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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귀촌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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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Mar 07. 2022

<실전 텃밭 가꾸기>를 출간하며

두 번째 책을 출간하며

'책을 쓰지 않은 사람은 많지만, 한 권만 쓴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나에게도 해당될 줄은 몰랐다. 작년에 <귀촌 후에 비로소 삶이 보였다>를 출간한 이후, 또다시 책을 쓰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겨울철 농한기를 이용하여 책을 쓰려니 강행군을 해야 했고, 원고가 끝날 무렵에는 거의 기진맥진해 있었다. "두 번 다시 책을 쓰기는 힘들 것 같아!" 작년에 바로 내가 했던 말이다.     

     

그런데 몇 달이 채 지나지도 않아 힘들었던 기억은 아득해졌다. 그러고는 책꽂이에 꽂혀있는 내 책을 보며 뿌듯해하고, 심지어는 '그동안 써온 글들을 정리하면 책을 만들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일 년도 안 되어 이렇게 바뀌는 것을 보면 참으로 간사한 게 바로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귀촌 후 텃밭과 작은 과수원을 가꾸어온 지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이제 내 농사 경력도 제법 되었다고 생각해서인지 귀촌을 하거나 텃밭을 가꾸는 지인들이 이따금 농사에 대해 질문을 한다. 내 나름대로는 성심껏 답변을 해주고 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용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내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또 지인들 역시 나의 단편적인 설명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제안을 했다. "그러지 말고 농사 경험을 책으로 써 보는 건 어때요? 귀농이나 귀촌하시는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귀가 솔깃해 있는 와중에 치명타를 날린 것은 출판사 대표님이셨다. 지나가는 길이라며 우리 집에 들르신 출판사 대표님은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텃밭 농사짓는 법에 대해 글을 써 보시는 건 어때요? 전문적인 농사 말고 소규모 텃밭 농사에 대해서요. 텃밭농사에 관한 책이라면 좀 팔릴 것 같은데..." 이 마지막 말씀에 넘어갔다.

         

요즘은 세상이 바뀌었다. 내가 농사를 처음 시작할 무렵만 해도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가서 질문을 하고, 어렵게 배운 내용을 잊지 않으려 기록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온갖 정보가 다 나온다. 물론 그 정보들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참조는 할 수 있고, 또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농촌진흥청에서 만든 전문적인 자료를 찾아보면 된다. 누구든 방법을 몰라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그렇게 정보가 넘쳐흐르는데도 이상하게 농사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분명히 모범답안에 따라 시키는 대로 했는데 농사가 영 신통치가 않다. 또 한두 해 농사가 잘 되어 자신감이 붙을 만하면 갑자기 망가지기도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원래 이론과 실제는 다른 법이고, 또 저마다 갖고 있는 기본 지식이 다르니 전문가가 설명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다. 더구나 요즈음에는 이상기후라고 하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항상 따라다닌다.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모범답안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실패 사례는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실제로 망해 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게 실패 사례다. 비록 본인의 생각이지만 ‘분명히 제대로 했는데도 망했다’는 실패 경험이 어쩌면 초보자에게는 더 필요한 정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15년간 작성해온 농업 일지를 들추어보면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손쉽게 키울 수 있던 작물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나면 당연한 것인데, 처음에는 그 당연한 것을 알지 못해 농사를 망친다. 이 책에는 그간 직접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기록해두었던 농사법에 대한 자료뿐만이 아니라, 그간 수도 없이 겪었던 실패 경험도 담았다.     

     

이따금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소규모 농사 법과 대규모 농사법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규모 농사는 수익을 올리기 위한 농사다. 일단 밭의 규모가 다르니 투입해야 하는 농자재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남들보다 상품성 있는(흠집 하나 없는) 농작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농약을 사용해야 하고, 수확량을 늘리려면 전용 비료를 사용해야 한다. 날씨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시설재배를 하고, 인건비를 줄이려고 값비싼 농기계를 투입한다.     

     

반면에, 소규모 농사는 자급용이므로 상품성은 좀 떨어지더라도 건강한 음식이면 된다. 벌레가 좀 먹더라도 괜찮다. 또 필요한 노동력은 공짜로 얼마든지 제공할 수도 있다. 다만 대규모 농가처럼 전문적인 농자재를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게 흠이다.     

     

이미 농사법에 관한 많은 책이 시중에 나와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대규모 농사를 위한 지침서들뿐이다. 농사짓는 기본은 같다지만, 소규모 텃밭 농사를 지으며 값비싼 대용량의 전용 농자재를 무턱대고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내가 책에서 소개하는 농사법은 소규모로 텃밭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농사법이다.     

     

이 책은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분들뿐만이 아니라 귀촌 한 지 제법 되신 분들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농사의 기본이 되는 흙 만드는 법부터, 텃밭 작물을 심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 작물별 파종시기 등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들이 들어있고,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텃밭 작물 40여 종에 대한 구체적인 재배법이 들어있다.     

     

물론 이 책에 설명한 내 농사법이 감히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보다 더 많은 경험과 훌륭한 농사법을 알고 계신 분도 틀림없이 많이 계시고, 또 잘못된 정보인데도 내가 아직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더구나 농사법이라는 것은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될 것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15년간 텃밭 농사를 지으며 내가 직접 경험한 바를 적었으므로, 설사 내 방식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크게 텃밭 농사를 망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텃밭은 내 식구들이 먹고, 주위의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 준다. 또 가능하다면 도시에 있는 사람들과 직거래를 하여 약간이나마 소득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직접 재배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도 있지만, 내가 직접 재배한 채소와 과일의 맛은 (아마도 영양분도) 시장에서 구입한 것들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더구나 직접 땀을 흘리고 하루하루 채소를 가꾸고 수확하는 시간은 소중한 내 삶의 한 부분이 된다.     

     

끝으로, 나에게 그동안 책을 써보라고 부추겼던 지인들과 귀농 귀촌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텃밭 농사에서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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