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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o Nov 26. 2019

한 달 살기에도 한 번쯤은 호사스럽게

느긋하게 쿠알라룸푸르 호캉스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의 그 한 달째 마지막 주말이 되었다. 애초의 한 달 살기 계획보다 배는 길어진 70일이라는 여정으로 변경되었지만, 모든 게 낯선 이 도시에서 아들과 큰 일 없이 한 달을 잘 보냈다는 생각에 스스로 셀프 칭찬 겸 아직 낮잠이 필요한 25개월 아이와 복잡한 시내를 당일로 오가기가 만만치 않아 주말에 몽키아라 숙소를 떠나 쿠알라룸푸르 중심지인 KLCC 인근에서 보냈다. 처음부터 호캉스를 한 달 살기 일정에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 아빠가 12월 말에 오기에 아이와 둘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생각에 가까운 섬으로 리조트를 알아보다 보니 쿠알라룸푸르 호텔들의 가격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Mandarin Oriental Hotel Kuala Lumpur

여행을 예약하다 보면 같은 5성급 호텔도 브랜드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그중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고급 호텔 체인으로 '포시즌스 호텔(Four Seasons Hotel), 과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Mandarin Oriental Hotel)을 들 수 있다. 두 호텔 체인 모두 전 세계 어디를 가나 꽤 높은 숙박비를 지불하는데 바로 이곳 '쿠알라룸푸르'는 그 평균적인 가격대에서 벗어나 있다.  

쿠알라룸푸르는 법인세 면세, 무상 토지 지원 등 국가 차원에서 해외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헤드쿼터가 들어와 있고' PETRONAS Twin Towers' 컨벤션센터(KLCC)에선 매 년 크고 작은 박람회가 연일 열리는 국제 비즈니스 도시이면서 작년 한 해, 휴양지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 랑카위 섬 등을 제외하고 말레이시아 3천3백만 인구에 3분의 1이 넘는 순수 쿠알라룸푸르 방문객만 1,258만 명의 관광 대국이다. (지표 참조 : Mastercard Global Destination Cities Index 2018')하여, 랜드마크인 KLCC주변에만도 크고 작은 호텔들이 즐비하다. 물론 10만 원 이하의 저렴하고 깨끗한 호텔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호사스럽게 고급 호텔에서 하룻밤 머무르다 가도 부담이 없는 도시가 '쿠알라룸푸르'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KLCC 수족관 나들이도 가고 이슬람 국가지만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실컷 낼 수 있는 '수리아 몰'도 갈 겸 짐을 챙겨 Grab을 타고 12시에 출발하였다. 대개의 호텔 체크인 시간은 3시이다. 이건 전 세계 어디나 유사한데 이번 주말 호캉스로 예약 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무료 회원 가입이 가능한 멤버십 ‘Fans of M.O’ 혜택 중 하나인 얼리 체크인으로 일찌감치 호텔로 향했다. 'MO멤버십'을 가입 후 투숙 시, 조식 뷔페 무료와 무엇보다 '포시즌'과 고민 없이 '만다린 오리엔탈'을 선택 한 이유가 레이트 체크아웃이 무려 오후 4시였다. 모처럼 아들과 호캉스에 나섰다 반나절 수영하고 다음날 조식 후 부랴부랴 짐 챙겨 나와야 하는 조급함이 없는 정말 느긋한 말 그대로 '호캉스'인 것이다. 가격 또한 여느 호텔에 비해 높긴 해도 주말 기준 RM590링깃 정도로 시즌마다 다르겠지만,  TAX를 포함해도 20만 원으로 전후에 숙박이 가능하다. 기존에 다녀 본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이나 싱가포르 지점의 반값 정도의 가격이 쿠알라룸푸르에선 가능하다.  

물론, 타 국가의 지점에 비해 Amenity와 비품에서 다소 차이는 있다. 하지만 너무도 매력적인 가격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보테가 베네타 로션이 아니면 어떤가? 어차피 Amenity는 ODM 제품일 것이고 오히려 소박해도 객실에 아이용 Amenity를 꼼꼼히 챙겨 놓은 쿠알라룸푸르 지점이 더 정감이 간다.  얼리 체크인 특성상 객실 상황에 따라 입실이 바로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객실이 준비될 때까지 호텔 야외 수영장 이용을 권해 아이와 실컷 물놀이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입실 후, 아이는 물놀이에 지치기도 하고 아직 낮잠이 필요한 나이라 바로 잠이 들었다. 마침 '우기(雨期) 답게 스콜이 시원하게 내려 숙소에서 챙겨 온 컵라면과 맥심 한 잔 마시며 미리 다운로드하여 둔 '워킹 대드 시즌 7'을 정주행 하였다. 뽀송뽀송하면서 부드럽게 폭탁한 질감의 잘 다려진 화이트 침구는 로망이지만 집에선 쉽게 관리가 어려워 호캉스 때 실컷 만끽하는데 아이도 좋은지 평소엔 걷어 차 내버리는 이불에 폭 감싸여 꿀잠에 들었다.

호캉스 필수품 컵라면과 믹스커피

토요일 오후를 푹 쉬고 저녁엔 바로 옆 'PETRONAS Twin Towers (KLCC)'에 있는 대형 쇼핑몰 수리야(Suria) 몰로 저녁 식사와 나들이를 갔다. 아직 11월 말인데도 이곳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했다. 아이는 쇼핑몰 행사의 일환으로 산타할아버지와 사진도 찍고 사탕 선물도 받고, 나는 평소 구글링을 통해 궁금했던 'Eight ounce coffee'에서 플랫 화이트 한 잔과 대표 메뉴인 크레이프 케이크도 먹고 마담 콴(MADAM KHAN)에서 '나시 르막'으로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야경을 보러 다시 올라간 수영장엔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Eight-ounce coffee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Suria KLCC

조식 뷔페는 돼지고기류가 없다는 점 빼곤 특별할 것 없이 무난했다. 설사 맛이 없었더라도 나는 좋았을 것이다. 쿠알라룸푸르에 와서 유난히 일찍 기상하시고 아침 식사 꼬박꼬박 하는 아들의 아침상 차림에서 하루라도 해방되니 이렇게 좋을 수 없었다. 오후 4시까지 늦은 체크아웃으로 한차례 물놀이를 즐긴 아들의 낮잠 시간에 짐가방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후 가방은 호텔에 맡기고 아이가 좋아하는 수족관으로 향했다. 수족관이야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갔지만,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의 여정은 나 역시 아이를 위한 시간이기에 주말엔 과학관, 수족관, 동물원, 박물관 견학이 필수이다. 저녁은 앞서 작성했던 한국식 치킨집에서 즐겁게 마치고 호텔에 돌아와 숙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이는 이미 꿈나라로 가 있었고 아이와의 주말 호캉스는 그렇게 꽉 차게 보냈다.

Mandarin Oriental Hotel Kuala Lumpur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동안 엄마들은 누구나 더 많은 것들을 아이와 즐겁게 경험하려 노력할 것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쿠알라룸푸르에서 가까운 태국이나 발리로 단기 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일 것이고, 때로는 이렇게 엄마도 한 번은 편히 쉴 수 있는 호텔에서의 하루도 이곳 쿠알라룸푸르에선 욕심 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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