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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o Nov 15. 2019

목요일에 떠나는 여행자 '리틀 인디아'

엄마는 쿠알라룸푸르 여행 중

어학원 수업이 없는 화요일과 목요일은 아이가 하원 하기 전 3시까지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여행자가 되어 아이와 함께 하기엔 어려운 장소를 선택한다. 아이 아빠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잘란 알로(Jalan Alor)'와 '차이나타운'을 다녀왔는데 두 곳 모두 혼잡하고 인도 사정이 좋지 않아 엄마 혼자 유모차를 밀고 다니기 수월한 장소는 아니었다. 이번 여행지인 '리틀 인디아' 역시 사람이 걷는 인도는 좁고 차량이 다니는 대로는 KLCC주변 못지않게 트래픽이 있다. 인도를 걷다 보면 곳곳에 움푹 파인 곳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국에서 연말이면 인도 포장을 새로이 단장할 때마다 세금 낭비라 폄하하곤 했는데 타국에서 생활하니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었다.

쿠알라룸푸르 속 인도 거리 BRICKFIELDS

'BRICKFIELDS'는 KL 센트럴 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쿠알라룸푸르의 '리틀 인디아'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국적인 거리 조형물이 눈에 띄는 이곳엔 인도 식당, 인도 전통 원단과 옷 가게, 온갖 향신료들이 가득한 인도 식품점 그리고 음침한 분위기지만 정말 시원하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맹인 마사지 거리가 형성되어있다. 이곳은 여행자들이 근방의 국립 모스크, '마스지드 네가라(National Mosque, Masjid Negara)' 혹은 국립 박물관과 일정을 묶어 오는 곳이기도 하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길거리 포토존들과 기념품을 위한 인도 상점만 둘러보고 가겠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꽤 많은 시간이 주어진 나는 구글에서 추천하는 맹인 마사지를 제일 먼저 방문했다.


PB Blind Massage, Brickfields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가게 안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의심을 계속할 만큼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지만, 구글에서 최다 리뷰와 최고 평점을 받은 곳 이기에 과감히 들어갔다. 예약은 하지 않았고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무렵에 가니 안마사가 도착할 때까지 5분 남짓 기다리고 받을 수 있었다. 분위기완 다르게 마사지 룸과 시트 모두 허름하지만 깨끗했다. 스스로를 담대하다 평하지만 처음엔 혼자 누워있기가 영 편치 않았다. 이내 들어온 말레이시안 맹인 맛사지사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한 시간 내내 단 1초도 쉬지 않고 조물조물 아프고 뭉친 곳들을 시원하게 풀어주는데 정말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받는 내내 생각했다. 몽키아라 근방의 타이 마사지를 포함 서너 곳을 방문했지만, 그곳의 반값인 50링깃 (RM 50), 우리 돈 1만 오천 원이 안 되는 가격에 이런 호사가 없었다. 마사지를 마치고 나니 중국계 말레이시안 사장이 뜨거운 중국 차를 내주었다. 가뿐해진 몸으로 길을 나서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오는 방법은 Blind Massage 주소지를 구글 맵으로 찾은 후 Grab을 이용했다.

'리틀 인디아' 거리를 천천히 둘러보며 걷다 인도 상점에서 한국에서도 유명한 바이오티크 비누와 진흙 빛깔이지만 상쾌하다는 히말라야 치약, 인도 초콜릿 과자 등을 샀다. 사실 대부분 한국에 있는 인도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 있고 가격 차이도 크진 않다. 이곳도 인도가 아닌 말레이시아이기 때문에 인도 현지 가격은 아니다. 나는 '리틀 인디아' 탐방에 나온 기념으로 쇼핑을 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한국에선 구할 수 없고 아마존에서 구매하자니 배송비가 더 나왔던 '인도 코코넛 재스민 헤어 오일'을 구매했다. 가끔 보는 인기 뷰티 유투버의 상한 머리 관리 비법에 사용된 제품인데 가격은 2천 원이 채 안 되는 매우 저렴한 제품이다. 구매 후 사용 후기는 아침에 일어나 머리에 발라 두피 마사지를 해주고 대략 한 시간 후, 외출 직전에 샴푸로 감았다. 나이 들수록 머리칼에 윤기가 부족하고 푸석해지는데 그 부분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리틀 인디아' 인도 상점에서 쇼핑한 제품들

"리틀 인디아'거리의 인도 식당들은 시도하지 않았다. 많은 여행자들의 여행기에 'Why Indian Stare at Foreigners?'라는 문구가 여러 번 등잘 할 만큼 여행자 혹은 타 인종을 향해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들의 시선이 사실 조금 불편하고 이 더운 나라에서 미리 만들어 놓고 각자가 퍼 와서 먹는 음식의 위생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이 부분은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문화에 고질과 저질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자가 선호하는 취향은 있지 않은가? 평범한 한국 아줌마에겐 도전에 가까운 일이라 식사는 멀지 않은 Bangsar 지역으로 이동해서 해결했다. 아이가 하원 혹은 하교하는 시간까지 잠시 동안 여행자가 되어 보는 경험도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엄마들만의 묘미가 아닐까? 아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엄마가 경험한 여행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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