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ko Dec 07. 2019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사람만 걸리는 병

왜 '냉방병' 약은 안 파나요?

쿠알라룸푸르 몽키아라 아줌마로 지낸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지난달 유치원 생활이 적힌 아이의 가정 통신문이 귀엽고 소중해 몇 번이나 웃으며 읽어 보고 종이가 구겨질 세라 여행 가방 한편에 고이 접어 넣어 두었다. 아이가 한차례 열 감기로 고생했지만 지난 40일 간 잘 먹고,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주어 다행이다. 한 달을 지내보니 건강 문제는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를 돌봐야 할 엄마도 주의해야 하는데 오늘 이야기는 한국인만 걸린다는 '냉방병'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정말 한국인만 걸린다는 게 아니라 한국인들끼리만 호칭하는 질환이기에 한국인만 걸리는 '냉방병'이라 표현했다. 영어로 찾아보니 'air-conditioningitis'이라고 나오지만 '냉방병'이라는 용어는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단어로 의학용어가 아니다 보니 위에 언급한 단어로 말레이시아 약국이나 병원에서 문의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곳에서 '냉방병' 환자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면 대부분 감기약을 주고 소화불량이 동반되는 경우엔 소화제와 유산균을 함께 처방해 준다. 물론 한국에서도 정확하게 '냉방병 약'이라고 나온 건 없다. 이곳에도 병원과 약국이 잘 갖춰져 있지만, 오기 전 준비해야 할 비상약에 평소 다니던 병원의 전문의에게 냉방병 예방법과 주의사항을 듣고 관련 약을 준비해 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검색해 보면 온통 '장티푸스'와 '말라리아' 예방 접종에 대해서 나오는데 이 더운 나라에서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을 일이 많지 않고 밀림이 우거진 곳에 갈 일이 거의 없기에 오히려 큰 질환은 아니어도 상시 걸릴 수 있는 '냉방병'준비를 하는 게 더 우선일 것이다.  

늘 건강을 자부하는 나 역시 냉방병이 한 차례 왔었다. 몽키아라 숙소에선 환기도 자주 시키고 저녁엔 꼭 에어컨을 끄고 잠들어도 이동 시, 이용하는 Grab과 카페, 레스토랑, 대형 쇼핑몰 모두 에어컨이 강하기에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자칫하면 걸릴 수 있다.  지난주 KL시내에 가는 길에 탔던 Grab에서 에어컨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10여분을 타고나니 가벼운 감기처럼 목이 잠기고 약간의 두통과 소화불량을 겪었다. 정도가 심하진 않아 집에서 에어컨을 끄고 지내면서 비상약으로 가져온 소염진통제 애드빌(Advil) 두 알을 먹고 낳아졌지만, 전문가가 아닌 나로선 이게 냉방병에 맞는 대처인지는 정확지 않아 한국에서 한 달 살기를 준비할 때 소아과에서 아이용 비상약만 처방받지 말고 나 역시 다니던 동네 병원과 약국에 다녀올 것을 후회했다. 먼 이국에서 지냄에 있어 최우선시되어야 하는 게 엄마와 아이의 건강과 컨디션인데 어찌 보면 가벼운 감기 같은 '냉방병'도 한번 걸리면 이삼일은 맥을 못 춘다.

같은 에어컨 바람 앞에서도 어려서부터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그에 맞게 면역력을 갖추며 자란 동남아시아 지역의 사람들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자라고 여름 한 철에만 에어컨을 사용하는 우리의 신체 반응이 다를 것이다. 우리가 오랜 시간 살아온 환경과 다른 이곳에 적응하는 데는 마인드뿐만 아니라 신체도 포함되기에 새삼스레 면역력의 중요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의 낯 가리고 소심한 성격과 달리 유독 상대에게 먼저 정이 가고 무장해제 돼버리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게 다름 아닌 '사투리'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선 지 지역과 상관없이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왠지 깍쟁이 같지 않고 친근하고 귀여운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은연중에 구수한 억양을 사용하는 전라도 출신의 영미 씨도, 하원 시간에 만나는 경상도에서 온 예쁜 두 딸의 엄마들도 이곳에서 스치듯 만나는 게 전부여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반갑고 살갑다. 오늘도 마주친 우리 몽키아라 한 달 살기 엄마들은 모두 그놈에 '냉방병'을 엄마와 아이 둘 중 한 명이 앓고 있거나 앓고 지나갔다. 그러니 이곳에 오기 전 준비해야 할 체크 리스트에 전문의 선생님 혹은 약사님께 냉방병에 대한 조언과 관련 약들을 준비 해 오기를 권한다. 지난달엔 늦은 저녁에 스콜성 비가 내리더니 12월 들어선 심야에 비가 한 차례식 시원하게 내린다. 비 오는 밤에 믹스 커피 한 잔 마시며 끄적인 아줌마의 오지랖 글이지만 누군가에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