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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o Nov 29. 2019

엄마는 오후 3시에 돌아오는 여행자

쿠알라룸푸르 카페 투어 두 번째 이야기

목요일에 아이가 등원을 하고 나면 발걸음은 빨라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비록 하원까지 5시간 남짓이지만 아침밥 먹이고, 씻기고, 유치원 준비물 챙기느라 부산 떠는 한 달 살기 엄마인 나도 어학원 수업이 없는 목요일만큼은 혼자만의 쿠알라룸푸르 도시 여행을 떠난다.  이번 주는 말레이시아 바리스타 챔피언의 카페에서 모닝커피와 말레이시아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의 포토존으로 알려진 방사르 빌리지(Bangsar Village)에 위치한 브런치 뷔페에서의 혼밥 일정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라 이동은 대중교통 보단 늘 Grab을 이용하는데 경제학 비 전문가인 어설픈 내 견해지만 Grab 운행 가격 책정이야 말로 미시와 거시 경제의 하모니가 아닐 수 없다. Grab 드라이버 각자의 차량 등급과 운행 시간대의 고객 수요, 도로 위 트래픽 상황이 마치 '수요와 공급 다이어그램'처럼 적용되어 출, 퇴근 시간을 벗어나면 그랩도 잘 잡히고 가격 역시 급격히 떨어진다. 아이 등원 후, 한 숨 돌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자 모드인 오전 10시 이후부터 아이들 등, 하교 직전까지가 그랩 이용의 부담이 덜 하다. 물론 이는 '부킷 빈탕'같은 상시 혼잡 지역은 예외이고 거주지인 '몽키아라'를 거점으로 이동한 경우만 해당될 것이다.


모닝커피는 바리스타 'Keith Koay'가 운영하는 카페와 리빙 디자인 용품 매장이 콜라보된 'One Half x ilaikae'로 petaling jaya 조용한 주택가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 'Taman Aman Park'가 있다고 나오나 관광지는 아니고 동네 주민들이 조깅하는 곳이라고 나온다.  'Keith Koay'는 2016 World Barista Championship Dublin, 2018 Melbourne Barista Championship을 연거푸 따 낸 바리스타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남아의 달달한 커피가 전부일 꺼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는 이력으로 드립 커피부터 플랫 화이트 모두 훌륭하다.

'One Half x ilaikae'

고층 빌딩 숲의 쿠알라룸푸르 이미지가 이 카페가 있는 동네엔 보이지 않는다. 주로 말레이 차이니즈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인근엔 중식당이 여럿 눈에 띈다. 날씨가 좋아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아침부터 혼 커피 하며 책 읽는 사람, 회사원들의 미팅으로 보이는 테이블이 보이고 무엇보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카페 문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는 고양이였다. 단골은 알아보는지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아는 척을 하는 모습이 요즘 말로 '개냥이'스러워 귀여웠다. 이 카페의 마스코트일까? 기대한 대로 산미가 있는 맛있는 플랫 화이트를 마시고 남편과 통화를 하였다. 자유롭고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잔소리가 그립다며 일정보다 한 주나 앞 당겨 연말에 쿠알라룸푸르로 오려고 비행기를 변경했다고 한다. 10년이 넘도록 내 해외출장을 제외하곤 이렇게 떨어져 본 시간이 없었다 보니 각자의 빈자리도 돌아보게 된다. 영상 통화를 할 때면 장거리 연애하는 남자 친구 같기도 하다 화면 너머 엊그제도 보였던 건조기에서 꺼낸 널브러진 빨랫감들이 오늘도 그대로 보이니 역시나 잔소리를 퍼붓고야 말았다. 빗방울이 쏟아질 것 같아 그랩을 급히 잡았는데 다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쿠알라룸푸르의 날씨가 꼭 방금 전 남편과 통화하던 나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방사르 빌리지로 이동했다.

Lisette's Café & Bakery, Bangsar

한국도 인플루언서들이 핫플레이스 지도를 그려나가듯 말레이시아 역시 비슷한데 바로 이 카페가 말레이시아에서 유명세가 있는 이들의 인스타그램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카페 'Lisette's Café & Bakery', Bangsar이다. 점심시간에는 RM35 링깃에 점심 브런치 뷔페(음료 별도)를 진행하여 나 역시 혼밥을  브런치 뷔페로 먹었다. 마침 이 카페의 셀카의 전당 포토존에 자리가 비어 앉아 밥도 먹고 사진도 찍었다.

Lisette's Café & Bakery, Bangsar

쿠알라룸푸르에 온 지 한 달이 되도록 아이 사진은 수 백장인데 내 사진은 딱 두 장 있었다. 광각 렌즈도 잃어버려 내 모습이 부담스럽게 크게 찍히지만 아이폰 타이머 기능으로 커피 잔에 세워두고 나도 한 장 찍고, 사실 음식 맛은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맛있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가 많아 여자 손님이 많았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땐, 서양인과 남자 손님들도 꽤 많았다. 방사르(Bangsar) 지역엔 유명 카페들이 많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Antipodean Cafe'와 싱가포르 베이스의 'PPP coffee'가 말레이시아에서 오픈 한 'Pulp by Papa Palheta' 등 일부러라도 찾아 올 법한 멋진 카페들이 있다. 아이와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하는 엄마는 아이들이 어학원이나 영어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면 간식 챙기고 수영 강습시키고 저녁밥 준비로 하루가 짧다. 반복되는 루틴 한 이곳 생활은 서울인지 쿠알라룸푸르인지 구분이 안 갈 수도 있다. 그래도 이곳에 온 나와 같은 엄마들도 이곳의 시간을 혼자 즐기고 때로는 커피 한 잔, 맛있는 새우탕면 한 그릇 앞에 두고 잠시라도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각자만의 여유를 챙겼으면 한다. 익숙함을 잠시 접어두고 아이들과 낯선 이곳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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