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는 제발 지우세요

사람이니까요

by 제이

오랜 시간 휴업했던 나의 연애사업이 최근에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유튜브 "지식인사이드" 채널에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가 출연하여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인식하는 두뇌 부위는 자신을 인식하는 부위와 겹쳐서,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라고. 상당 부분 맞는 말씀인 것 같다. 상대방이 아파하면 나도 아프고, 상대방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 마치 나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발견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인터넷상에 그려지는 연애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에 대해 새삼 깨닫고 있다.

마치 무언가를 맡겨 놓은 것처럼 행동하고, 대가를 바라며 호의를 베풀고,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고 조건을 따지고, 그런 모습 말이다. 마음속에서 우러난 진심으로 이어진 사이가 아니고, 마치 일종의 계약으로 성립된 관계 같은 느낌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이런 내용의 글과 콘텐츠를 수없이 만날 수 있다. 본인이 경험하고, 지치고, 힘들어 공감을 바라는 글이라던가, 아니면 지인의 경험을 옮겨 적어 익명의 사람들과 같이 분노하기 위한 글이 만연하다. 물론, 익명성 커뮤니티의 특성상, 더 자극적이고 더 눈길을 끄는 제목과 내용이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내용의 글들이 부각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관심만을 위해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연애 썰만 골라 읽어도 몇 날 며칠을 지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심리치료사 숀은 방어적인 주인공 윌에게 긴 독백을 통해 '글로 읽는 것과 인생을 살며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와중에 숀은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And if I asked you about love, you'd probably quote me a sonnet. But you've never looked at a woman and been totally vulnerable. (중략) Feeling like God put an angel on earth just for you. (중략) And you wouldn't know what it's like to be her angel and to have that love for her, to be there forever. Through anything.

(그리고 내가 만약 네게 사랑에 대해 물어봤다면, 너는 아마 시를 읊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넌 한 여자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자신이 연약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을 테야. (중략) 마치 신이 이 세상에 너만을 위한 천사를 내려준 것 같은 기분 말이지. (중략) 그리고 넌 그녀를 위해 네가 그 천사가 되어주는 것도 경험해 본 적이 없을 테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항상 그녀의 곁에 있어주는 것 말이야.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조건 없는 사랑, 헌신적인 사랑은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며 완벽히 무장해제되고, 옆에서 상대방을 바라보며, '이 사람을 위해서 못할 일이 무엇이 있으랴'라고 생각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조건적인 호의를 베풀고, 자신도 모르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런 것은 상대방의 외모나 조건과 완전 별개의 문제였다. 인터넷에 그려지는 관계와 거의 정확히 정반대였다.


이는 비단 연애에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인터넷에 존재하는 콘텐츠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있다.

연애를 제외한 남녀관계에 대해서도,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정치에 대해서도 그렇다. 내용이 극단적이거나, 순 거짓이다. 앞서 언급한 자극적 콘텐츠의 성공에 더불어, 사회 구석구석에 혐오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남을 깎아내리고,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일부 사람의 본성이라고 볼 수 있다. 저마다 크기가 다르더라도, 결국 모든 사람은 분명 성공욕과 출세욕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 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방에 대한 혐오 없이도 충분히 상대방을 뛰어넘을 수 있으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상대를 넘어서는 것은 매우 어렵고 고달프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험담하고 끌어내리려 하게 되는 것 같다.


혐오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유튜브 "지식인사이드" 채널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혐오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혐오는 늘 존재할 것이다. 절망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역사적으로 혐오로 가득 찬 집단이 다수가 된 경우도 없다. 합리적인 다수가 그런 집단에 대한 경계심만 가지고 있는다면, 그런 집단이 세상을 지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혐오를 바탕으로 위로 오르려 하는 사람들은 절대 높은 곳까지 오르지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은 자신을 발전시키기 이전에 남을 깎아내리려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신은 영원히 낮은 위치에서 머무른다. 그들이 온 힘을 다해 모함하는 남들은 차근차근 노력과 시간을 들여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들은 절대 움직이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보고, 듣고, 읽고, 소비하는 콘텐츠가 나의 가치관을 조각하고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유리병 안에 벼룩을 잔뜩 잡아넣고 뚜껑을 닫으면, 뚜껑보다 높이 뛰어 유리병을 탈출하려 한 벼룩은 죽게 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병 안의 벼룩들은 죽은 동료들을 반면교사 삼아 뚜껑보다 낮게만 뛰게 되고, 뚜껑을 제거하더라도 뚜껑보다 높이 뛰어 탈출하려 시도하는 벼룩은 단 한 마리도 없게 된다.

혐오로 가득 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다 보면, 자신도 혐오로 가득 찬 사람이 되게 된다. 그리고 그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결국 그 혐오는 자신에게 향하게 된다. 노력하는 남들처럼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하는 자신에게 자기혐오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모든 SNS 앱을 스마트폰에서 지우고 훨씬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처음에는 일상이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업무 도중 시간이 뜨면 책을 읽고, 무언가 환기가 필요할 때는 잠시 음악을 듣는다. 유일하게 힘든 경우는 점심 줄을 기다릴 때인데, 이는 고작 10분 남짓이다. 막간을 이용하여 주식 통장을 한 번 확인하면 어느새 배식을 받고 있다.

끝으로 위에 언급했던 "지식인사이드" 영상에서 유시민 작가가 '악플'에 대해 했던 말을 인용하겠다. 약간 방향성은 다르나, 온라인에 만연한 터무니없이 혐오로 가득 찬 콘텐츠에 대해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 남들이 쓰레기 버려놓은 거를 다 찾아다니면서 뒤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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