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읽는 100가지 방법

8. 수다스런 그녀들

by 제이오름

<오만과 편견>의 롱 부인은 이웃들의 삶을 궁금해 하고 각종 정보들을 물어다주는수다스러운 인물이다. 드라마로 치면, 약방의 감초와도 같은 조연이라 할 수 있다. 베넷 부인은 롱 부인이 이기적이고 위선적이라고 험담하면서도 롱 부인이 전해주는 각종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그녀의 의견을 그대로받아들이기도 한다.


"여보 네더필드 파크에 세 들 사람이 정해졌다는 소식 들으셨어요?" 어느 날 베넷 부인이 남편에게 물었다.

베넷씨는 못 들었다고 대답했다.

"정해졌답니다." 하고 베넷 부인이 말을 받았다. "롱 부인이 방금 왔다가 다 이야기해 주고 갔다고요."


롱 부인에게는 조카 딸들이 있는데, 그녀 역시 빙리 씨를 사위감으로 노리고 있다. 베넷 부인은 롱 부인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고,혹시나 그녀가 자신의 조카딸을 빙리 씨에게 먼저 소개 할까봐 불안하다. 딸들의 결혼을 둘러싼 이들 부인들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민감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둘째 딸이 모자에 장식을 달고 있는 것을 보다가, 베넷 씨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빙리 씨가 그것을 좋아하면 좋겠구나, 리지야."

"방문도 안할 텐데, 빙리 씨가 무얼 좋아하는지 알게 될 턱이 있나요." 어머니가 골이 나서 말했다.

"잊어버리셨나 봐요, 엄만. 무도회 때 만나게 될 거고, 롱 부인께서 소개해 주시기로 약속했잖아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롱 부인은 그런 일을 해줄 위인이 아니야. 자기 조카도 두 명이나 있잖아.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여자야. 그 여자한테 기대 안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고 베넷 씨가 말했다. "그 부인에게 빌붙지 않을 거라니 기쁘오." (13)


초반에 베넷 부인은 롱 부인이 미우면서도 그녀가 전해 주는 의견을 신뢰하며 다아시를 오만하다고 단정하고 만다.


"롱 부인이 어젯밤에 그러던데, 그 사람(다아시)이 자기 곁에 반시간 동안이나 앉아 있으면서, 글쎄,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는구나."

...

"빙리 양 말로는, 그분은 친한 사람들이 아니면 별로 말을 안 한대요." 하고 제인이 말했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한테는 아주 사근사근하대요."

"난 한마디도 안 믿는다. 얘야. 그렇게 사근사근한 사람이라면 롱 부인한테 말을 걸었을 거다. 그렇지만 왜 그랬는지는 짐작이 가. 다들 그 사람이 거만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하던데. 롱 부인이 마차가 없어서 무도회에 전세 마차로 왔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게 틀림없어." (30)


<이성과 감성>의 제닝스 부인은 롱 부인보다 좀 더 비중있게 나오면서 주인공들의 연애사에 깊이 개입하려 한다.

image01.png

마거릿의 총기가 늘 언니가 만족할 만한 방향으로만 발휘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저녁 파크에서 제닝스 부인이 그녀에게게 엘리너가 마음에 둔 청년의 이름을 대라고(부인이 전부터 캐내고 싶어 하던 문제였는데) 닦달하자, 마거릿은 언니를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 말하면 안 되는데, 말해도 돼, 엘리너 언니?"

이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엘리너도 같이 웃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기도 괴로운 노릇이었다. 마거릿이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잘 알았으니, 바야흐로 그 사람의 이름이 제닝스 부인의 상투적인 농담거리가 되려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니 속이 벌렁거렸다.

...

"어허! 오냐, 그래. 마거릿 양, 우리도 같이 알자꾸나."하고 제닝스 부인이 말했다. " 그 신사분의 이름이 무어냐?"(83)


수다스런 조연급의 인물은 <에마>의 미스 베이츠를 빼놓을 수 없다.하지만 미스 베이츠는 잘 웃고 수다스러운 인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에마의 사고 변화에 깊이 영향을 주게 되는 인물이다. 에마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있는 이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나이틀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조금씩인지해 간다.

소설 초반 에미스 베이츠는 친절하지만 말이 많아서 에마는 그녀를 분별력없고 경박하다고 조롱한다. 에마가 해리엇과 나누는 대화에서도 미스 베이츠를 에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러다간 결국 노처녀가 될 텐데요. 베이츠 양처럼!"

"네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모습이 그거구나, 해리엇. 냐거 베이츠 양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떨 것 같아? 매사에 어리숙한 데다 모든 게 마냥 좋고, 웃음이 헤프고, 하는 말은 하나같이 평범하고 지루하지. 분별력도 없고, 안목이랄 것도 없고, 자기 주변 사람과 관련된 얘기를 닥치는 대로 떠들어대는 그런 사람이 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하겠어. 하지만 베이츠 양과 나 사이엔 미혼이라는 것 말고 비슷한 점은 하나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135)


에마는 아버지 우드하우스씨,나이틀리,프랭크 처칠,미스 베이츠 등과 있는 자리에서 수수께끼 내기 놀이를 하는데, 놀이 중간에 에마는 미스 베이츠를 무시하는 심한 말을 하게 된다.


"어머! 그거 잘됐네요!" 베이츠 양이 외쳤다. "그렇다고 나도 걱정할 건 없을테니 말이에요. '정말로 지리멸렬한 이야기 세가지'라면 딱 저를 위한 거니까요. 제가 입만 열면 곧바로 지리멸렬한 이야기 세 가지가 나올 게 분명하니까요. 안 그런가요? (더 없이 선량한 표정으로 둘러보며 모두의 동의를 구했다.) 그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으세요?"

에마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아, 베이츠 양, 쉽지 않으실 거에요. 죄송합니다만, 이야기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한번에 세가지밖에 할 수 없거든요."

베이츠 양은 그녀의 예의를 가장한 태도에 속아서 곧바로 그 말뜻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깨닫고 난 후에도 화를 내진 못했다. 비록 살짝 붉어진 얼굴은 상첩다은 심정을 드러냈지만.(554)


이 상황을 지켜본 나이틀리는 나중에 에마의 무례함을 단호히 꾸짖는다.에마가 미스 베이츠의 무지를 조롱하듯이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에마가 자신의 잘못을 서서히 깨닫고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해가는 계기가 된다.


"에마, 이제껏 그랬지만 이번에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 허락해줬다기보다는 참아준 거겠지만 이번에도 그 특권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어. 당신의 잘못된 행태를 보고서 항의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야. 도대체 어쩌자고 베이츠 양에게 그렇게 모질게 군 거지? 부인 같은 성격, 나이, 처지의 사람에게 어떻게 재담이랍시고 그런 무례를 저지를 수 있느냐고! 에마, 설마 당신이 그럴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어."

돌이켜 생각해본 에마는 얼굴을 붉히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웃어넘기려고 했다. (560)


사실 제인 오스틴 소설 전반에 롱 부인, 제닝스 부인, 미스 베이츠 같은 인물이 한 명 이상은 꼭 나온다.소설 속에서 사교계의 배경음과 같은 이들 인물들은 제인 오스틴이 자신의 삶에서 경험해 봤을 인물들일것이다. 제인이 언니와 나눈 편지글들을 읽어보면 그들과의 교류도 그녀 삶에서 매우 중요했음을 알게 된다.

keyword
이전 07화제인 오스틴을 읽는 100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