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읽는 100가지 방법

10. 순회도서관을 아시나요?

by 제이오름

제인 오스틴 시대에는 소설 독자의 증가로 순회도서관(circulating library)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 영국의 리전시 시대(Regency Era)는 조지 3세 시대 (1811~20년 까지의 기간)를 가리키는데, 이때 조지 3세의 아들인 조지4세가 섭정을 했다. 순회도서관은 18세기 말부터 확산되었는데, 섭정 시대에 더욱 번성한다. 유럽에서는 섭정시대에 패션 양식이나 건축, 인테리어의 양식이 크게 발전했는데, 순회도서관도 이때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순회도서관은 단지 책을 빌리는 장소를 넘어서, 당시 중산층과 여성 독자들의 독서 문화가 반영된 곳이었다. 누가 주요 고객이었을까. 책을 살 여유는 없지만 읽고 싶었던 중산층 젠트리 계급의 여성들이었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 독서를 즐기는 중산층이 증가했기 때문에 자연히 18세기, 19세기에 순회도서관이 인기를 끌 수 밖에 없었다.

image06.png 순회도서관의 풍경, 출처:https:janeaustensworld.com

보통 순회도서관은 바스처럼 부유한 고급 휴양지에서 많이 생겨났는데, 사람들은 휴가를 즐기고 요양을 하기 위해 이런 곳을 자주 찾았다. 1801년에 영국에는 천개의 순회도서관이 있었다고 한다. 순회도서관의 증가와 함께 책을 파는 가게(book shop)도 더불어 증가했다. 당시 3권짜리 소설책의 가격은 오늘날의 가격으로 치면 100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이런 비싼 가격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소설책을 구입하지 못했지만 순회도서관으로 인해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맨스필드 파크>의 제2판을 걱정하면서 제인오스틴은 "사람들은 책을 사기 보다는 빌려보고 싶어 할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제인 오스틴 소설이 출판되고, 소설이 인기를 끈 데에는 순회도서관이 한 몪 했다. 제인 오스틴은 에그턴이나 미너바 같은 출판사와 계약했는데, 이들 출판사는 종종 순회도서관과도 계약을 맺어 신간을 유통시켰다고 한다. 그러니 아마도 제인 오스틴의 초기 독자들은 대부분 순회도서관의 회원들이었을 것이다. <오만과 편견>(1813)은 당시 순회 도서관 대출에서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순회도서관의 중심 독자층이 여성이었으니 당시 출판된 소설의 대부분도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결혼, 계급 문제 등을 다루거나, 고딕, 로맨스 취향을 반영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이런 열풍에 대한 패러디와 풍자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노생거 사원>에 잘 반영되어 있다. 다음은 헨리 틸니와 그의 누이 엘리너, 그리고 캐서린 몰런드와 대화 내용이다.


"엘리너, 폭풍은 네 머릿속에만 있는 거야. 착각은 자유라지만, 터무니없네. 몰런드 양이 말하는 끔찍한 것은 곧 나올 새 출판물 정도야. 세 권짜리 12절판, 권당 276면, 표제 옆에 두개으 묘석과 한 개의 등잔불이 그려져 있고, 이제 알겠어? 그리고 몰런드 양, 어리석은 누이가 당신의 명명백백한 표현을 오해했어요. 당신은 런던의 공포스러운 것에 대해 말했는데, 이런 말들이 순회 도서관을 두고 하는 말일 뿐이라는 것쯤은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챘을 텐데, 제 누이는 그게 아니라 성 조지 필즈에 3000명의 군중이 운집하는 장면을 상상 상한 거죠. (146)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유행을 따라가는 공간이기도 했다. 왜 순회도서관이 휴양지 중심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처음 오는 사람들도 찾기가 수월해야 하니까 말이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그 곳에서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아니면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던 것이다. <오만과 편견>의 막내 리디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브라이튼을 자주 방문하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마 그곳의 순회도서관도 찾아가지 않았나 싶다.


18세기 말, 요크셔 주에 위치한 휴양지인 스카보로(Scarborough)에는 유명한 순회도서관이 몇 개 있었고, 이런 이유로 도시의 인구가 팽창하기도 했다. 제인 오스틴은 바닷가 휴양지에 있는 순회도서관(예를 들어 샌디튼의 순회도서관 등)의 매력과 인기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이 언니인 카산드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런 순회도서관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그리고 사우샘프턴(Southampton)에 있는 순회도서관은 특별히 찾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순회도서관이지 않을까. 카산드라 오스틴(제인 오스틴의 언니)은 브라이튼에 있는 Royal Colonade 도서관의 정기구독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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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당시 도서관의 고객은 2기니만 내면 2권을 대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책 한권을 살 수 있는 가격이면 1년에 26권을 빌려볼 수 있으니 당연히 순회도서관을 이용했을 것이다. 1800년대에 소설의 판권은 영국의 주요 도시나 마을의 순회도서관에 팔렸는데, 이것이 하나의 사업으로 번성하기까지 한다. 당시 생계비에 비해 책을 사는 가격이 높았던 이 시기에 책 판매도 증가한다. 순회도서관은 이렇게 출판 시장을 번성하게 만들고 독자들이 정기구독권을 끊어서 책을 대출할 수 있도록 장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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