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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둘 Sep 16. 2016

다시 간다면, 단연코 나는 포르투로.

동행: 타국의 너와 나 /  2015_Europe, Proto.

Protugal, Proto. 다시 간다면, 단연코 나는 포르투로.


다시 유럽에 간다면, 어딜 다시 가고 싶냐는 물음과 이번 여행에 있어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는

다른이들의 질문에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포르투라고 말해야지.


포르투로 향하는 길을 다시 똑같이 가라고 한다면 "늙어서 다시는 그렇게 못가요"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힘들었다.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마드리드로.

마드리드에서 리스본으로,

그리고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24시간을 포르투로 가는데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영화를 보고 영화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리스본행 야간열차' 책을 여행 가기전까지 읽고 또 읽었다.

포르투갈이 가지는 신비로움, 리스본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영화와 책이 준 여운은

포르투갈로 여행을 갈만한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주었고 스페인에서 보낸 5일이 무색하게

포르투갈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그 어느때보다 가벼웠다.


바르셀로나에서 렌페를 타고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출발하는

역으로 향했다. 나와 친구는 사전예약 없이 그냥 부딪히고 보는 성격이라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냥 어디로 가면 되고, 어디에서 출발하면 된다' 라는 정보만 가지고 움직였다.

이렇게 움직였기 때문에 여행 내내 삽질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그것 또한 여행이 가지는 매력이라며 킬킬 웃어넘기곤 했다.


마드리드에서 리스본을 가려면 저가항공이나 야간열차를 이용해야하는데,

나와 친구는 공항에서 도심 내로 왔다갔다 하는 소모적인 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야간 열차를 이용하였다.

(물론, 가기 전에 읽고 본 '리스본야간열차' 때문에 더 야간열차를 타고 싶어했음은 분명하다)


역에 도착해 표를 끊으려고 보니, 역무원분이 영어를 못하셨다. 이런, 큰일이다. 라는 생각이 컸지만 나와 역무원 할아버지는 3개 국어가 남발하는, 손짓 발짓이 주가 되는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일을 보았다.

친절한 역무원 할아버지는 스페인어를 쓰면서 나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었으나 멘붕 당하는 나를 보고 웃으면서 종이에 적어주고, 침대를 그림으로 표현해주고 가격을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비싼 느낌이 들어 친구에게 다녀와도 되냐고 영어로 묻는 나를 보면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다녀오라고 손짓해 주었다.


친구와 상의하고 그냥 타자! 하고 다시 가서 슬쩍 웃으며 타겠다고 했더니 2인실 침대칸을 표를

발권해주었고 내려야하는 역을 헷갈리지 말라며 스페인어로 꼼꼼히 설명해주며 나와 내 친구에게

즐거운 여행이 되라며 웃어주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특히 영어권이 아닌 국가에서 본국 언어가 아닌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에게

반감을 갖고 무시하거나, 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곤했다. 나도 물론 당했었고.

나는 그에게 있어 그의 똑같은 일상에 스쳐지나가는 고객이었겠지만 그가 보여준 친절함과  말이 통하지 않아도 끝까지 웃으며 설명해주고 손짓, 발짓으로 한 번 더 알려주는 그의 모습과 웃음이 가득한 눈을 보면서 이 맛에 여행하는구나, 이런 분들이 있어 내가 다시 스페인에 기쁜 맘으로 다시 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 9시에 야간열차에 타고 침대에 앉아 한시름을 놓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책과 영화속의 그와 다르게 나는 침대칸에 몸을 뉘이고 가지만, 그가 갔던 것 처럼 내가 리스본에, 포르투갈에 가고 있다는 그 설렘이 밤새도록 이어졌다.


야간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 아침 7시에 리스본 오리엔트역에 도착하여 포르투로 가는 열차를 끊고

2시간을 기다린 뒤, 포르투로 향하는 열차를 탔다. 다시 3시간을 가야하는 여정이었지만 그 시간 조차

설레임으로 물들었다.



포르투로 향하는 길에
간이역에서, 나는 아직 조금 더 가야해


포르투는 도시 전체가 역사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나는 도시계획을 전공했기 때문일지 몰라도 이 도시가 가지는 하나의 도시로써의 특수성, 전체가 역사지구로 지정되어 해를 거듭해도 쉽사리 바뀌지 않고 보존된다는 점이 나를 설레이게 했다.


어딜 가나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가 있는 도시.

강변을 따라 와이너리와 레스토랑, 펍이 있어 사람 내음 나는 곳. 노란색의 통통배가 떠다니는 곳.

물안개가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는 곳, 언덕이 끊이지 않고 구불구불 이어진 곳,

그리고 햇살이 뜨겁게 내리 쬐는 곳.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강변, 반대편은 와이너리들이 줄지어 있다


포르투의 유명한 우체통


숙소에 짐을 풀고, 여행 초기에 긴 이동시간을 보낸 터라 배낭여행이 처음인 친구는 뻗어버렸고

나홀로 카메라를 들고 나와 돌아다녔다. 골목 골목, 언덕을 올라 숨이 차도 즐겁고 머리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에 코트를 벗고, 후리스를 풀러헤치고 선글라스를 끼고 사람 내음 나는 골목을 헤매었다.



다리에서 내려다본 시가지 반대편


아름다운 붉은 지붕들이 언덕을 휘감고 있었다


언덕 위에 옹기 종기, 사람 내음 나는 언덕위의 집들


사람 사는 내음이 가득했던 도시, 늘 해가 내리쬐는 도시. 사람들이 항상 웃고 있는 도시.

상벤토역 위쪽 언덕으로 올라가니 루이스 1세 다리와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한쪽 벽면, 여행자들을 위한 형광색의 화살표 표시.

굽이 굽이, 언덕 좁은 골목길 틈새를 미로처럼 걷는 시간들. 그리고 넘실거리는 강물과 붉은 석양까지.

이렇게 아름답고 로맨틱해도 되는 거나며, 걷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여행자들을 위한 화살표, 친절한 이들이다


정겨운 빨래들. 사람 내음 물씬나는 골목들이 그립다


언덕을 오르다 마주한 나무와 집들


대성당을 돌고 골목으로 내려오다 보니 지도에도 나오지 않았던 숨은 전망 명소가 있었다.

난간에서 사진을 찍다 만난 세 분에 여성들.

나이가 들어도 여자의 마음속에는 어렸을 때, 소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면서, 여전히 소녀같던 세 분의 여성들을 보며 괜시리 한국에 있는 엄마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소녀였다.



해가 너울 너울 지고, 강변으로 내려와 사진을 찍다가 힘이 들어 사람들이 모여있는 강 옆 계단가에 앉아 있다 보니, 내 옆에서 맥주를 마시며 즐기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나도 한 모금..이란 생각이 절로 들어내 옆에 앉아 있던 이에게 말을 걸었다. 슈퍼가 어딨냐고, 맥주는 어디서 샀냐고.


맥주를 마시고 있던 그는 자기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김이 푸슈슉 빠져 알겠다고 하고 오늘 찍은

사진을 보다가 숙소로 돌아가 친구와 다시 나와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그가 나에게

너 맥주 마실거야? 라고 물어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응, 지금 한 잔 하고 싶어. 라고 하니

따라오라며 성큼성큼 언덕을 걸어 올라 가기 시작했다.


같은 곳을 보는 연인, 아름다운 뒷모습이었다


포르투 야경에서 빠질 수 없는 곳


앉아 있어서 몰랐는데 그는 키가 굉장히 컸다. 여자치곤 작은 키가 아닌 나도 깜짝 놀라 그에게 너 정말 키가 크구나? 라고 말했더니 그래? 내가 좀 커. 라며 클클 웃는 그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길가에서 빵터져 크게 웃었다.

그를 따라가니 구멍가게가 나왔고 맥주를 골라 사려고 동전을 꺼내니 자기가 사겠다며 그가 흔쾌히 계산을 하고 나갔다. 그래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내가 먹고 싶어서, 라며 계산된 맥주를 따 내미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는 또 다시 빵터졌고 다시 강가로 돌아와 계단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웃음이 예뻤던 필립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포르투의 가구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는 필립.

3주 뒤에는 대만으로 형제를 만나러 간다며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 세계 20대들의 공통적인 궁금 사항인 취업과 관련된 이야기 또한 빠질 수 없었다. 한국도 취업이 힘드냐며, 전공은 뭐고 무슨 공부를 더 할거냐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친구랑 약속 시간이 다 되었다는 그의 얘기에 조금 아쉬웠지만 알겠다고 하고 잘 가라고 했지만 그는 일어서지 않고 계속 내 말꼬리를 물었다.

가야되지 않아? 라고 하니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하더 그를 보곤 서로 또 웃음이 빵터졌다.


다리 위의 건물이 지금은 멋있지만 원래는 감옥이라고 설명해주던 그, 대만에 뭐가 맛있냐고 묻던 그.

재밌는 친구를 사귀었다고 생각되어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찍으라며 멋있는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활짝 웃으며 브이를 날리던 그.


그와 함께한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 포르투를 좀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서로 연락처는 묻지 않았고, 좁디 좁은 포르투에서 스쳐지나가며 3번이나 더 만났지만 우리서로에게 눈웃음만 보냈다.


다시 포르투에 간다면 그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지, 그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포르투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과 호스텔의 스텝들을 생각하면 다시 포르투로 가야겠다고,

무심해 보이지만 정이 많고 친절한 사람들 틈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이 었다.


여전히 포르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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