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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영 May 29. 2019

[일:기] 동업자를 만나는 아주 간단한 순간!

나의 '일'에 대한 '기'록 - 사업을 왜 해?


동업자를 만나는 것이 원래 이렇게 쉬운가요?


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사실상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전문적이게' 한다는 것 외에 그리 달라질 것은 없었다. (지금 나의 동업자 해리를 만나기 전까지...) 그동안 굳이 알리지 않았던 일들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 그러니까 채자영이라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Capa는 한정적이고, 나는 1인 사업가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한계점을 잘 유지하면서 일을 '잘 해내고' 싶었다. 나만의 어떤 밸런스를 유지하고 싶었다는 말이다. (지금 나의 동업자 해리를 만나기 전까지...)



현대백화점에서 스토리와 관련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동료가 필요했다. 프로젝트 크루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기획과 구성을 한 뒤 팀을 꾸리는 방식이었다. 현대백화점 본사에서 전체적인 기획 미팅을 한 후,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나는 문득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렇다. 바로 지금 나의 동업자 '해리' 되시겠다.


이번 <Made in Seong-su> 프로젝트는 기존의 팝업 스토어와는 다르게 약간의 전시 형태로 구현이 될 계획이다. 그래서 전시기획과 공간 구성, 경험 설계이 경험이 있는 (심지어 예술경영 학과 출신인) 해리가 단박에 떠오른 것이다! 그녀가 이 프로젝트의 팀으로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저없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해리야, 요즘 뭐해?"


성수동 프로젝트인 만큼 나는 성수동으로 해리를 불렀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는" (!!!! 강조 강조!!!! 느낌표 100000개) 프로젝트가 있는데 - 여느 기획자처럼 '돈은 많이 못준다' - 하지만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해리는 약간 고민하는 듯 하더니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는 나는 최근에 왜 사업자를 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편하게 이야기했다. 그동안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 '사업'이란 것은 어쩌면 내가 믿고 있던 것들을 드.디.어. 이제서야 세상에 내놓을 좋은 핑계거리인 셈이다. 예를 들어 바로 이런 것들.



과거 철학자들의 말과 행동


과거 철학자들은 '진리'를 발견해려 노력했다. 그리고 '진리'를 발견한 뒤에는 이 진리를 '증명'하기 위해 사람들을 말로서 '설득'하고, 실제 행동으로 '실행'했고 증명해냈다. 나는 내가 찾은 인생의 진리를 꼭 실험해 보고 싶다. 내가 어떤 고귀한 철학자가 되어보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나는 내가 믿고 찾은 것의 어떤 신비한 힘을 실제 현실에서 실행하고 증명해보이겠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나는 업에 있어서나, 나의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나 스토리의 힘을 믿고 따라왔다. 그리고 분명한 변화를 느꼈다. 이것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지금까지 나를 그 길로 이끌고 있다. 인생이란 뭐든 이성이나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니까. 때로는 '그냥' 믿어지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인생에서 '그냥' 좋고, '그냥' 믿어지는 것들의 힘을 더 믿는다.


내가 발견한 스토리의 힘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을 벗어나 혹은 확장시켜 더욱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것이 내가 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은 가장 첫 번째 이유다.


손으로 만져지는 물성의 힘


어릴 적엔 '컨설팅'이 참 멋져보였다. 그 단어가 왠지 좋아보였고 소위 하는 말로 ‘있어’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컨설팅은 결국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대행'해 준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물론 지금도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이나 IR피칭 컨설팅, 그리고 스토리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늘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하는 업을 조금 더 확장된 '스토리 컨설턴트'라는 네이밍으로 부르기로 마음 먹었으나 지금은 이 멋대가리 없는 네이밍을 던져버리기로 했다. 훗.


나는 진정한 ‘내 것’을 하고 싶다. 아니 할 거다. 내가 만든 것, 내가 기획한 것,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것이 아닌 손으로 만져지는 무엇. 아직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 준비하고 있는 아주 멋진 프로젝트가 있다. 물성으로 만져는 것! 나는 아날로그의 힘을 믿는다. 앞으로도 더욱 인간다움을 추구하고 싶다.


일하는 방식의 재정의


일을 실행하는 것 만큼이나 나에게 중요한 것이 있다. 이 일을 도대체 내가 왜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대학교 때부터 이상하게 나는 'WHY'라는 질문에 집착하던 아이였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지 못하면 병든 닭처럼 힘이 없고 금새 픽픽 쓰러진다. 반대로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만족할 만한 동기를 찾게 되면, 그 에너지는 무서울 정도로 솟아난다. 퍼도퍼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돈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그저 내 스스로를 위해, 내가 정한 저 가치를 위해, 나는 끝없이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왜?' 다음으로중요한 것이 바로 '재정의(Re-define)'이다. 세상이 정한 시선에서 도피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세상이 정한 정답대로 살고 싶지 않다면, 세상이 정한 정의를 아예 처음부터 뒤짚어 버리는 거다! 내 방식대로.(내가 생각하도 이건 진짜 멋진 일인 것 같다!) 그러면 새로운 방법론이 나오고, 새로운 개념이 탄생하고, 세상이 정한 지겹고 재미없는 정답이 아닌 새로운 삶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러기에 무엇이든 나만의 방식대로 재정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해리 역시 나와 굉장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수십번 맞장구 치며 손뼉을 쳤고, 급기야 나는 해리와의 4시간만의 대화만에 이렇게 말했다.



해리야, 우리 함께 공동대표 해보지 않을래?



그녀는 너무나 쉽게 "좋아!"라고 했다. 그녀도, 나도, 의외였다. 나는 해리를 만나기 전 공동대표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단 한 번도 고려조차 해본 적이 없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녀는 나를 만나 기전, 단 한 번도 사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슨 멋진 일이 내 앞에 벌어진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헤쳐나갈 동료를 찾다니. 그것도 이렇게 쉬운 방법으로? 나는 의아했다. 그런데 내 눈 앞에 있는 그녀 역시 눈이 휘동그레져서는 의아해보였다. 하지만 곧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어.


멋진 일은 늘 간단하게 일어나니까.


와! 나는 진짜 (졸라게)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없이 (또) 악수를 해댔다. 그래, 맞아. 사실 멋진 일은 늘 간단했어. 딱 시선은 멀리보고 발은 눈 앞에 두고 겁먹지 말고, 재미있게 지금을 즐기자. 함께 오래 멀리 가자.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잠들었다. 아니 사실 잠 못들었다.





[epilogue] 필로스토리의 그 시작과 끝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갑자기 웬 동업이냐고요? 그러게요.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아직도 너무나 신기하고, 나와 함께할 동료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나와 함께 이 일을 할 동료를, 지금 이 타이밍에 만났다는 것을요. 이 자리를 빌려 해리 대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해리야, 나와 함께해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 잘 부탁해. 사랑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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