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든 것은 춤을 춘다
생명이 태어난 순간부터 춤은 시작됐다
아기의 맑은 숨결을 들으면서 부모는 춤을 추고
엄마의 시선을 맞추면서 아기도 춤을 춘다
젊은 연인들도 춤을 추고
노부부도 춤을 춘다
기쁨과 설렘의 순간에만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
고통의 순간에도
우리의 모든 감정은 수없이 흔들리고
몇번이고 뒤섞이며 춤을 춘다
춤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멈춰 서있었던 감정이, 가라앉았던 감정이
몽글몽글 부풀어오르는 순간
비로소 알게 된다.
기억의 리듬을 타서
과거를 깨우고 현재를 흔들고 있음을
춤추지 않고 생겨난 것들은 결코 나아갈 수 없다
흔들리면서
떨리면서
요동치면서
긴장하면서
한발자국 나가게 되니
적막한 어스름 새벽의
푸른 기운이 스며들 때 깨달았다
심지어 생명체가 아닌 것들도 춤을 춘다는 것을
호수 위 하얀 안개가 춤을 춘다
아지랭이도 춤을 춘다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들도 춤을 춘다
낙수통에 떨어지는 빗방울도 춤을 춘다
소나무 사이로 흩날리는 눈발도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