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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영 Feb 09. 2019

WAYS OF SAYING

취향관에서 '말'에 관한 살롱을 열었다

취향관은 오픈 때부터 인연이 되어 응원하는 마음으로 늘 지켜보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드디어 생겨야할 곳이 생겼다면, 세상에 탄생해야 할 것이 탄생했다면, 그 가치를 세상이 알아주길 바랐다.


취향관은 멤버쉽으로 운영되는 살롱으로 3개월, 6개월 간의 멤버쉽을 신청하면 그 사이 자유롭게 마련된 공간을 드나들며 차를 마시기도 하고, 작업을 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곳이다. 대화에 특별한 주제는 없다. 그저 모인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다. 다만 멤버들이 친해질 수 있고 하나의 주제로 서로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살롱이 준비되어 있다. 타인과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 사회에 나와보니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어떤 의견이 발현되고 그 발현된 의견이 많은 이들의 동의를 얻으면 사회적  아젠다가 된다. 지금 우리의 삶에 결핍되고 필요한 것들, 지금 잘못된 것들은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인 공론의 장에서 건강하게 토론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고, 건강한 공동체가 해야할 일이다. 취향관이 생기고 이를 만든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금은 거창하게 들릴지 몰라도) 드디어 건강한 공동체의 장이 만들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취향관에서 '말'에 관한 살롱이라니. 어떤 이름으로 어떤 내용으로 살롱을 열어볼까 많은 생각을 했다. 이 글은 첫 살롱을 마치고 돌아온 뒤 적는, 나의 한풀이 같은 글이다.


어떻게 말하느냐 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


먼저 취향관의 케이트와 나는 종종 만나 '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말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늘 말의 본질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케이트는 취향관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말의 소중함을 점점 더 절실히 느낀다고 했다. 말은 결국 생각의 표현이고, 말은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그 본질이고, 더욱 중요하다는데에 우리의 생각은 일치했다.


마침 말의 본질을 배우고 싶어 찾아간 '수사학'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고, 케이트 역시 수사학에 대해 깊은 공감을 했다. 지난 3월에는 수사학회 교수님들과 함께 취향관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짧게나마 내가 느꼈던 '위로의 학문'을 직접 전해줄 수 있는 연결의 기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번 살롱을 기획하게 되었다. 말의 스킬 보다는 그 안에 있는 생각, 말의 본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가져보고 싶었다. 너무 묵직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향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말의 본질에 대한 각자의 시선을 나누는 자리가.  



WAYS OF SAYING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말하기


이 살롱은 그렇게 탄생했다. 살롱의 이름을 지을 때도 많은 고민을 했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존 버거의 <WAYS OF SEEING>을 오마주해 만들었다. 감명깊게 읽은 존 버거의 이 책은 이런 구절로 시작한다.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보는 행위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결정해 준다. 우리는 우리 주위를 에워싼 이 세계를 말로 설명하고는 있지만, 어떻게 이야기하든 우리가 보는 이 세계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 사실은 말하기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지만 나는 결국, 사람들이 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각자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말에 대한 말하기. 곧 말에 대한 생각과 시선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면 말의 본질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을 보는 행위를 통해 지금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리고 덧붙여 이 살롱에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1) 내 안의 말을 의심없이 바라보는 경험

2) 침묵에 대한 두려움과 생각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경험

3) 내 안의 말을 꺼내어 직접 나눠보는 경험



2시간 안에 진행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8명의 사람들과 온전히 '나'를 바라보고 '타인'을 바라보고 '말' 그 자체를 바라보고 싶었다. 나는 위의 3가지 질문을 함께 준비했다.


말이란 무엇일까요?


가장 나누고 싶었던 주제. '말'이란 과연 무엇일까. 말의 본질은 뭘까에 대한 대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대화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언어로 자신의 말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가장 원초적인 증거.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실시간으로 전해들을 수 있는 것.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것. 진실이기도 하면서 거짓일 때도 수없이 많은 것. 생각보다 자제하기 힘든 것. 주워 담을 수 없어서 나 자신에게나 상대방에게 지속되는 상처로 남기도 하는 것. 하지만 또 진심을 전달할 때 필수적인 것.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을 최대한 객관화 시켜 전달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
표현과 소통.
침묵을 위한 말: 40%,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말: 10%,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말: 30%, 봄심을 숨긴 말: 20%.
소통 방식의 하나.
그 사람의 민낯.
한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


나는 과연 뭐라고 말했을까? (나의 정의는 다음 살롱이 끝난 후에 이야기하겠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늘상 '나를 위한 언어' 즉 '나를 위한 말'에 집중해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위한 말'을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타인을 위한 말에 종속되어 나를 위한 말을 하고 있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을 위한 말'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배려의 말'도 우리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기애타(愛己愛他)
진심으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비로소 남을 사랑하고 이롭게 할 수 있다.

도산 안창호


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애기애타(愛己愛他), 즉 내가 바로서야 타인과의 올바른 소통도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다.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하기에, 내가 제대로 설 수 없다면 결국 모든 것은 엉망이 되고만다. 그러니 타인을 위한 말 보다는 나를 지키는 말이 우선순위에 오는 것이 맞다.





이어서 사람들과 위로의 말, 기쁨의 말을 나누었다. 생각보다 가벼워보일 수 있지만 이 질문을 준비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지난번 수사학회 임원회의에서 전 회장이신 하병학 교수님이 한 이야기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말이 낳는 갈등과 상처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럴 수록 우리는 위로의 말, 용기의 말, 따뜻한 말을 찾아야 합니다. 세상에 더 많은 ‘명문’을 탄생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말’이라는 것이 어떠한 따뜻한 밥 한 끼 보다도 더 좋은 식사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오늘날 말이 낳는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위로의 말, 용기의 말, 따뜻한 말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지난 나의 경험과 상황을 돌아보며 내가 듣기에 좋은 말을 '발견'하고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다음 번에 타인과 대화를 나눌 때 '이런 말들이 위로의 말이었지'하고 마음 속에 작은 배려의 공간이 생겨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위로의 말은 바로 이거였다.


때론 무모함에서 역사가 시작되죠!


아, 이 말은 진정으로 세상의 모든 도전자들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나도 이 말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고 조금 더 무모해지고, 실패하고, 깨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말을 내 가슴에 넣어두었다. 무모함에 치를 떨고 있을 누군가에게 다가가 꼭 이 말을 해주리라.





물론 아쉬운 점도있었다. 사람들은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었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기꺼이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전제 하에 이 살롱을 준비했지만 실상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 앉아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탓이다.


취향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성향인지 제대로 파악한 후에, 어떤 주제로 짧은 시간 안에 더 깊이있게 나눌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서로의 대화를 조금 더 편안하게 나눌 수 있을지, 이 부분은 내가 조금 더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내가 원하는 온전한 대화의 모습. 누군가의 말이 가치 평가 당하지 않고, 누가 어떤 말을 하든지 간에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고, 그 사람의 말에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는 눈빛이 있는, 그런 이상적인 대화의 장으로 어떻게 더 다가갈 수 있을지 말이다.



2월 23일에 있을 두 번째 살롱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WAYS OF SAYING.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말하기


쉴 새 없이 말하고 소비되는 언어들 사이에서 '말의 본질'은 무엇인지 늘 궁금했습니다. 내 안의 말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과 함께 말을 통해 치유 받았던 경험을 나누며, 말의 본질에 조금 더 다가가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다른 그 누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선으로 말의 본질을 함께 탐닉합니다.


참여방법]

오시기 전, 말의 본질이 무엇인지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세요.

쉽게, 가볍게 혹은 무겁게 진중하게 어떤 것이든 괜찮습니다.


Guide]

채자영

세상에 탄생한 모든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한국수사학회에서 말의 본질을 탐색하고 있는 국문학도 기획자입니다.


모집인원]

8명



취향관 https://www.project-chwihyang.com/

스토리젠터 Facebook https://www.facebook.com/jayoung.chae.5

스토리젠터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5KhXOACzwpykbBDbFXijxA?view_as=subscriber

한국수사학회 http://www.rhetoric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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