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관심 없고,

내일 일을 기다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

by 제이림


요즘 나는 매일같이 어딘가로 향한다.

정해진 곳도, 정해진 시간도 아닌 곳으로.

오늘은 이삿짐을 나를 수도 있고,

내일은 가구를 조립할 수도 있고,

모레는… 아무 일도 없을지 모른다.


문제는 일이 힘들다는 게 아니다.

몸은 아직 버틸 수 있다.

땀이 나고, 근육이 땅기고,

손에 먼지가 쌓이는 것쯤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진짜 버거운 건

‘내일’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일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일이 생기면 안도하면서도

그만큼 또 지쳐간다.

일이 너무 많아지면

내가 기계처럼 느껴지고,

일이 끊기기 시작하면

나는 쓸모없어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넘긴다.

견디고, 참으면서 또 버틴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출근을 하는 걸까,

아니면 어디론가 팔려가는 걸까.


전화를 기다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전화 한 통에 하루의 방향이 바뀌는 삶.

그 안에서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가끔은 아주 짧은 순간에

“그래도 내가 조금은 잘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스칠 때가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조금 더 깔끔하게,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정확하게.

누군가의 표정이나 짧은 한마디에서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인정 같은 것.


그 순간이,

지금의 나를 이 자리까지 끌고 온 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일지는 나도 모른다.

어느 날, 더 이상 부르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끝이 없을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끝이 찾아왔을 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봐 두렵다.


그래서 생각하면서도,

생각을 멈추게 된다.

계획을 세우려다 포기하고,

희망을 떠올리려다 지워버린다.


그냥 오늘을 버티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날들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은 멈추지 않았다.


불안 속에서도

발을 떼고, 무언가를 들고, 다시 내려놓고,

또다시 고쳐보고, 맞추고, 옮기고, 쌓으면서

나는 오늘도, 나를 이어간다.


이게 살아가는 건지

버텨내는 건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기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는 것.


그게, 지금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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