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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o Feb 06. 2020

말레이시아에서 영어 배우기 편

엄마들이 궁금한 유치원과 영어 캠프

말레이시아에서 지낸 긴 여정의 이유가 아이의 영어 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우리 아이는 한국말로 간단한 문장이 겨우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을 제외한 많은 이들이 어학 교육을 받을 나이도 아닌 아이와 한 달 살기를 떠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이 계획을 지지해 준 이는 남편과 시어머니였다. 수수하고 따듯한 나의 시어머니는 대학 졸업 후, 평범히 교직 생활을 하던 시누이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도전한 영국에서의 석, 박사 과정을 영어 한마디 못 하시던 당신께서 분기마다 직접 담그신 김치와 밑반찬을 챙겨 런던과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뒷바라지한 해외 살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회가 된다면 세상 밖으로 나와 넓은 시야를 갖고 살으라는 철학을 갖고 계신 분이다. 그래서 막내며느리인 내가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갖고 아이와의 추억을 핑계 삼아 벌인 이 여정의 짐가방을 꾸리는 걸 ‘너는 아주 잘하는 짓이다’ 라며 투박하게 칭찬해 주셨다. 더불어, 토익 고득점자임에도 일상 회화가 서툰 남편은 아들만큼은 세상 어디를 가도 편히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 바램이다 보니 나는 든든한 지원군들 덕에 아이와 더없이 즐거웠고, 늘 막연히 해외 생활을 하며 어학도 배우고 싶었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효과적이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쿠알라룸푸르에서 돌아와 지인들을 만나면 대부분 그간의 안부와 함께 3세 아기와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또 어떤 점이 어학 교육에 도움이 되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혹자는 여섯 살 정도는 되어야 어학 효과도 있을 터인데 너무 이른 나이에 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비췄다. 나 역시 어학 교육만을 위해 떠난 것은 아니었기에 지인들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를 했지만,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아이와 해외생활은 처음이었던 나도 아들의 어학 습득에 종종 놀라곤 했다. 아이는 내가 등록한 어학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유치원에 다녔다.


엄마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쿠알라룸푸르의 국제학교는 5, 6세 미만의 유아들은 국제 학교의 프리 스쿨 과정이 만 4세부터 입학이 가능하지만 한 달 혹은 두 달 정도의 단기 등록을 받는 곳은 많지 않다. 국제 학교를 단기로 경험하는 건 영어 캠프 정도이다. 학교의 입학금과 수업료 또한 학교 별, 학년 별로 천차만별이라 평균적으로 제시하기가 어렵다. 몽키아라 숙소에서 걸어서 십분 거리에 있어 자주 지나던 미국계 '몽키아라 국제학교(Mont'Kiara International School)'와 영국계 '가든 국제학교 GIS(Garden International School)'의 경우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학교로 손꼽히며, 학교 별로 부모의 워크퍼밋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단기 거주 학생들의 등록은 사실상 어렵고 높은 학비만큼 웨스턴 학생의 비율이 높다. 쿠알라룸푸르의 국제학교는 대략 4세 유아들부터 등록하는 Kindergarten Preparatory와 Kindergarten 유치원, Elementary School (Grades 1 - 5) 초등부, Middle School (Grades 6 - 8) 중등부, High School (Grades 9 - 10) 고등부 등의 학제로 나뉘며 우리나라처럼 비 영어권 학생들은 국제학교로 바로 입학하기보단 어학원에서 언어를 일정 기간 익힌 후, 국제학교 입학을 준비한다. 쿠알라룸푸르에는 위의 두 학교 외에도 세이폴 , UCSI, 킹슬리, 텐비, 드위에마스, 썬웨이, KDU, 헬프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국제학교가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이는 학비를 평균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여담으로 몽키아라에는 방학이 아닌 비 시즌엔 한국 엄마보다 일본 엄마들이 더 많은데 일본 엄마들은 아이를 국제 학교에 보내지 않고 모두 일본 학교에 보낸다. 후에 친해진 이웃의 일본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론 일본 주재원들은 3년 이상 장기 거주가 대부분이지만 자녀를 일본 대학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교과 과정이 같은 일본 학교로 보낸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로 떠나기 3개월 이전부터 교민 카페를 통해 아이와 내가 함께 다닐 수 있는 조건의 어학원과 유치원을 알아보았고, 유치원 원장님과 카톡과 유선 상담 후, 출국 2달 전에 유치원 예약금을 입금하였다. 어학원과 유치원 모두 한국 원장님이 계신 곳으로 선생님들은 모두 말레이시아 국적에 원 내에서는 영어만 사용하였다. 학생 비율은 한국 주재원 아이들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일본 학교에 유아반은 따로 없어서인지 일본 아이들, 그리고 호주 등 웨스턴 아이들이 소수 있다.


몽키아라 지니아이 유치원 (Genii Kids Kindergarten)

좋은 시설만큼 로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원비와 몽키아라 특유의 비싼 거주비, 그리고 한국계 유치원으로 알려져 말레이시안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한국식 영어 교육은 알파벳부터 시작을 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선 영어 수업이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놀이와 체육 활동, 그리고 과학관, 박물관 등 월마다 견학도 가고, 생일자 파티도 하며 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언어가 영어이다 보니 아이는 자연스레 영어에 노출이 된다.


나는 교육 전문가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도 아니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하루하루 늘어나는 아이의 언어 습득을 보며 놀라곤 했다. 마치 아들이 태어나서 보니 집에 강아지가 있어 함께 지내며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가 반려견을 가족으로 여기고 다른 동물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처럼 아이에겐 영어도 그랬다.

Mommy Mommy, my tummy hurt!

유치원을 다니며 한 달쯤 지났을 때, 하원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먹던 아이가 나에게 처음으로 한 영어 문장이었다. 나는 순간 이 말을 어떻게 알았지? 하고 놀랐는데 아마도 유치원의 다른 아이들도 슬슬 배변을 가리는 시기다 보니 선생님과 친구들이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말을 들으며 자연스레 익힌 것 같다. 아이는 매일 아침 등원 길에 마주치는 가드너와 보안 요원과도 늘 Good morning! See you again! 을 외치며 등원하는데 중학교 입학부터 대학원 졸업까지 그 긴 시간 영어를 들여다보았을 나 보다 자연스럽다. 아이와 대화 속에 종종 한국말과 영어 단어의 뜻을 동시에 알고 말하는 걸 보며 이런 이야기를 지인들과 나누기엔 호들갑을 떠는 팔불출 엄마로 비칠까 싶어 말을 아끼게 되었는데, 일상에서 자연스레 영어에 노출되는 바로 이 점이 영어 교육을 목적에 둔 ‘말레이시아 한 달 살이’를 계획하는 엄마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다.

만 5세에서 4학년 미만 초등영어

내가 다녔던 어학원을 기준으로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통해 영어 교육을 위해 떠나온 가정의 자녀의 나이 때는 주로 6세에서 초등 4학년 미만이 가장 많았다. 처음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던 10월 말에서 11월 말까진 주로 국제 학교에 다니거나 입학을 준비하는 유학생 엄마 혹은 주재원 등 장기 거주 가족의 자녀들이 방과 후, 수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12월 중순부터 겨울방학을 이용한 한 달 살기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1월 까진 교실이 계속 늘어날 만큼 아이들이 많았다. 말레이시아의 영어 캠프는 위와 같이 어학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국제학교에서 진행하는 스쿨링 영어 캠프로 나뉘는데. 각자의 예산과 체류 기간, 거주지에 맞춰 면밀히 검토해야 할 일이다. 특히, 일반 어학원의 프로그램이 아닌 국제학교 스쿨링에 관심이 있다면 보다 검토해야 할 사항이 늘어난다. 쿠알라룸푸르에는 워낙 많은 국제학교가 존재하고 미국식 2학기, 영국, 캐나다 3학기, 싱가포르 4학기 제로 국제 학교마다 운영방식에 따라 입학 조건과 학사일정이 상이하다. 검증받은 유학원을 통해 진행도 가능하지만, 다수의 어학원에 한국어 상담이 가능한 인력이 있고, 학교 투어 역시 사전에 이메일을 통해 예약 가능하다. 개별적이던, 유학원을 통하던 귀한 시간을 들이는 과정인 만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엄마도 영어 수업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는 엄마도 여행자이자 학생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쿠알라룸푸르의 어학원엔 성인 반 클래스도 갖추고 있고, 어학원 수업 외에 개별적으로 교민 카페 등을 통해 선생님을 찾아 1:1 과외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 아이 유치원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어학원에서 주 3일 2시간씩 수업을 받았다. 나의 선생님인 Janet은 시카고에서 18년 간 상담사로 근무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50대 초반 인도계 말레이시안으로 딱딱하지 않은 일상 이야기와 영화, 책 등을 주제로 즐겁게 진행되었다.


나의 영어 선생님 자넷과 마지막 수업

해외 생활도, 어학 수업도 늘 사회생활을 하며 마음 한 구석에서 꿈꾸었던 일들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던 20대에 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지만, 마흔 넘어 이국땅에서 영어를 배우는 이 시간이 20대엔 이리도 소중 한 지 아마도 몰랐을 것 같다. 이곳에서 배운 두 달 간의 수업 덕에 영어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다기보다 영어를 사용함에 있어 스트레스 줄인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수단이지 얼마나 정확한지 실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각종 육아 서적을 통해 보고 배운 바에 의하면 육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의 요구에 애정을 담아 일관되게 반응해주는 것이라는데 말이 쉽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과학 교구로 성도 쌓고, 책 한 줄 더 읽어줘야 하는데, 피곤하다는 핑계로, 인터넷 쇼핑으로 집에서 자꾸 스마트폰을 만지작 대며 결국엔 뽀로로 만화를 트는 못난 애미였던 순간이 많았다.

7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주어지니 이 먼 곳까지 와서 고작 만화를 틀어 줄 순 없는 노릇이었고, 한국 TV도 나오지 않았기에 몸으로 더 많이 놀아주고, 나 역시 다시 영어 공부를 하는 입장이라 아이와 함께 원서로 된 동화책도 사러 자주 나섰다. 스스로의 의지도 있었지만 D-70일 카운트 다운이 들어갔다는 생각에 알차게 보내려 노력한 영향도 컸다. 덕분에 지나고 보니 아이도 나도 알차고 소중한 하루하루였다.


‘한 달 살기’라는 주제의 글들을 읽어보면 엄마도 아이도 성장했다는 내용이 많다. 분명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주는 긴장감과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 엄마는 보다 용감해지고 아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에 일상과는 다른 경험이 주는 신선함이 있다. 아이의 옷과 신발을 모두 다시 사야 할 만큼 피지컬적으로 부쩍 자랐지만, 나는 이 시간을 '성장'이라는 표현 보단 아이와 정말 즐겁게 잘 놀고 지내다 돌아왔다고 전하고 싶다. 그래서 영어 또한 즐겁게 접했노라고 말이다. 더 이상 영어가 학습과 스트레스가 아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잘하고 싶은, 그래서 영어 원서 책들과 자막 없는 영화를 원 없이 보고 싶은 엄마가 되었다. 이런 나를 보며 아이도 닮아 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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