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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영 Nov 20. 2015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내 삶의 '결정적 순간' 찾기

인간은 누구나 찰나를 살아간다. 이 찰나의 순간이 모여 삶이 되고 인생이 된다. 매 순간은 우리가 나눌 수 없을만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만한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 순간은 마치 삶의 연속적인 나날이 아니라 하나의 독보적인 날, 순간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보통 이 순간을 삶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찰나가 영원이 되는 순간이 있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이란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사용하면서 우리 삶에 깊이있게 파고든 단어 중 하나이다. 그는 "결정적 순간이란 렌즈가 맺는 상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이 시간을 초월한 형태와 표정과 내용의 조화에 도달한 절정의 순간"이라고 말하며 셔터가 눌리는 찰나의 순간에 포착되는 장면의 수많은 의미를 단 하나의 단어로 함축해 표현했다.


그리고 2010년 2월 12일. 나는 5년 전의 결정적 순간을 기억한다.


CJ E&M 대회의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그 짜릿했던 순간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발표를 하기 전 날밤, 나는 뚠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다음날 있을 프레젠테이션에 빠져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스쳐는 이렇게, 말은 저렇게, 가슴이 쿵쾅대고 두근거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기 전 날 기분이 이랬었던가, 아니면 중학교 시절 새학년 새학기때 기분이 이랬었던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기분좋은 긴장감에 휩싸여 몸둘바를 몰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름 사람들도 잘 웃기고 박수를 받으며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의 희열이란! 태어나 처음으로 '이런 것이 바로 희열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대중 앞에서 말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눈 앞에 있는 기회를 열심히 좇으며살아왔는데,
그것이 어쩌면 하나의 길이었던 건 아닐까.


프레젠테이션을 끝낸 밤에도 나는 역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대중들이 나를 쳐다보던 눈빛, 대중들의 반응, 질문에 대답한 나의 말들, 마지막으로 울려퍼지던 박수소리까지. 그 모든 것은 여전히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나는 며칠동안 그 날의 프레젠테이션을 생각하며 길을 가다가도 피식, 웃곤 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나는 꼭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해야겠구나."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한창 고민하던 시절, 친한 교수님에게 상담을 하며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교수님, 제가 얼마 전에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인생의 첫 '희열'을 맛봤거든요. 그래서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데... 그런데 그런 직업은 없겠죠?" 약 5년 전만해도 전문 프리젠터(Presenter)란 전문 직종도 없었거니와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이 지금처럼 크지도 않았다. 교수님 역시 그런 직업이 어디에 있느냐며 손사래를 쳤고 나는 다른 진로로 방향을 고민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말인데 내가 지금 그 자리에 서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5년 전에 겪었던 그 사건의 충격이 어쩌면 지금 나를 이 자리까지 끌고왔는지도 모른다. 내 세포 하나 하나에 각인되어 있던 그 어떤 기억과 직관이 '프리젠터'라는 단어에 마력을 느끼고 지금의 자리로 오도록 나의 무의식을 조종했는지도 모른다. 벌써 3년차 프리젠터로 실전에서 몸소 뛰고 있는 나를 보며, 과거 내가 했던 말들을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눈 앞에 있는 기회를 열심히 좇으며살아왔는데, 그것이 어쩌면 하나의 길이었던 건 아닐까. 점과 점으로 나눠져있는 기회에 탑승하려고 애를 썼고 올라탄 뒤에는 과연 이 길이 맞는 것인가 항상 고민하며 살아왔는데, 어쩌면 그 점과 점이 연결되어 하나의 선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작성자/ 채자영

페이스북 페이지/ 스토리젠터, 채자영입니다 https://www.facebook.com/storysenter

팟 캐스트/ 스토리젠터 채자영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http://www.podbbang.com/ch/9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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