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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영 Nov 01. 2020

'말'을 잘한다는 것

말을 잘하려면 그전에 생각이 바로 서야 한다


우리는 종종 살아가면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는 때가 있다. 그리곤 아주 작은 스위치를 통해 다시금 진짜 중요한 것으로 회귀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얼마 전 받은 편지 한 통처럼 말이다. 얼마 전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힘주어 정직하게 써 내려간 글씨에는 길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꾹꾹 담겨있었다. 1년 전, 만났던 이 학생은 아마도 '말'을 잘하고 싶어 나를 찾아왔을 것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말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말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사회적 평판'이 중요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사회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대 위에서 단정하고 완벽하게 말한다'는 이야기로 들려왔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스피치 교육이 무대 위에서 자리 이동은 어떻게 하고, 목소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말의 스킬'에 집중해 가르쳐왔을 것이다. 사회에서는 마치 그것이 중요한 것처럼 보였을 테니 말이다.


말과 언어는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무대 위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멋진 프레젠테이션이 완성된다고. 적어도 전문 프리젠터로 무대에 선 지 2-3년 차까지는 그렇게 믿었던 듯하다. 그 당시 썼던 <프레젠테이션 노트>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스스로 했던 피드백의 대부분이 말의 스킬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말의 스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별다른 내용 없이 말만 완벽하게 했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신뢰성의 이유로 고베를 마시기도 했다.



그 사람의 '말'이 좋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확신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이 결코 '말의 스킬'이 좋다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의 스킬은 단지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 좋다는 말이다. 그러니 말을 잘하려면 그전에 먼저 생각이 바로 서야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정말 말하고 싶은 내용이 내 안에서 단단하게 바로 설 때까지 기다리고 다듬어야 비로소 진정한 말하기가 시작될 수 있다.


'말의 스킬'을 배우고 싶어 찾아온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나는, '생각을 기르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혼자 생각하는 법, 나의 생각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 그래서 타인 앞에 서더라도,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 스스로 나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법. 그렇게 '진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말이다.



진짜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바로 서야 하고,  생각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그러므로 말을 잘한다는 것은 타인과는 다른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일 테다. 


오늘 나에게 온 편지 한 통으로, 이런 나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준 친구가 있었구나, 감사의 마음을 품어본다. 앞으로는 어떤 이들과 이렇게 마음을, 삶을 나눌 수 있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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