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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펫 Jan 25. 2019

어느 고양이의 죽음 <2> 고양이가 임종을 맞이하는 법

길고양이의 삶과 죽음

 안녕하세요. 그라스메디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선 고양이도 자발적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있고, 그럴만한 감정이 잠재되어 있음을 말씀드렸어요.이번 화에서는 고양이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해요. 

 이전 포스팅에서 겨울이 길고양이에겐 힘든 계절이라고 했지요? 물과 음식물쓰레기가 얼어붙어 식량을 조달하기 힘들기때문에 도시의 고양이는 늘상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살아가요. 때문에 수많은 고양이들이 겨울을 나지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죠. 그런데 이들의 사체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교통사고로 인한 고양이 죽음을 제외하고, 도시 어디에선가 고양이의 죽음을 마주한 경험이 있나요?

유기동물 사체는 대부분 환경미화과에서 담당함, 종량제 봉투에 담아 소각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처리한다.

 각 지역에는 유기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과가 있어요. 지자체의 환경미화과에서 그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혹은 외부업체에 대행을 맡기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분들이 하는 말씀을 들어보면 질병이나 자연사로 죽은 고양이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고 해요. 고양이 사체를 처리해달라는 민원은 대부분 로드킬에 의한 경우에요. 그래서 이 분들도 고양이 죽음이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잘 모르시지요. 



그러면 고양이는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할까?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는 다른 어느 나라 고양이와 비교해도 야생성이 강한 편에 속해요. 요즘에야 사람들이 고양이의 매력을 알아보고 호감적인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는 그리 환영받는 동물이 아니었거든요. 제가 어릴때만 해도 사람들이 고양이와의 접촉을 꺼리고 적대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존재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고양이를 싫어하는 세대와 좋아하는 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시대에요. 그러니 고양이들 스스로 생존을 위해 사람을 경계하고 야생성이 유지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시의 고양이들은 야생동물이에요. 야생동물은 몸이 아프다거나 죽음이 가까이왔음을 감지하면 상위 포식자로부터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보호해줄 안전한 장소를 찾는답니다. 도시에서 안전한 장소란 어디일까요? 바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겠지요. 하수구, 후미진 골목의 담벼락 사이 공간, 보일러실, 폐가의 나무 판자 아래와 같은 공간이 바로 길고양이가 마지막으로 찾는 장소에요. 이곳에서 고양이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은밀하게 임종을 맞아요. 



 고양이의 야생성



 우리집 고양이 맹수는 집고양이에요. 아주 어린 시절 잠깐 거리를 헤멘적이 있긴 하지만, 살아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냈죠. 그런데 가끔 이 아이에게서도 야생성을 발견하곤 해요. 무릎위에 앉혀놓고 맹수를 쓰다듬다 보면 갑자기 맹수가 이젠 싫다는 듯이 제 손을 물거나 할퀼때가 있거든요. 이런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긴 하지만 그 갑작스러운 반응에 저 역시 맹수가 간혹 낯설어 보일때가 있답니다. 

 고양이에겐 감춰진 발톱이 있어요. 평소에는 이를 발 깊숙히 숨길수 있지만 간혹 억제할수 없는 욕망처럼 갑자기 발톱을 드러낼 때가 있지요. 아기 고양이 일때는 이 발톱을 감추는 법을 잘 몰라 의도치 않게 사람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해요. 감추어져 있지만 감출수 없는 이 모순적인 신체 기관. 이것이 고양이가 반은 사람에게 길들여졌으나 나머지 반은 야생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부위 아닐까요?



길고양이의 삶과 죽음



 낭만 고양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죠? 이 노래 가사처럼 길고양이들은 언뜻 보면 자유로워 보여요.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담벼락을 넘나들고 가로수를 타고 오르기도 하고요. 하지만 도시의 길고양이들은 그 야생성을 발휘할 곳이 없어요. 요즘 도시엔 오히려 쥐를 찾아보기 힘들고 설사 쥐가 있다 하더라도 사냥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거든요. 발톱을 사용할 곳이라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봉투를 찢는 정도 뿐이에요. 고양이는 쥐로부터 곡물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이 길들이기 시작한 동물이에요. 사람의 필요에 의해 길들여진 고양이들은 본래의 야생성을 절반 정도 잃었을 때쯤 필요가 없어져 다시 길거리로 내몰렸어요.

 서울시에서 발표한 서울 도심의 고양이수는 15만마리 정도라고 해요. 최근 몇년 동안 지자체에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면서 이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요.  매 순간 생존을 위해 싸우면서도 야생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또한 홀로 고독한 죽음을 맞이하는 고양이들. 길고양이의 이런 일생에는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답니다. 우리가 그들을 길들이기 시작했거든요.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지난 포스팅

어느 고양이의 죽음<1>, 고양이도 자살을 할까?

https://brunch.co.kr/@grassmedi/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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