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읽는 100가지 방법

9. 결혼관의 차이

by 제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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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소설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결혼을 한 인물은 누구일까. 자신의 소신대로 결혼을 한 인물은 누구일까.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결혼관에 있어서 오늘날과 다른 부분은 무엇일까. 등등 여러 의문이 떠오른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 상, 중간층의 젠트리 계급 여성들이 맘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무도회 참석이 필수적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이 상류층인 귀족 계급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무도회에서였다. 행여나 무도회 행사가 취소될까봐 노심초사하는 여성들도 많았고, 대놓고 무도회를 열라고 조르기도 했다. 남자들은 사교를 위해 여성들에게 춤을 권하고, 여성들은 선택받기 위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잘 보여주려고 한다.


다아시는 자기 생각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윌리엄 루카스 경이 말을 걸어올 때까지 그가 옆에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못했다.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매력있는 오락입니까. 다아시씨!....결국 춤만 한 것은 없지요.....춤이란 세련된 사교계에서 첫째가는 고상한 오락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39)


그녀들은(캐서린과 리디아) 네더필드를 방문하는 동안 내내 저희들끼리 속닥거리고 있었는데, 결국 막내인 리디아가 처음 이사를 왔을 때 네더필드에서 무도회를 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빙리 씨를 졸랐다.(66)

무도회에서 추는 춤의 횟수는 관심의 정도를 반영한다. 지위와 재산이 높은 사람에게 선택된다는 것은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녀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상황이 보장됨을 의미한다. 소설 초반에 빙리 씨와 다아시 씨가 무도회에 등장했을 때 그들이 누구에게 춤을 권하는지 주목하는 장면을 보면 이것을 잘 알 수 있다. 제인은 빙리에게 두 번 춤을 권유 받았으나, 엘리자베스는 다아시 씨에게 한번도 권유받지 못한다. 빙리와의 대화에서 다아시는 "남자에게 관심받지 못하는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엘리자베스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녀는 다아시 씨가 매우 오만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럭저럭 봐줄만은 하군. 그렇지만 내 구미가 동할 만큼 예쁘지는 않아. 그리고 난(다아시) 지금 다른 남자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여자들을 우쭐하게 해줄 기분이 아니네. 자넨 돌아가서 파트너의 미소나 즐기라고. 괜히 나하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말이야."(20)


흥미로운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아무나 사교계로 진출했던 것은 아니다. 일종의 원칙과 룰이 있었다. 가장 큰 딸이 결혼 한 뒤에야 동생들이 사교계에 진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린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되면 자리 배석 등에서 높은 위치에 앉도록 해 주었다. <오만과 편견>의 소설 곳곳에 이런 장면들이 나온다.


윌리엄 경은 언제든 콜린스 씨가 롱본을 소유하는 날에는 콜린스 씨 부부가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국왕을 알현해 마땅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요컨대 온 가족이 각가 나름의 이유로 기뻐했다. 여동생들에게는 이 결혼 덕분에 한두 해 먼저 사교계에 나설 희망이 생겼다. (176)

"동생들 중에도 사교계에 선보인 아가씨가 있나, 베넷 양?"

"예, 부인(캐서린 영부인), 모두 나가고 있습니다."

"모두! 뭐라고. 다섯이 다 한꺼번에 나간다고? 참, 별일이군! 아가씨가 겨우 둘짼데 말이야. 언니들이 결혼도 하기 전에 동생들이 사교계에 출입을 하다니! 동생들이 틀림없이 아주 어릴텐데?"(236)


제인 오스틴 시대의 결혼은 오늘날의 결혼관과 어떻게 다를까. <오만과 편견>에서 보여지는 결혼관은 과도기적 사회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18세기 영국 사회 여성들의 결혼관 및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근대적인 가치관으로 변화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상속할 재산이 없는 여자들에게 전통적으로 결혼은 개인의 성격이나 사랑을 고려한 것이기 보다는 재산과 지위를 우선시하는 정략결혼의 성격이 강했다. 상류층의 결혼도 마찬가지로 사랑에 기반하기보다는 가문과 가문을 이어주는 결혼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의식 있는 일부 여성들은 재산과 지위보다는 사랑과 인격에 근거한 결혼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갖춘 남성을 만나고자 한다.


베넷 부인과 캐서린 영부인은 결혼에 있어서 재산과 지위가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다음의 베넷 부인의 말과 캐서린 영부인의 말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빙리 씨는 당신을 보면 반가워할 거고, 또 내가 당신 편에 몇 자 적어 보내겠소. 우리 딸과 결혼하는 데 진심으로 동의한다. 그 중 누구를 골라잡아도 된다고 말이오. 귀염둥이 리지를 추천하는 말 한마디쯤 더 끼워 넣게 되겠지만."(11)

"이럴 수가! 하느님도 고마우셔라! 생각해 보렴! 세상에! 다아시 씨라고! 누가 그럴 줄 알았겠니! 그런데 정말로 사실이라고? 오, 예쁜 내 새끼, 리지야! 엄청난 부자에 신분은 또 얼마나 높아지겠니! 용돈이다, 보석이다, 마차다 얼마든지 갖겠지! 거기다 대면 제인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아니고말고!..."(519)


베넷 부인은 경제적으로나 지위상 자신의 딸들이 이웃에 이사온 빙리 씨나 다아시 씨에게는 매우 모자라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다섯 딸들이 재산과 지위가 있는 가문의 사람과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음은 자신의 조카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등장한 캐서린 영부인의 말이다.


"내 딸과 조카는 서로 천생연분이야. 두 사람 다 외가 쪽은 똑같은 귀족 가문 출신이고, 친가 쪽은 작위는 없지만 점잖고 명예로우며 유서 깊은 가문이지. 양가 모두 재산도 굉장하지. 각자의 집안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아서 서로 맺어져야 한다는데, 무엇이 둘을 갈라놓겠다는 건가? 가문도 친척도 재산도 변변찮은 젊은 여자 하나가 건방지게 튀어나와 가지고. 이걸 그냥 두고 봐야겠다고! 그래서는 안되지, 안되고 말고. 아가씨한테 무엇이 득인지 지각이라도 있다면, 아가씨가 자라온 테두리를 벗어나길 원치 않을 텐데."(p. 488)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사랑의 가치를 우선에 두고 자신의 소신을 따라 선택한 남자들과 결혼을 하는데, 이는 집안과 지위, 경제적 상황을 가장 우선시 했던 전통적인 결혼관에서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재산과 지위 등의 조건을 아예 무시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의 결혼은 단지 신데렐라적인 결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근대적인 가치관과의 타협을 반영한 사랑과 조건을 모두 찾아 나선 개인의 노력으로 보인다. 다아시의 사고도 점차 변화되는데, 편협된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면모를 보인다.


"애를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 봤자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열렬히 사모하고 사랑하는지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67)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차츰 없애고, 그를 제대로 보기 시작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녀는 이제 그가 성품에서난 재능에서나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남자임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지력과 성품은 자신의 것과는 다르지만 자신의 온갖 바람을 충족시켰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을 결합이었다. 자신의 편하고 활기있는 태도로 그의 마음은 부드러워질 것이고 태도는 개선될 것이며, 그의 판단력, 지식, 세상에 대한 식견으로 자신은 매우 소중한 이익을 얻게될 것이었는데.(427)


그런데 당시 대다수 여성들은 이런 결혼관을 소신있게 갖지는 못했다.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샬럿의 결혼은 당시 젠트리 계급의 여성이 처한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샬럿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과 신뢰에 기반을 둔 결혼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샬럿은 자신의 부족한 모습, 현실의 어려움을 잘 파악한 뒤 매우 합리적이고 실리를 추구하는 결혼을 택한다. 엘리자베스는 처음에 샬럿의 결혼에 충격을 받게 되지만, 차츰 그녀가 이런 결혼을 선택한 이유를 이해하며, 샬롯의 선택을 존중하게 된다.


콜린스 씨는 똑똑한 사람도, 함께 있기에 즐거운 사람도 분명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지루했고, 그녀에 대한 그의 애정도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남편을 갖게 될 것이었다. 남자나 혼인관계 그 자체를 중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은 언제나 그녀의 목표였다.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재산이 없는 아가씨에겐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 줄 행복 여부가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결혼만이 가장 좋은 가난 예방책임이 분명했다. 이제 마침내 그 예방책을 손에 넣은 것이니, 스물 일곱의 나이에 한번도 예뻐 본 적이 없는 여자로서는, 이번만큼은 정말 운이 좋다고 느꼈다. (p. 177)


재산과 지위에 근거한 전통적인 결혼관, 사랑과 신뢰에 바탕을 둔 근대적 결혼관 모두에서 벗어나 충격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들도 있다. 본능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고 이성을 망각한 채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는 리디아의 결혼이 바로 그런 결혼이다. 리디아와 위컴의 결혼은 정말 '이런 결혼은 안돼'라는 제인 오스틴의 작가적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 미숙한 선택을 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가 덜 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성숙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성보다 충동에 따르는 결정을 하게 된다. 다음에서 볼 수 있듯이, 엘리자베스는 아버지 베넷씨에게 리디아를 단속하라고 하면서, 리디아의 성격적 결함을 지적한다.


"아버지께서 나서서 걔(리디아)의 걷잡을 수 없는 성격을 단속하고, 그런 식으로 남자들을 쫓아다니면서 인생을 보낼 거냐고 타이르지 않으시면, 걔는 곧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질 거에요. 성격은 굳어버릴 것이고, 열여섯 나이에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웃음거리고 만드는 아주 호가 난 바람둥이가 될 거에요. 그것도 천박하기 짝이 없는 최악의 바람둥이말이에요."(323)


리디아처럼 결함있는 성격과 자질에서 기인한 결혼은 실패를 초래하게 된다. 리디아가 언니 엘리자베스처럼 외숙모 가드너 부인의 말을 잘 들었으면(엘리자베스는 가드너 부인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위컴과의 만남에 거리를 두기도 한다)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엘리자베스처럼 새로운 질서로 이동하는 사회의 흐름을 잘 알고, 개인의 노력으로 성격적 결함을 이겨내고 자신의 소신과 성숙한 판단으로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함을 깨닫게 해준다. 인물이든, 주제든, 어느 한 쪽으로 경박하게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가장 영국적인 모습에 가까운 소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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