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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Dec 08. 2021

우리 집 마당도 좀 예쁘게 꾸밀 수는 없을까?

예쁜 사각돌을 구입했다

예전에 새침이와 호돌이 집 사이에는 예쁜 단풍나무가 있었다. 원래는 짙은 빨간색의 단풍나무였는데, 우리 집으로 옮겨 온 이후로는 색상도 칙칙하게 변했고 시름시름 앓았다. 무더운 여름철에 새침이와 호돌이에게 그늘을 만들어 줄 생각으로 단풍나무를 개 집 사이에 심었는데, 나중에 보니 단풍나무는 그곳에서 모진 고문을 받았던 것 같다. 단풍나무는 개 두 마리의 분뇨에 시달리며 몇 년을 비실거리며 살다가, 언젠가 가뭄이 심한 해에 결국 죽어버렸다.


죽은 단풍나무를 베어버리려다 문득 능소화를 그 아래에 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능소화가 단풍나무를 타고 올라가면 그것도 멋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능소화 한 뿌리를 단풍나무 아래에 옮겨 심었는데 과연 처음에는 제법 그럴듯해 보이기까지 했다.

예전에 새침이와 호돌이 집 사이에는 예쁜 단풍나무가 있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새침이도 호돌이도 모두 떠나갔다. 곁에 있을 때야 좋지만, 개들이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니니 언제 가는 떠나보내야 한다. 결국 우리 집에 분양된 지 13년이 지났을 때, 개 두 마리는 차례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 앞으로는 그런 헤어짐이 싫어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기로 했다. 덩그러니 남아있던 텅 빈 개집 두 채도 보기 싫어 없애버렸다.


개 집을 치워 버렸더니 유난히도 말라버린 단풍나무와 능소화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데 단풍나무의 키가 작으니 능소화가 위로 뻗지 못하고 버드나무 가지처럼 늘어졌다. 능소화의 주홍색 꽃도 어쩌다 하나씩만 피어 볼품이 없었고, 끊임없이 자라는 잡초와 뒤엉켜 지저분하기가 그지없었다. 아무래도 죽은 단풍나무와 능소화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가 보다. 결국 죽은 단풍나무도 능소화도 뽑아버려야 했다.   

죽은 단풍나무를 타고 능소화가 자랐다. 그런데 축 늘어진 능소화 가지가 영 볼품이 없다.

우리 집 마당도 남들처럼 좀 예쁘게 꾸밀 수는 없을까?


하지만 우리 집은 도시 근교에서 볼 수 있는 예쁜 전원주택이 아니다. 그저 작은 과수원이 딸린,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가 주택일 뿐이다. 당연히 예쁜 잔디나 조경보다는 편리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했다. 처음에는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었고, 시골생활에 이력이 붙은 후에야 지저분한 마당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목돈 들여가며 마당 전체를 확 뜯어고칠 마음은 없고, 조금은 깔끔해 보이도록 마당과 화단을 구분할 수 있는 경계석을 쌓을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자면 경계석을 구입해야 하는데, 문제는 조경용 자재는 소량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그렇다고 팔레트 단위로 구입하자니 양이 너무 많다. 또 자칫하면 운반비가 자재비보다 더 나온다. 더구나 트럭에 싣고 온 자재를 내리려면 지게차까지 불러야 한다. 트럭에 싣고 온 경계석을 손으로 다 내릴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기사님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분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니까. 결국 들어가는 모든 경비를 따져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소규모로 조경용 자재를 판매하는 곳을 알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자재를 판매한다는 곳까지 달려갔다. 집에서 편도 100km가 넘는 거리였다. 사각형 돌 하나의 무게가 3kg이나 되고, 승용차 (SUV)에 실을 수 있는 짐이 보통 300kg 까지라고 해서 사각 돌 100개를 구입했다. 사각 돌 100개면 제법 양이 많은 줄 알았는데 막상 싣고 와 보니 화단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겨우 사각 돌 100개로 화단을 만든다고?" 아내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을 했다. 아무래도 나중에 시간 있을 때 돌을 구입하러 한두 번 더 다녀와야 할까 보다. 두세 번 다녀오면 이번에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건가?

사각 돌 100개. 겨우 요걸 가지고 어떻게 화단을 만들까?

원래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 슬슬 놀면서 경계석을 쌓아 볼 생각이었다. 이렇게 놀면서 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취미생활이 되니까. 또 그렇게 취미 생활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분야에서 반쪽짜리 전문가는 되는 것 같다. 물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주위에 분들도 마찬가지이신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시골집을 가든 그 집 창고에는 온갖 공구와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취미 생활한다며 텃밭에 벽돌 화단을 만들었고, 수도대와 장독대를 만들었고, 화덕까지 만들었다. 시멘트 벽돌 화단을 만드는 일은 얼마나 지겨웠는지 마무리하는데 몇 달은 걸렸는데, 과연 이것도 취미생활이라고 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동안 구입하여 사용한 시멘트가 수십 포대는 족히 넘을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금까지 습득한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여 앞마당에 화단을 만들고, 소나무 주위에는 예쁜 사각돌을 쌓아 볼 생각이다.


아침 식사 후 느지막하게 땅을 파 보았는데 그늘진 곳은 얼었는지 제법 딱딱했다. 어차피 겨울이니 급하게 일을 할 필요는 없고, 땅이 녹는 내년 봄까지 기다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더구나 부족한 자재도 더 준비를 해야 하니까. 앞으로 긴긴 겨울 동안 어떻게 꾸며야 예쁜 마당이 될 수 있을지 좀 더 고민을 해 봐야겠다. 


이제 내년이면 우리 집 마당도 조금은 예뻐질 것 같다.


<대문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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