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월의 고통이 끝났습니다

조직의 부품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긴여정

by 중년의 모험가

하늘이 돌연 어두워지더니,

천둥과 함께 억수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빗속에 두 사람은 마주 섰다.

수십 년 세월을 벼려온 내공이 서로의 눈빛에, 검끝보다 예리하게 스며 있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단 한 합.


번개가 어둠을 가르고, 검이 바람을 찢었다.

순식간에 승패는 갈렸다.


쓰러진 자의 눈빛엔 아직 미련이 남아 있었다.

살고자 하는 의지, 이어가고자 하는 삶의 불꽃이 꺼지지 않은 채 흔들렸다.

반면 승자는 피 묻은 검을 거두며, 그 피를 닦아내듯 조용히 비를 맞았다.

그러나 그의 눈 속에도 기쁨은 없었다.


삶과 죽음, 끝과 지속의 경계라 하나

사실은 지금이냐, 다음이냐의 차이일 뿐.


패자도, 승자도 결국 같은 운명의 길 위에 있었다.

한쪽은 먼저 쓰러졌고, 다른 쪽은 잠시 더 서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같은 슬픔, 같은 두려움이 어린 채, 비처럼 흩어져 내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9월과 10월은 이와 같은 느낌이었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기업이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가다, 누군가를 이끄는 조직의 리더 자리까지 올라섰지만, 그 시간들은 한편으로는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과 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무수한 갈등과 맞서면서 언제나 한 걸음 앞을 내다보아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여기에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처럼, 끝과 지속 사이에 선 그 시간들.
승패로만 나눌 수 없는 여러 갈등과 고뇌가 스며 있었다. 그 누구도 완전한 승자도, 완전한 패자도 될 수 없는 인생의 무대 위에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내 검을 닦을 뿐이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친구들은 40대에 조기 퇴직을 목표로 하는 FIRE족을 꿈꾼다.

한동안은 ‘저런 사람들 데리고 어떻게 일을 하냐’는 걱정이 들었지만,

어쩌면 그때는 왜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냐는 자조로 바뀌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아주 큰 회사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다 보면, 나 자신이 중요한 존재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 보면, 사실 그 큰 회사라는 조직의 부품이 아니면 어디에도 쓸모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문득 엄습해 온다.

과연 지금의 삶이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성과에 뒤쳐져서 휘둘러진 칼날에 죽음을 맞이 하기 전까지는 벼텨보아한다는 슬품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오늘도 무협지의 한장면 처럼 마지막 일합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40~50대 화이팅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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