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목공 작업
오래전에 동생네 집 이사 기념으로 식탁을 만들어준 적이 있었다. 사진에 찍힌 2009년 날짜가 말해주듯이, 무엇이든 만들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던 초보 시절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몇 가지 소품을 만들어 보기는 했지만, 한 번도 큼직하고 그럴듯한 물건을 만들어 본 적은 없었다. 동생에게 이사 기념으로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손쉬운 연필통이나 잡지꽂이가 아닌 식탁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던 것 같다. 식탁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 조금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그까짓 것 다리 네 개 세우고 상판을 붙여주면 되겠지 싶었다. 그 당시는 식탁을 만들려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초창기에는 무엇을 만들든 간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리고 누가 초보 아니랄까 봐 원기만 왕성해서 원가만 받고 또는 공짜로 주위 사람들에게 무지하게 많은 소품들을 만들어 주곤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싼 게 비지떡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 당시는 내 능력이 딱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을! 사람들은 "이게 그래도 100% 원목이거든요!"라는 말 한마디에 좋아했던 것 같다. 싼 맛에 좋아했던 건지, 원목이라 좋아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만든 식탁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다.
굳이 문제점들을 지적하자면 상판에 비해서 다리가 너무 가늘고, 또 구조용 틀도 없이 다리를 상판에 나사못으로 직접 붙인 구조다. 좀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다리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달 후에 식탁이 흔들거린다는 동생의 말에 뒤늦게 지지대를 가져다 더덕더덕 붙여 주었다. '흔들리지만 않으면 되지 뭐!'
또 그 정도 크기의 식탁이라면 다리 두께도 4인치는 되어야 안정적인데, 뒤늦게 다리를 바꿀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쓰라고 조언 같지 않은 조언도 해 주었다. 그런데 더 큰 실수는 나무의 수축 팽창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는 데 있었다.
그래도 상판은 내가 아끼는, 나뭇결도 곱고 향도 진한 황삼목 (Yellow Cedar)으로 만들었는데 황삼목은 수축 팽창이 심하다는 것을 몰랐다. 또 상판을 만들려면 지금은 튼튼하게 목심을 박아가며 판재들을 붙여주지만 그 당시는 그냥 목공용 본드로만 붙였다. 그리고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아래쪽에서는 튼튼하라고 무수히 많은 나사못을 박았다. 처음에는 동생네 부부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 같다.
겨울이 되자 실내가 건조해졌다. 특히 아파트 내부는 더 건조해지기 쉽고, 황삼목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식탁 아래는 무수히 많은 나사못으로 박혀있으니 꿈적도 할 수 없고, 제일 약한 부위가 어디인지를 스스로 찾아냈다. 그리고는 본드 칠한 상판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동생의 증언에 의하면, 여름이면 상판이 붙었다가 겨울이 되면 숟가락이 빠지는 정도로 틈새가 벌어졌다고 한다. 식탁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쩝쩝.
시간이 약이라고 세월이 흐르자 식탁 만드는 기술도 늘어났다. 위의 사진은 나름 기술이 많이 향상된 이후에 만든 식탁이다 (날짜를 보면 3년이나 지났다). 일단 다리도 4인치 두께의 나무를 사용하였고, 구조용 틀도 다리 상부에 홈을 파고 끼워 넣었다. 튼튼하기로 따지자면 못으로 고정시킨 것과 홈을 파고 끼워 넣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또 다리가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로 'ㄴ'자 철물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철물이다)도 사용했다. 필요하다면 때로는 이렇게 철물도 써야 한다. 이렇게 만든 식탁은 내가 올라서서 뛰어도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
또 상판과 몸체를 붙여주는 데는 '8자 철물'을 사용했다. 자세히 보면 상판에 나사못이 몇 개 보이는데, 바로 이것이 '8자' 철물을 사용한 흔적이다. '8자' 철물의 한쪽은 상판에 붙이고, 다른 한쪽은 아래 구조용 틀에 붙여준다. 나무가 수축하거나 팽창하면 '8자' 철물이 나사못을 축으로 좌우로 움직이게 되니 상판이 갈라지는 일이 없게 된다.
원래 목공기술이란 게 하루아침에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서히 늘어가는 법이다. 그러니 더 오래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더 멋진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멋진 아일랜드 식탁도 만들었으니까. 단지 한 가지 문제점이라면, 취미 목공이다 보니 언제 내 취미가 바뀌어 목공 작업을 그만둘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도 모른다.
이제 날씨가 따뜻해져 오니 다시 슬슬 목공 작업을 시작할 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번에는 무엇을 만들까?
<대문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