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이력 5

사전투표와 은나노 손세정액

by 제이림



오늘은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


경기도 광주에서 오전 작업이 있어 평소보다 이른 새벽 5시 반에 일어났다. 부스럭거리는 나의 준비 소리에 아내도 깼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 투표장으로 향했다. 손을 맞잡고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길, 잠시 봄볕이 따뜻했다.


경강선을 타고 경기광주역에 내렸다. 버스를 기다리며 둘러본 거리에는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여럿 붙어 있었다. 투표 독려 문구들이 낯설지 않다. 익숙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절박함이 느껴진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옆 차창으로 한 강아지가 고개를 내밀고 느긋하게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강아지를 구경했다. 여유롭고, 나른하고, 어딘가 평화로운 그 장면이 오늘 하루의 시작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줬다.


오늘 작업은 교회 이사였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전형적인 교회짐은 아니었다. 목사님께 들으니, 요즘 교회에 신도가 거의 없어졌고, 생계를 위해 부업으로 은나노 손세정액을 만드는 일을 함께 한다고했다. 그래서 짐 속에는 성물 대신 화학 실험용 비이커와 유리병, 원료통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말 그대로 ‘믿음의 실험실’ 같았다.


이런 날도 있다. 예배당보다 실험실이 더 현실적인 교회. 낮에는 벌써 꽤 더워졌다. 올해 여름도 빨리 찾아오려는 모양이다.


내일은 또 어디로 가게 될까.

내가 가는 길들이, 보이지 않는 이력으로 남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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