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현찰이 최고다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더 낫다

by 새침이와 호돌이네

요즘은 온통 딴 세상 이야기로 시끄럽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서울 변두리 아파트도 분양만 받으면 바로 몇 억원이 뛴다고 한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니, 정부에서 아무리 종부세니 세금폭탄이니 협박을 해도 사람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이미 21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건만 수도권 집값은 역대급 상승을 하고 있다. 동화 속에서나 나오던 '늑대와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이렇게 현실로 나타날 줄은 예상도 못했다. 아무리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외쳐봤자 학습효과란 게 있으니 어떻게든 버티려 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결국은 예전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었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도,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싶었다. 나야 이미 오래전에 되돌아갈 다리를 모두 불태워 버렸고, 평균 연령 66세의 농촌에서 행여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소멸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평범한 한 명의 농사꾼이 되어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모른 체하며 살려고 했는데, 가까이 우리 동네에 들어온 공장에서도 그런 소리가 들려온다. 원래는 하남시에 공장이 있었는데, 만 평이 넘는 공장을 아파트 부지로 팔고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그런데 토지 가격차이가 워낙 커서, 그곳 땅 200평 값으로 이곳 땅 2만 평을 구입했다고 한다. 벌써 몇 년 전 이야기니, 아마도 지금 가격이라면 100평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하남시가 그 정도이니 서울시 땅값이야 더 이상 말해서 무엇하랴! 조그만 땅덩이의 나라에서 차로 불과 한 시간 반 떨어진 거리인데, 가격은 하늘과 땅만큼 벌어져 있다.


그런 세상이 싫어 적게 벌더라도 마음 편히 살려고 시골로 내려왔는데,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동안 똑똑한 체는 혼자 다 했건만, 이제는 나 혼자 바보가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쩌면 그런 세상은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불행히도 내가 속해 있는 세상에서도 돈은 필요하다. 시골에서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더구나 젊었을 때는 몰라도, 나이 들어 돈이 없으면 더욱 구차해진다.


예상외로 시골에는 자기 땅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고, 자기 땅이 있더라도 돈이 없어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골 땅은 팔려고 해도 쉽게 팔 수 있는 게 아니다. (참고로 시골집은 팔려는 사람이 10이라면 사려는 사람은 2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농사지어서는 먹고살 수 없는 게 현실이고, 나이는 점점 들어가니 그나마 짓던 농사마저도 힘에 부친다.


그래서 행여 귀농이나 귀촌을 할 때, 갖고 있던 자금을 몽땅 땅에 투자해 버리면 절대로 안 된다. 나중에 그 땅을 팔아서 노후 자금으로 쓸 생각이라면 더더욱 안된다. 농사지을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농지는 그대로이니, 시골 땅은 도시처럼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원할 때 되팔지도 못한다.


이따금 뉴스를 보면 귀농 몇 년 만에 억대 연봉을 번다는 성공사례가 나오곤 한다. 농사가 그렇게 매력적이고 돈도 벌 수 있다고 홍보를 하는데도, 이상하게도 귀농 인구는 해마다 계속 줄어만 간다. 시골에서 몇 년만 살아보면, 그런 성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례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든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을 떠나, 숨이 막힐 정도로 복잡한 도시로 몰려든다.


영화 '기생충'에서 처럼, 설사 지하방에 살더라도 도시를 떠나지 않으려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불편한 시골이 싫은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도시에 있어야 그나마 먹고살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 가치관도 달라지나 보다. 이제는 큰 집도 필요 없고, 큰 마당도 필요 없다. 멋진 차도 필요 없고, 좋은 옷과 진수성찬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제는 남들과 비교하며 살 필요조차 없으니, 누구에게 자랑할 것도 없고 또 나를 봐줄 사람도 없다.


그러니 그저 걱정 없이, 매달 먹고 살 생활비만 꾸준히 조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소박한 꿈 이건만, 내 주위에는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조차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유치해 보일지는 몰라도, 나이 들면 현찰이 최고다. 더더욱 시골에서는.


지금도 시끄러운 딴 세상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 또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늑대가 나타난 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도시에 살거나 시골에 살거나, 적어도 성실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실감을 느끼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요즈음 햇빛 잘 들라고 사과나무 도장지를 제거하면서 생각이 많다. 비가 좀 자주 오더니만, 유난히도 벌레가 많아진 것 같다. 오늘도 일하면서 여러 군데 물렸다. 아침에는 기온이 제법 선선한데도 그렇다.



<사진출처: 영화 '돈의 맛'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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