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not charm my tongue...
『오셀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야고는 오셀로에게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거짓말한다. 이야고는 데스데모나가 떨어뜨린 손수건을 훔쳐서 카시오에게 보내고 이를 증거로 삼게 한다. 노란 손수건은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준 첫 선물이다. 오셀로는 질투와 분노에 휩싸여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의심이 더욱 증폭되어 결국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5막 2장은 숨가쁘게 흘러간다. 오셀로는 한밤중에 잠들어있는 데스데모나를 깨우고는 먼저 자신이 죄를 고백하라고 강요한다. 아무 죄도 짓지 않은 데스데모나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오셀로는 믿지 않는다. 결국 오셀로는 그녀를 목졸라 죽이고 마는데 죽기 직전 그녀가 에밀리아게 남긴 말(아무도 아니에요. 제 잘못이에요. 안녕히 계세요.)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죽으면서도 오셀로를 감싸려하고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의 죽음은 악인 이야고의 교묘한 조작과 오셀로의 질투와 오해에서 발생한 비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비극은 말이 어떤 오해를 낳고, 어떤 비극을 낳는지, 그리고 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읽을 필요가 있다.
"I will not charm my tongue; I am bound to speak."
입을 다물지 않겠어요. 말해야만 되겠어요.
『오셀로』 5막 2장의 에밀리아의 대사이다. "I will not charm my tongue." 너무 매력적인 표현이다. 혀에 마법을 걸다니. 마법을 건다는 뜻은 말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뜻, 침묵한다는 뜻이다. 이제 입을 다물지 않겠다는 것은 그동안 그녀는 남편 이야고의 억압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이야고의 아내이면서 데스데모나의 시녀이다. 이야고는 그녀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만 한다.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훔쳐오라는 이야고의 압박에 에밀리아는 어쩔수 없이 그 요구를 따르게 된다. 남편에게 순종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당시 여성의 낮은 지위를 보여준다. 에밀리아는 지혜롭고 정의감이 있어서 그녀가 만약 이야고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불행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남편의 계락에 넘어가 공범이 되었지만 5막 2장에서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녀가 이제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남편의 범죄를 폭로하는 것 이상으로, 평생 억눌린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뒤이어 나오는 문장도 시적이다. "be bound to~"는 "~할 의무가 있다" 는 뜻이다. 말할 의무가 있다는 건 무언인가를 말하겠다는 뜻,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의 말이다. 그녀의 양심과 도덕적 의무에 따라 반드시 말하겠다는 결단이 느껴진다. 극에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여성의 입으로 어떤 진실을 드러내겠다고 한 건 분명히 작가적 의도가 있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여성이 목소리를 내니 분명 울림이 있다.
에밀리아: 거짓말, 역겹고 저주받을 거짓말을 했어요.
맹세코 거짓말, 사악한 거짓말이에요.
마님이 카시오와 지조를 깼다고,
카시오와 그랬다고 말했어요?
이야고: 그래, 카시오와. 이봐, 입 다물어.
에밀리아: 침묵하지 않을래요. 말해야만 되겠어요.
마님이 여기 자기 침대에서 살해되었어요.
모두: 오, 하느님 맙소사!
에밀리아: 그리고 이 살인은 당신 말 때문에 생겼어요.
오셀로: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정말 사실이오.
그라시아노: 거 이상한 사실이군.
몬타노: 오 흉악한 행동이다!
에밀리아: 악행, 악행, 악행이다!
생각해 보니까 짐작 간다. 슬퍼 죽겠구나.
오 악행, 악행이다!
이야고: 아니, 당신 미쳤어? 집으로 가, 명령이야.
에밀리아: 여러분, 제가 말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복종해야 옳겠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이야고, 난 영영 집에 못 갈지도 몰라요.
각 인물들의 말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자. 오셀로의 말은 자기기만과 정당화를 내세운 말이다. 위 대사에서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정말 사실이오."라고 하는 오셀로의 말을 보면, 자신이 데스데모나를 죽인건 이야고의 말 때문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그는 아내를 죽이기 전에도 그녀를 "죽여야만 한다"고 반복하면서 살인을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하려고 했다.
데스데모나의 말은 용서의 말이다.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을 죽인 오셀로를 "내가 나 자신을 죽였다"고 말하며 그를 감싸려 한다. 여성의 자기 희생이 담긴 말로 이후 오셀로가 진실을 깨닫도록 하는 반전의 계기로 작용한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왜 이리도 나약하게 들리는지.
이야고의 말은 억압과 권력의 도구로 기능하는 말이다. "입 다물어." "집으로 가, 명령이야" 등의 간단한 말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억압적인 말에 익숙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야고는 5막 2장 후반부에 말을 거부하고 침묵을 선택한다. 자신이 에밀리아에게 강요했던 침묵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신의 말이 기능을 잃게 되자, 침묵으로 그 권력을 대치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 매우 비열하다. 오늘날 이런 류의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은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 보다는 끝까지 권력의 옷자락을 붙들고 있는 모습니다.
카시오: 존경하는 장군님, 전 원인 제공 안했습니다.
오셀로: 그 말을 믿으니까 용서해 주게나.
제발, 저 악마 인간에게 물어봐 주겠소.
왜 그렇게 내 영육을 덫에 몰아넣었는지?
이야고: 나에게 아무것도 물어보지 마시오.
당신이 아는 건 알고 있을 테니까.
난 지금부터 한마디도 안할 거요.
흔히들, 말한 대로 운명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데스데모나는 자신의 말처럼 끝까지 희생하는 모습으로, 이야고도 자신의 본모습처럼 끝까지 악인의 모습으로 결말이 난다. 그런데 에밀리아는 "I will not charm my tongue; I am bound to speak."(입을 다물지 않겠어요. 말해야만 되겠어요.)라고 말하기 전과 후가 다르다. 이전의 그녀는 자신을 억제하거나 침묵을 지켰던 반면,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자, 이야고의 악행을 폭로하고 진실을 드러내기로 결심한다. 이 말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 생명의 위협을 알면서도 진실을 밝히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다른 어떤 인물들에서 보이지 않던 변화와 발전된 모습이 그녀에게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그녀의 말은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전 시대를 통틀어 사랑받고 인정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어 여성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에서 여성들은 종종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갖춘 인물로 그려진다. 예를 들어,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베아트리체는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고 자신의 자유를 주장하는 캐릭터로, 성격이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십이야』의 비올라와 『베니스의 상인』의 포셔는 남장을 하고 남성의 역할을 대신하는 등, 당시 여성의 제약된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