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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제국, 왜 로마인가?

좋아하서 하는 공부 <로마편 > 그 시작에 부쳐

by 채자영


2017년 한 해, 생의 가장 큰 사건이라면 단연 '결혼'이다. 작년 프랑스 파리에서 누구보다 큰 감동을 받고 돌아온 우리는 신혼여행지로 '이탈리아'를 선택했다. 이탈리아에 다녀온 거의 대부분의 지인들이 말하길 "파리가 그렇게나 좋았다면 이탈리아는 아마 더 사랑스러울 것"이라고 호언 장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런 의심도 없이 우리는 이탈리아로 떠났다.


로마는 이탈리아 여행지의 마지막 목적지였다. 보통 여행길에 오르기 전, 관련된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떠나기 마련인데 이번 여행만큼은(아니 대부분의 신혼여행이 그렇듯) 거의 어떤 준비도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첫 날 로마에 도착한 뒤 테르미니 역에서 만난 로마의 첫 인상은 그닥 유쾌하지 않았다. 워낙에 악명 높은 로마의 소매치기 그리고 가지각색의 수법으로 물건을 빼앗아가는 히피들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우리는 한 껏 가방을 앞으로 메고 두 손으로 캐리어를 꼭 쥔 채, 길을 걸었다. 테르미니 역 뒷편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허공에 대고 신나게 웃으며 이야기를 떠드는 부랑자의 모습조차 나에겐 꽤나 큰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세상엔 참 미친 사람이 많은 거 같지?


역 주변 호텔에 무사히 짐을 풀고 로마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첫 날은 언제나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두렵고 겁이날 때마다 나에게 속삭이는 건, '여기도 다 똑같이 사람들 사는 공간인데 뭘.'라는 말뿐이었다. 부랴부랴 허기를 채우고 로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콜로세움으로 갔다. 그 유명한 콜로세움이 저 멀리서 어렴풋이 고개를 내밀 때마다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콜로세움을 마주한 우리는 그 웅장함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화창한 하늘이 반기던 로마의 첫 날 마주한 콜로세움의 모습 (2017.11)


하지만 감흥은 거기까지였다. 콜로세움이니 포로 로마노니, 그 어떤 공부도 하지 않고 마주한 콜로세움은 그저 웅장한 건축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역시나 이런 무지한 상태로 콜로세움을 들어가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그 넓은 콜로세움을 빙 둘러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우리처럼 방황하는 무리에게는 여행사 직원들이 다가와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엄청난 인파가 콜로세움과 포로로마노 주변을 가득 채웠다. 나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로마라는 나라에는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걸까?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 '로마'라는 도시에 몰려드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 밤을 새워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짧고 간결하게 각각의 스팟에 대해 잘 설명해 놓은 여행책을 훑어본 뒤,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본 다큐멘터리는 대략 이런 것들이다.




혹시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로마에 대해 처음으로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면, 아래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대로 보면 좋다.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세부적인 이야기로,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조금 더 교육적인 이야기 순서로 배치해 봤다.


* 로마 제국 첫 번째 이야기 (EBS)

https://www.youtube.com/watch?v=4yE9Vkz10CQ

(10분 만에 로마의 탄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빠르고 쉽게 - 로마의 역사에 대해 알려준다. 로마에 대해 1도 모른다면, 이 10분 영상을 추천한다.)



* 세계테마기행 - 이탈리아 문명 기행 1부, 로마제국, 위대한 탄생 #1

https://www.youtube.com/watch?v=ishnhanIb1k

(송동훈이라는 문명여행작가와 함께하는 '여행기'같은 다큐멘터리로, 다큐멘터리의 시작이 로마의 가장 큰 적수였던 카르타고의 '한니발' 흔적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모두가 로마의 탄생부터 이야기하는데 반해 스토리가 있는 구성으로 좀 더 재미있게 로마사를 이해할 수 있다. 송동훈이라는 작가의 시선을 빌려 듣는 로마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요것도 시리즈로 있으니 다음편은 이어서 보시길!)



* EBS 다큐프라임 - Docuprime_[위대한 로마] 황제들의 정치무대 - 콜로세움_#001

https://www.youtube.com/watch?v=QoqqgQVvWk4&index=6&list=PLUMrtl4SzzpY1sosd8GS3SQywhxqNKZI9


(#001편부터 #005편까지 콜로세움에 대한 내용이다. 가장 생생하게 콜로세움을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로 이 영상을 보고 만난 콜로세움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꼭 봤으면 한다! 강추 별 다섯개)



* [김상근의 르네상스 인문학 산책] 10강 - 로마제국은 왜 쇠퇴했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Pq5I8SxHPYU&t=2022s

(참고로 이 교수님이 출연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관련 EBS 다큐멘터리도 굉장히 재미있으니 관심있으면 보길 권한다. 교수님의 캐릭터가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아래에 연달아 있음 )


*세계테마기행 - 이탈리아 르네상스 기행 1부- 신에서 인간으로, 르네상스_#001

https://www.youtube.com/watch?v=qBp89be2PNQ


* EBS 다큐프라임 - Docuprime_강대국의 비밀 1부- 로마시민권_#001

https://www.youtube.com/watch?v=0YNphB23Xk0

(로마가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수많은 민족이 로마에 찾아오는 이유는 과거 로마의 위대한 포용력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Discovery Channel다큐,한국어 로마의 역사 The Surprising History of Rome KOR KT

https://www.youtube.com/watch?v=FOZU9BbXGuQ&t=1360s

(좀 더 다양한 시선으로 로마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다큐멘터리.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의 역사는 귀족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다큐는 로마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반 하층민들의 시선에서 로마인의 삶을 바라볼 수 있다. 오랜만에 듣는 어색한 더빙과 두 외쿡인 아재들의 재연 연기도 나름 재미있다.)




늦은 밤까지 로마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들으니, 지금 내가 누워있는 호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길을 걷다 문득 만나 놀래키는 부랑자와 미친자는 더이상 내 신경거리가 되지 않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빨리 콜로세움을 만나고 싶었다. 이른 아침,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호텔을 나섰다. 그렇게 다시 찾아간 콜로세움은 어제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웅장한 모습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열정과 쾌락과 증오, 환희와 기쁨, 승리와 패배, 삶과 죽음까지 인간사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는 이미 로마의 스토리에 매료되어 있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모범이 될 수 있는 정치 이야기부터 가장 잔혹하고 선정적인 그 뒷 이야기까지 천 년의 역사가 이어져온 로마에는 이미 인간사의 모든 스토리가 가득했다. 그때 깨달았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 '로마'라는 도시에 왜 찾아오는지. 그들은 로마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다.


그래서 시작해보려고 한다. 좋아서 하는 공부 <로마편>으로 로마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고, 보고, 만나고 이 공간에 공유하려고 한다. 유럽을 제패한 천 년의 제국, 로마. 그 이야기를.



2017.01.01. 월요일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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