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 지금 시작하기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하여

by 중년의 모험가

한동안 아이패드 미니를 간절히 사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왠지 그 작고 영롱한 기기를 손에 쥐고 애플 생태계에 입성해야만 비로소 '창의적인 일'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가진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윈도우 노트북으로도 충분한 일들이었지만, 제 마음은 자꾸만 존재하지 않는 도구 너머를 서성였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내면의 두려움을 외부 요인으로 돌리며, 차일피일 시작을 미루고 싶었던 비겁한 핑계였는지도 모릅니다.


신년목표 05-1.png


그렇게 테크 유튜버들의 리뷰를 뒤적이며 1, 2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버전이 나온다는 소문이 들리면 "조금 더 기다려보자"며 다시 시간을 흘려보냈죠. 돌이켜보면 도구를 핑계 삼아 정작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용기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던 지난 여름의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글쓰기는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노트북으로도 가능한 것이었고, 그마저 여의치 않다면 출근길 지하철에서 선 채로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 내려가도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일주일에 세 편의 글을 써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때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한 문장도 못 쓰는 주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계획을 밀고 나갔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 역시 그 용기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완벽한 글이 써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미완성일지라도 타인과 공유하며 스스로 세운 약속을 강제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단 한두 명이라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에 깊은 감사를 느끼며, 저는 이제 도구가 아닌 '과정'에서 기쁨을 찾고 있습니다.


이 작은 성공의 경험은 삶의 다른 영역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적절한 학습 채널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둔 스페인어 공부는 몇 년 전 사둔 단어장을 꺼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집 근처에 마땅한 헬스장이 없다는 이유로 주말 운동을 걸렀던 게으름은, 집 앞 천변 산책로를 걷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저는 모든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리는 바보가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마음먹은 순간 내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금' 시작하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작은 시작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이 소박한 성공들이 모여 언젠가 큰 성공이라는 강물에 닿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도구라는 신기루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오늘의 나'와 '지금 이 순간의 실천'뿐입니다.

신년목표 05-2.png


매거진의 이전글신년 계획 : 합리적 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