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미처 몰랐을 '차이나타운'의 숨은 매력
인터넷과 SNS라 칭하는 'Social Media'의 확산으로 전 세계 트렌드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직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시아의 여러 휴양지 중 하나인 '코타키나발루'의 단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올드 타운 화이트 커피(Old Town White Coffee)'만 마시고 간다면, 외국인이 서울에서 '카페 베네' 한 잔 먹고 그것이 한국의 커피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 물론 올드타운 커피가 200개가 넘는 대표적인 토종 카페 체인점임은 맞으나 우리가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디야' 혹은 '엔제리너스 커피'를 여행자들에게 꼭 들르고 가라 추천하는 곳은 아니지 않나. 요지는 특정 카페 브랜드를 폄하하고자 함이 아니라 먼 곳에서 여행을 떠나온 만큼 이왕이면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이 찾는 공간에서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고 스페셜한 커피맛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이다.
지금같이 주 52시간 근로 문화가 없던 꼰대 문화의 절정기에 S사 이 대리였던 나의 2000년 대의 성수동은 퇴근 후, 동료들과 족발집을 가기 위해 들르던 곳이었다. 구두 공방과 공장 부지가 지천이던 그곳이 지금은 가장 핫해진 대표적인 카페 투어 동네가 되었고, 언제 상륙할지 기대감이 높았던 'BlueBottle Coffee'의 첫 번째 매장 역시 성수동이다. 'New York'을 찾는 여행자들이 과거 우범지대였던 'Williamsburg'에서 브런치를 즐기거나 관광도시는 아니었던 'kinfolk'의 탄생지 'Portland'가 미국 여행 시, 가장 가보고 싶은 카페가 많은 곳 중 하나가 되었다. 베를린 장벽 앞에서 당시 대학생들의 교복이던 링클프리 바지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온 나의 90년 대 후반의 베를린은 음식은 맛없고 지루했으나 지금은 신진 아티스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베를린 기반의 'Bonanza Coffee'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의 커피집 25’ 중에 선정되었다. 도시와 거리를 바꾸는 건 예술가들과 카페가 한몫을 한다는 건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한 추세인 것 같다.
서두가 이리도 긴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쿠알라룸푸르는 대체 어떤 도시 일까?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과 어학에 관심을 갖게 하고자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후, 한국으로 출국 직전 일정을 몰아 잡고 다니는 1일 투어를 보고 그것이 말레이시아의 전부라 여기기엔 암만 보아도 이 도시는 너무 매력적이다. 내가 처음 갖은 말레이시아의 편견은 커피가 달고 싱겁다였다. 앞서 언급한 'Old Town White Coffee'는 달았고, 우리 숙소 1층을 포함 쿠알라룸푸르 전역에 쉽게 볼 수 있는 'STARBUCKS'는 싱거워서 늘 샷 추가를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쿠알라룸푸르는 커피가 맛이 없다고 생각하던 중, 아이가 하원 하기까지 매주 목요일은 오롯이 나만의 도시 여행을 하는 날인데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고 이 나라의 'hipster'들이 간다는 곳이 궁금해졌다. 검색을 'Google' 영문 버전을 주로 이용하는 건 우리나라 사람 포함 다른 나라 여행자와 이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리뷰가 궁금해서이다.
목요일 여행의 시작은 늘 아이의 등원 후, Brickfields로 이동 해 중독되다시피 좋아하는 맹인 마사지를 시원하게 받고 시작하는데 오늘 다녀온 카페들은 모두 가까운 거리의 '차이나타운(Chinatown)' 'Petaling Street'에 몰려있었다. 이 멋진 카페들이 있는 곳이 그 시끌벅적한 '차이나타운'이라고? 3주 전 남편이 떠나기 전 날 두리안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찾은 차이나타운 야시장의 모습과 구글 리뷰와 인스타그램 피드 속 카페들의 이미지는 도저히 매칭이 안 되었다. 카페 주소를 찾아 Grab을 이동해 찾은 쿠알라룸푸르 카페 'JaoTim'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카페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계단을 올라갈수록 방금 전 걸었던 길거리의 혼잡함은 사라지고 무려 LP선율의 재즈 음악이 흐르는 곳이었다.
1920년 대 낡은 호텔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둔 채 카페로 변모했지만, 주문을 받는 프런트 위 간판 문구 'Concierge'에서 옛 호텔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늘 그렇듯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여 한적했고 높은 층고가 주는 개방감은 밖에선 상상 못 할 공간이었다. 추후,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곳은 재즈 공연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유명 브랜드의 론칭 행사를 진행할 만큼 쿠알라룸푸르 셀럽과 젊은 층이 선호하는 카페였다. 벽돌이 주는 편안함과 세로 폭이 넓은 빈티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차이나타운의 풍경이 미묘했다. 커피는 맛을 의심하며 'Flat white'를 주문했고, 대표 메뉴 추천을 부탁했더니 'Grilled Cheese Sandwich'를 추천해 주었는데, 오븐에 구운 샌드위치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설마 했던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자금 당장 이 카페를 그대로 성수동이나 한남동에 갖다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맛과 분위기의 카페였다. 이 거리 역시 성수동, 익선동처럼 오래된 건물과 창고를 살려 노포 식당과 트렌디한 카페가 혼재되어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 바로 옆 'Mimgle cafe' 역시 좁아 보이는 외관과 달리 안쪽엔 넓은 공간이 있고, 외국인들과 현지 젊은이들로 꽉 차 있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무리는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맞은편 카페 'Vintage 1988' 역시 로컬 젊은이들의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빈티지한 건물 자체가 포토스폿인 카페이다. 감성적이 카페 앞 길거리엔 음식 노점도 있고, 바로 옆 식당 천장엔 훈연된 오리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이 혼돈의 거리가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야시장으로 변모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니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은 관광객들에게 정말 매력적인 도시의 모습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이곳 역시 스마트 폰 앵글 속에 이곳저곳 공사하는 건물이 걸릴 만큼 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더운 나라이다 보니 대형 쇼핑몰에서 여가를 보내는 것이 일상인 도시이지만,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 탐방을 즐기는 이들에게 'Petaling Street'의 한 나절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