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제인 오스틴에게 이륜 쌍두마차란?
제인 오스틴 소설 대부분에서 마차에 대한 묘사는 매우 세세하게 잘 되어 있어서 독자들은 당시의 마차들의 특징과 종류들을 잘 알 수 있다. 마차를 둘러싼 인물들간의 대화를 살펴보면서 책을 읽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준다. 마차는 부의 상징으로서 상류층의 사람들에게 필수품이었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 마차를 소유하거나 마차를 대여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마차는 누구나 소유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상당한 부를 가진 지주 계급과 상류층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중산층 이하의 마차가 없는 사람들은 마차를 빌리거나 걸어서 이동해야 했으니 불편함이 매우 컸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가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마차가 없어서 불편함을 겪는 장면을 보면 제한된 계급 사람들의 처지가 어떠했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여성들이 마차 없이 걸어다니는 것을 비난하는 일도 많았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가 아픈 언니를 만나기 위해 직접 걸어서 빙리씨의 집으로 갔을 때 빙리의 여동생들은 엘리자베스가 마차도 타지 않고 직접 걸어왔다는 사실을 비난한다. 또한 그녀들은 엘리자베스가 걸어오는 바람에 그녀의 드레스 밑자락이 더러워진 모습을 헐뜯기도 한다. 이처럼 마차는 신분과 경제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였고 상류층의 여성들은 이동시에 반드시 마차를 타야 하는 것이 국룰처럼 여겨졌다. <오만과 편견>의 빙리 씨나 다아시 씨는 마차를 소유한 부유한 남성들이다. 이 소설의 첫장면을 보면, 베넷 부인은 빙리 씨가 그들 이웃에 이사온다는 소식을 듣고 호들갑을 떨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쎄 여보, 당신도 알아둬야지요. 롱 부인 말로는, 네더필드 파크에 들어오기로 한 사람은 잉글랜드 북부 출신 청년이라는데, 대단한 재산 가래요. 월요일에 사두마차(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 와서 집을 둘러봤는데 아주 만족해하며 바로 모리스 씨와 계약했대요."(P. 10)
마차는 바로 그 사람의 지위와 재산을 말해주는 수단이다. 무려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오는 빙리 씨! 이 문장만을 보더라도 빙리 씨는 상당한 재산의 귀족임을 알 수 있다. 지위와 재산을 중요시하는 베넷 부인은 이웃에 새로 이사 오게 되는 빙리가 사두마차로 와서 집을 둘러봤다는 것을 듣고 그가 상당한 재력가의 귀족임을 알게 되고, 그가 자신의 딸들 중에 한 명과 맺어지기를 원한다. 콜린스 목사가 캐서린 영부인과 그의 딸에 대해 말하는 다음 대화에도 마차 이야기가 나온다.
자만심, 권위 의식, 오만함에 사로잡혀 있는 콜린스는 자신에게 목사직을 준 캐서린 영부인과 그녀의 딸 드 버그 양이 지체 높은 귀족이자 재산가라는 점과 자신이 그런 귀족과 친분이 있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쌍두 사륜마차를 타고 자신을 보러 왔다는 것을 굳이 강조하면서 말이다.
"(캐서린 드 버그 양은) 하지만 정말 상냥하셔서, 가끔 친절하시게도 작은 말이 모는 쌍두 사륜마차를 타고 저의 보잘것없는 처소에 잠깐씩 들르기도 하지요."(p. 98)
"그분(캐서린 영부인)께서는 절대 우리가 집에 올 때 그냥 걸어오도록 놔두지 않으신답니다. 그때마다 우리를 위해 당신의 마차를 준비해 주시지요. 당신의 마차 중 하나라고 해야 옳겠습니다. 그분께서는 마차를 여러 대 갖고 계시니까요."(p. 225)
윌리엄 경이 함께 머무는 동안에는 콜린스 씨가 장인을 자신의 이륜마차로 모시고 다니면서 지역을 구경시켜 드리는 데 낮 시간을 바쳤으나, 그가 떠나자 온 가족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p. 239)
응접실에서는 집 앞에 난 좁은 길을 잘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콜린스 씨 덕분에 그 길로 어떤 마차가 지나갔는지, 특히 드 버그 양이 사륜마차를 타고 몇 번이나 지나갔는지 알 수 있었다.(p. 239)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당시 귀족들의 여가생활 중에 그랜드 투어가 있었다고 한다. 그랜드 투어는 유럽 곳곳을 돌아보며 고대 유적을 살펴보고 그 도시에 머무르면서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활동이다. 보통 귀족들은 가정교사나 시중들 하인을 데리고 마차를 타고 투어에 나서기도 했는데, 이는 상당한 돈과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특권처럼 일부러 이를 즐기기도 했다. 귀족들은 오히려 마차를 자신들의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자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조건으로 생각하면서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톰소여의 모험』의 “Tom and the Fence(Tom의 울타리 페인트 칠하기 사건)” 에피소드의 마지막 문단에는 마차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두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기에 부자들의 특권이었으며, 자신의 특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마차를 몰고 다니는 부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There are some rich men in England who drive four-horse passenger coaches twenty or thirty miles in the summer, because the privilege costs them much money. But they would never do this if they were offered wages.
말 한 마리가 이끄는 마차인지, 두마리 혹은 네마리가 이끄는 마차인지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마차의 규모나 타는 사람들의 신분 등을 나타내 주기 때문이다. 이륜 쌍두마차 이상 만이 품격있는 마차로 인식하여 한마리가 끄는 마차는 타고 싶어하지 않은 여성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이였던 『설득』에는 마차에 대한 다소 웃음이 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앤의 여동생인 메리가 말 한마리가 끄는 이륜마차에 타고 싶어 하지 않는 장면이다. 요즘에도 멋있는 옷을 입고 작은 차에 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과시욕은 시대에 상관없이 같은가 보다. 이 소설에서는 이륜 쌍두마차는 신사의 마차라고 노골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이륜 쌍두마차가 나타났다는 말에, 찰스 머스그로그가 자신의 마차와 비교해 보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장면은 정말 큰 웃음을 준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둘 그 교차로에 다다랐을 때 마침 그 마차도 그 곳에 도착했다. 그것은 크로프트 제독의 이륜마차였다. 젊은이들이 얼마나 장거리 산책을 하는 중인지를 알게 된 그들은 친절하게도 가장 피곤한 여성분 한 사람을 마차에 태우고 싶다고 제안했다...머스그로브 씨 자매는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했고, 메리는 자기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은 것이 불쾌했거나, 아니면 루이자가 엘리엇 집안 특유의 것이라고 부른 그 자존심 때문에 말 한 마리가 끄는 이륜마차의 세 번째 승객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듯했다.(p.136)
그렇게 서둘렀음에도 네 명의 귀부인을 태운 머스그로브 씨의 사륜마차와 웬트워스 대령을 태운 찰스의 이륜 쌍두마차가 라임의 진입로인 긴 언덕길을 내려가다가 그보다 더 가파른 읍내의 거리에 이른 것은 정오가 훨씬 넘어서여다. (p. 143)
그들이 아침 식사를 거의 끝낼 무렵 마차 소리가 들려와서 일행의 절반 정도가 우르르 창가로 몰려갔다. 라임에 도착한 이후 처음 듣는 마차 소리였을 것이다. "신사의 마차, 이륜 쌍두마차에요. 하지만 뒷마당에서 여관의 정문으로 돌아 나가는 거네요. 누가 이 여관을 떠나는 모양이에요. 상복을 입은 하인이 마차를 모는데요." 이륜 쌍두마차라는 말에 찰스 머스그로브가 자신의 마차와 비교해 보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하인이 상복을 입고 있다는 말에 앤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157)
<노생거 사원>에서 사악한 존 소프는 캐서린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골적으로 마차 자랑을 한다.
몰런드 양, 제 이륜마차 어떤가요? 아주 깔끔하지 않습니까? 런던에서 제작되었는데 대단히 잘 빠졌죠. 손에 넣은지 한달밖에 안 된 겁니다.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에 다니는 친구의 주문으로 제작되었는데, 아주 좋은 친구죠. 몇 주 몰고 다니더니 없애 버리는 게 편하겠다고 여겼던가 봅니다. 마침 그때 저도 좀 가벼운 마차를 찾던 중이었죠. 쌍두 이륜마차를 사기로 거의 결심을 굳히고 있엇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학기에 옥스퍼드로 마차를 몰고 가던 그 친구를 매그덜린 브리지에서 딱 마주친 거죠. 그가 말하더군요. '아! 소프, 혹시 이런 작은 마차 필요하지 않아? 아주 최고인데 나는 아주 싫증이 나서 말이야.' 내가 말했죠, '아! 제기......그러지 뭐, 얼마면 되겠어?"(55)
제인 오스틴 소설에서 마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결혼, 경제력 확보, 이동과 자유 등을 상징한다. 인간관계의 복잡한 역학 관계처럼 그 상징은 매우 다층적이다. 그중에서 마차가 결혼을 통한 신분의 이동 은유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오만과 편견>의 베넷 부인은 자신의 딸과 다아시가 결혼하게 될 것을 알자 다음과 같이 소리친다.
세상에! 다아시 씨라고! 누가 그럴 줄 알았겠니! 그런데 정말로 사실이라고? 오 예쁜 내 새끼, 리지야! 엄청난 부자에 신분은 또 얼만 높아지겠니! 용돈이다, 보석이다, 마차다 얼마든지 갖겠지!(519)
<노생거 사원>에서 틸니 장군은 캐서린이 맘에 들어서 자신의 아들의 마차를 타도록 궈유한다.
장군이 남은 여행은 자기 아들의 무개 마차를 타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여 캐서린을 놀라게 했다. "날씨도 좋고 하니, 가능한한 캐서린 양이 시골 풍경을 많이 보기를 간절히 바란다."라는 것이었다. (203)
누구나 갖고 싶었던 이륜 쌍두마차, 오늘날의 이륜 쌍두마차는 무엇일까? 스포츠카는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