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심리전

가까운 사이임에도 대화가 꽉 막히는 이유

by culturing me

관계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대화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주기도 한다. 한 번만 만나도 몇 년을 알았던 것처럼 친근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년을 알아 왔어도 편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잘 지내던 사이였음에도 갑자기 대화가 꽉 막힐 때가 있다. 이해력이나 경험의 문제 일수도 있지만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심리 문제일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알아갈수록 인간은 참 오묘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서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과학으로도 풀어내기 어려운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신비롭기까지 한 인간관계의 비밀은 무엇일까?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만남 뒤의 느낌이 개운하고 깔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개운하고 깔끔한 느낌의 본질이 무엇일까?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타인의 개인적인 스페이스를 존중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심리학자인 루프트 (Joseph Luft)와 잉햄 (Harrington Ingham) 은 자신들의 이름을 조합해서 명명한 조하리 윈도 (Johari Window)라는 학설을 만들어냈다. 이는 소통의 문제와 적절한 대화를 통한 인간관계의 향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Johari's Window는 한 사람의 특성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 영역(public)에 속하는 특성은 나도 알고 타인도 아는 특성들이다. 두 번째 특성은 나는 알고 있으나 타인은 모르는 특성들 (private), 세 번째는 나 스스로는 모르고 있지만 타인은 알고 있는 나의 특성 (blind), 마지막 네 번째는 나도, 타인도 모르고 있는 특성들이다(unknown).


만남의 초반에는 누구든지 알고 있는 public 영역만 오픈한다. 그리고 나만 알고 있는 private 영역은 얼마든지 숨길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public 영역에 머무는 대화만으로는 관계에 장애가 일어날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public 영역의 오픈 만으로는 관계가 깊어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관계가 점점 깊어지게 되면 서로의 private 영역에 훅 들어가기도 하고, blind 영역이 서서히 보이게 되니 알려주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하지만 이 단계가 되면 서로에게 익숙해진 터라 정중히 말하기보다는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마구 넘나들며 말을 함부로 하게 된다.


"어떻게 자기 모습을 저렇게 모를까?" 입이 근질 거려 말을 내뱉는 순간, 관계는 덜컹거리는 길로 접어들게 된다. 거기까지 진행이 되었다면 두 사람의 unknown 영역끼리 부딪치는 일은 시간문제이다. 그렇게 unknown영역이 충돌하면 마음은 고집을 부린다. 두 고집이 뒤엉킨 상태에선 아무리 대화로 풀어보려 해도 헛수고가 되고 만다. 보이지 않는 문제 앞에 서로 마음만 크게 상하게 될뿐더러 존재가 싫어지는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다.


어떤 관계든 한 사람만의 문제로 관계가 꼬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private 영역은 스스로 잘 지켜야 하고, 스스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blind 영역에 대해 두 명 이상이 같은 이슈로 귀띔해 줄 때는 얼른 받아들일 줄 아는 현명함도 필요하다. 그리고 unknown 영역은 대화중 상대의 발언에 의해 본인의 감정이 요동칠 때다. 이때 뾰족해진 감정의 원인을 파악해보려 애써야 한다. "아~ 내가 이런 말을 들을 때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구나... 근데 그게 왜 불편하지?"가 된다면 반은 성공이다.

그 불편한 감정을 찾아내 스스로 인정하면 그만큼 자기 인식이 확장된다. 이는 public 영역이 그만큼 더 넓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기를 인식한다는 것은 자신의 무지와 결점을 알게 되는 것뿐 아니라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너그러움이 생기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해도 미완성인 것이 자아성찰이지만, 양질의 대화를 원한다면 끊임없이 마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봐야 한다. 대화의 기본자세는 지식이 아닌 마음속에서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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