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자살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그라스메디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졌지요? 오늘 같은 날씨는 길고양이들에겐 고행의 시간이에요. 물과 음식물 쓰레기가 얼어붙어 먹이를 조달하기가 어렵거든요. 더구나 고양이들은 본래 추위에 약해서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도 쉬워요. 이러한 것들이 겨우내 쌓여 길고양이의 죽음의 원인이 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길가나 골목 어딘가에서 고양이의 죽음을 마주한적은 없지 않나요?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요? 고양이는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면 자신이 죽을 장소를 선택해요. 사람들의 눈에 띄지않게 보일러실, 골목길 틈새 등 눈에 띄지 않는 장소로 숨어들어가지요.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고양이는 죽음을 맞이할 장소 뿐만이 아니라 죽을 시간까지 선택할 때도 있답니다. 물론 일반적인 일은 아니지만요.
고양이의 자살에 대한 기록
프랑스의 한 저널리스트 '마르탱 모네스티'에 라는 사람이 쓴 <자살 백과>라는 책이 있어요. 이 책은 사람부터 동물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방대한 양의 자살에 관한 케이스를 소개해요. 작가가 정신분석학자나 이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에 현상에 대한 분석적인 이야기보다는 자살에 관한 역사적인 사례, 통계적 사실을 나열해요. 사건 그 자체만 소개해서 이에 대한 가치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죠. 제가 이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양이 죽음에 관한 내용이에요.
돌고래가 집단 자살을 한다는 이야기는 관련 학계에 보고도 되어있고 세간에도 퍼져있지요. 돌고래 무리가 한꺼번에 육지로 헤엄쳐 기어올라와 떼죽음을 맞았다는 뉴스가 자주 나와요. 이에 대해 학자들은 이것이 돌고래의 체내 수중 음파 탐지기가 오작동하여 발생하는 일이라 하지만, 이러한 생리적인 장애가 한 두마리도 아닌 수십마리에게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은 설명하기 어려워요. 따라서 불가사의한 영역에 속하는 죽음이지요.
그런데 고양이 죽음도 이와 마찬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 죽음에 대한 몇가지 사례를 들어볼게요.
고양이가 죽음을 선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애정문제가 손꼽히게 많다고 해요. 로마의 레꼴 프랑수와 교정의 한 고양이는 프랑스 대사 부인이 기르는 고양이에게 홀딱 반했어요. 몇 번인가 구애를 펼쳤지만 완강히 거절을 당했지요. 그러자 그 고양이는 우울증에 빠진듯한 행동을 하더니 이내 파르네스 기숙사의 높은 발코니에서 뛰어내렸어요. 목격자들에 의하면 자살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고 해요. 이는 고양이가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번 고양이 죽음은 좀 다른 케이스에요. 한 어부가 실외에서 기르던 암컷 고양이가 있었는데 여느 암컷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몹시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해요. 이 고양이가 어느날 산책을 하다가 다쳐서 그 이후로 다리를 절게 되었어요. 상처가 제대로 낫지 않자 고양이는 우울증에 빠졌고 시간이 갈수록 활력을 잃고 침울해하는 날이 많아졌어요. 그 후 이 고양이가 임신을 하고 새끼들을 낳았어요. 이 고양이는 불편한 다리로 힘겹게 새끼고양이들을 보살피며 양육을 해오다가, 어느날 힘겹게 새끼고양이들을 데리고 집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어부의 발치에 새끼고양이들을 억지로 몰아넣었어요. 마치 '잘 부탁한다'는 듯이요. 그리고는 고의로 바다에 뛰어들었지요. 고양이에게 애정을 품고 있던 어부가 이를 보고 헤엄쳐 고양이를 구해와 털을 닦아주고 햇볕에 말려주었어요. 고양이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어부가 잠시 눈을 돌린 틈을 타 또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 죽음을 맞이했지요.
동물의 자살에 대한 학계의 입장
고양이의 죽음. 슬프면서도 어딘가 신비로운 이야기지요? 동물이 자발적으로 맞이하는 죽음은 현대에서도 몹시 불가사의한 영역이에요. 우린 그들의 정신세계를 경험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동물의 자살은 의학계와 과학계에서 오래도록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어요.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장'인 '피터' 교수와 같은 이들이 동물의 자발적 죽음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반면, 미국의 '아르키 가프' 교수같은 이들은 다른 논리에 따라 동물의 자발적 죽음을 인정해요.
프랑스의 수의학회는 동물의 자살을 전혀 인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들조차 어떤 동물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후에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는 사실을 인정해요. '루슬레 블랑'이라는 동물학 박사는 동물의 자살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동물들로 하여금 죽음으로 이끌게 하는 매우 강한 감정이 잠재해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지요.
주인을 잘 따르던 동물은 주인이 죽고나서도 절망적인 애착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충견 혹은 동물과 사람의 우정과 관련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되잖아요? 고양이는 마음을 나누던 한 존재가 사라지면 이별의 슬픔과 상실감을 강하게 느껴요. 애도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4~6주간 남은 고양이는 온 집안을 뒤지는 등의 이상행동을 하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지요. 식욕이 떨어져 살이 빠지고 심지어 심장병 증세를 보이기도 해요. 심지어 어떤 고양이는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죠. 우리가 기르는 동물은 모두 이러한 신경증적 증세를 보일 수 있어요. 죽음과 같은 극단적 형태가 아니더라도, 자해나 자학을 하는 우리에 갇힌 동물들의 모습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지 않나요?
고양이는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어떤 감정의 변화를 거치는 걸까요? 위에 등장한 사례처럼 실연을 당해서, 혹은 다리를 다친 뒤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서? 세상살이가 고달퍼서? 이 모든 이유들은 제가 상상한 것에 지나지 않아요. 고양이의 삶은 고양이나름의 고충이 있겠죠.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감정을 지녔으며 각자의 노하우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그러니 당신의 고양이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세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랍니다. 당신의 반려동물, 그리고 당신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