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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데이 협업 제안에서 120명 앞에 서기까지

런데이 11월 현장클래스

by 다우

런데이에 협업을 제안하는 메일을 보냈다. 아이 둘을 낳고 바닥난 체력에 달리기를 지속하게 해 준 고마운 무료 달리기 어플, Runday. 내 달리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그 유명한 런데이 어플에 협업을 제안하다니,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책을 출간한 후, 책 홍보에 대해 궁리하고 있었다. 문득 '런데이에 내 책을 소개하며 챌린지를 제안해 보는 게 어떨까?'생각이 스쳤다. 책을 출간하면서 '-는 흔들리지 않는다' 문장 짓기 이벤트가 꽤 반응이 좋아서, 그것과 관련해서 제안을 했다. 내 책에 런데이가 언급된 구절(의도한 게 아닌데, 꽤 많았다.)과 내 책을 읽고 런데이에 입문한 독자들의 후기도 함께 첨부했다. 메일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14년 차 초등교사이기 때문에, 강연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마지막 문구 때문이었을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큰 역제안이 들어왔다. "작가님, 11월 현장클래스에서 강연을 맡아주실래요? 프로그램 보내주시면 검토해 볼게요."


강연이라니. 유명하지 않은 작가이자 달리기 전문가도 아닌 내게 강연을 제안하다니. 내 책을 살펴보고는 책에 담긴 메시지에 공감해 주신 덕분인 것 같았다. 초보자가 건강하고 즐겁게 달리기에 입문하도록 돕는 어플인 Runday와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가 달리기로 몸과 마음을 세운 내 이야기의 지향점이 서로 통했기 때문이 아닐까.


현장 클래스는 무려 120명 앞에서 하는 강연이었다. 초등 교사라서 충분히 강연을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건 엄청난 용기를 낸 말이었다. 지독한 발표불안을 안고 있는 나. 때로는 학생들 앞에서도 떨리는 날이 있고, 교직원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떨리던 나였다. 물론 책을 쓰고 내 생각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된 지금은 아이들 앞에서와 동료 교사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서 떨리는 게 많이 줄어들었지만, 많은 이들 앞에서 떨렸던 그 순간이 나를 다시 떨게 하는 때를 여전히 만나기도 한다.


책을 내고 강연하기. 언젠가 내가 넘어서야 하는 벽이었다.


강연 전에 북토크와 교내 북토크를 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도움이 됐다.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해볼수록 내가 말하고 싶은 것과 청중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의 접점을 찾아갈 수 있었다.


런데이 강연을 앞둔 한 주, 강연 원고를 초고를 다듬는 수준이 아니라 5번 정도 갈아엎었다. 강연을 준비하는 틈틈이 좋은 강연을 찾아서 시청했다. 좋은 강연은 청중에게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적절하게 결합하는 게 특징이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픈 마음에 여러 이야기를 하는 강연은, 듣는 사람도 혼란스럽고 시간만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런데이 현장 클래스를 신청한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고, 내가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 초고에는 그게 없고, 내가 알려주고 싶은 여러 가지 정보들만이 단순히 나열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 아예 다 뒤집어엎었다.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나와 청중의 접점을 찾아서 원고를 갈고닦았다고 생각해서 남편 앞에서 강연 연습을 했다. 지난 두 번의 북토크 연습에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라는 질문을 몇 번 들었지만, 이번에는 내용만큼은 훌륭하다고 피드백을 받았다. 대신, '내용은 좋은데, 생각하면서 버벅거리니까 집중이 안 돼요. 연습하고 또 해요.'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핵심을 짚어주는 촌철살인을 해주는 남편이라니. 내 강연의 8할은 남편 덕분이다.


남편에게 칭찬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 날 아침까지 원고와 피피티를 다듬었다. 가닿는 강연을 하기 위해서 내가 여기에 쏟은 시간과 에너지는 사실 원고를 수정하던 1주일이 아닌, 한 달이 넘는 시간이었다. 생활을 하면서도 내 의식의 흐름은 오직 강연에 가 있었다.


'아, 저런 부분을 사람들이 나한테 궁금해하는구나.'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그런 순간들을 모으고 모아 한 곳에 담아 강연을 준비했다. 문제는 그렇게 막판까지 수정하느라, 원고가 입에 안 붙은 것이었다. 내 책 13권을 손가방에 담아 들고,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고 내려서 버스로 환승해 가며 가는 만원 버스에서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는 사람처럼 허공에 대고 강연 연습을 했다. 내 옆에 서 계시던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건넨다. 그때 연습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너무 급했다.


현장 강연 장소에 도착했다. 양재역 근처의 드림플러스.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120명 앞에서의 강연이 코 앞에 다가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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