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주 만에 정신과에 다녀왔다.
진료를 받던 도중 아빠의 대학원 지원 사실을 알렸다. 약간 당혹해하시더니 어느 과냐고 물어보셔서 예전에 일했던 광고 쪽으로 지원했다고 알고 있다고 했는데, 약간의 정적이 이어지더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혹시 아버지께 양극성 장애의 증상이 보인 적은 없었냐고 물으셨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나는 처음 내가 확진을 받고 책을 읽으며 내 병에 대해 알아갔을 시점부터 아빠가 눈에 보였고 한눈에 그가 나와 같은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한 감정기복, 사소한 일에도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 굉장히 성취지향적인 모습 등 모든 요소가 그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추측이 맞고 알고 있었다고 말하며 엄마도 심한 불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소한 일에도 잠을 설칠 정도로 불안해하는데 약을 안 먹고 싶어 해서 그 불안을 모두 내게 쏟는다는 말까지.
그랬더니, 조울증은 후천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선천적인 영향도 그러니까 유전적으로 온 것도 큰 것 같다고 말해주셨다.
아, 속이 곪아간다. 이걸 엄마한테 말하면 언제 우리 가족이 무너질지 모르겠어서 말도 못 꺼낼 거면서 그들이 원망스러워 틱틱대게 된다. 엄마는 그런 내가 고깝나 보다.
선생님은 선천적인 조울증은 완치가 어렵다는 말을 삼키셨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현실적으로 독립을 권유하셨다. 현실적인 방법이 뭘까.. 아무 회사나 타협해서 들어가는 것이 먼저일까? 그러려면, 면접에 붙으려면 내 스토리를 내가 정리해야 한다.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해야 과정도 결과도 유의미해질 수 있다.
난 재벌도 연예인도 하나 안 부러운데 정신병을 진단받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이 참 부럽다. 그런 삶이 무엇일지 모르겠어서 질투가 나고 종종 눈물 나게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