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팀이라는 환상, 그리고 진짜 실력
최근 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는 요즘 부쩍 일 잘하는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일해보고 싶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일 잘하는 친구들’이라는 포장지로 감싸긴 했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결국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속마음은 소위 'SKY' 출신의 스펙 좋은 팀원들과 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이들 역시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들이라 대놓고 상처받은 기색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표정들이 썩 유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한참 동안 이어지는 그의 하소연을 들으며, 내 목 끝까지 차올랐던 말이 하나 있었다. “그건 팀원들의 스펙 문제가 아니라, 혹시 당신의 리더십이 부족해서인 건 아닐까?” 하지만 나는 끝내 그 말을 삼키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완벽한 팀을 꾸려 엄청난 성과를 내고 싶다기보다는, 그저 뜻대로 풀리지 않는 팍팍한 회사 생활의 고단함을 털어놓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푸념은 내 안에서 작은 의문표 하나를 피워 올렸다. ‘만약 나에게 완벽에 가까운 멤버들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에 걸맞은 압도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더 나아가 ‘항상 최대의 효율을 좇는 회사가 나에게 지금의 팀원들을 배정해 준 것은 단순한 실수일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최근에 읽은 어떤 책의 내용처럼,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한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기를 관통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그 시절은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잘 타는 운이 작용했거나, 수직적인 구조 속에서 부하 직원의 성과가 자연스럽게 리더의 성과로 포장될 수 있었던 ‘좋은 시절’이었을지도 모른다. 과거 방식의 성공 방정식에 익숙한 그 동료로서는, 후배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과 희생을 당연한 자신의 기회이자 권리로 여겨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또래들이 마주한 현실은 다르다. 더 이상 과거처럼 시대적 호황에 기대거나 타인의 성과를 내 것인 양 취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결국 지금의 우리에게 요구되는 진짜 실력이란, 회사라는 온실 속에서 누군가 완벽한 조각들을 쥐여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새롭게 마주하는 조직의 공기를 빠르게 읽어내고, 내 옆에 앉은 동료가 가진 저마다의 강점과 전문성을 예리하게 파악해 그것을 적재적소에 연결해 내는 힘.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생존 방식이자 진짜 리더십이 아닐까.
그의 푸념이 나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