리창을 통해 비뚤어진 세상을 봐야 했을 수도 있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관점에서 사회현상과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세상을 보는 정신적인 창틀이니까 멘탈 프레임 (mental frame)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창문은 본인의 것 이어야 한다. 적어도 본인의 가치관, 관점, 기준에 의한 선택은 후회를 동반하는 삶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