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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Nov 26. 2020

전원주택의 마당 - 자갈 깔기

차라리 시멘트를 확 갖다가 부어?

전원주택을 지으면 처음에는 누구나 행복한 꿈을 꾼다. 특히 앞마당을 어떻게 꾸밀지 생각도 많다. '앞 뜰에는 잔디를 심어야지. 크고 멋진 소나무도 한 그루쯤 있으면 좋겠고 과일이 주렁 저렁 매달린 유실수도 있으면 좋겠다'. 아마도 이때가 제일 행복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 맛에 전원주택에 사는 거니까. 하지만 막상 시골살이가 시작되면 그 많던 꿈들은 현실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우리 집도 몇몇 꿈은 이루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소나무가 세 그루나 있고, 복숭아와 새콤한 맛의 자두나무도 있다. 더구나 가을이면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탐스러운 사과나무가 엄청나게 많다 (우리 집이 사과 과수원 집이니까). 하지만 우리 집 앞마당은 파란 잔디가 아니고, 빈티가 풀풀 나는 자갈(쇄석)이 깔려있다.


대부분 시골 전원주택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마당은 잔디 아니면 자갈이다. 우리 집도 폼 나게 마지막 순간까지 마당에 잔디를 심고 싶었다. 하지만 과수원의 풀을 깎는 것도 벅차서 죽을 지경인데 마당에도 잔디를 심어 관리를 한다는 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잔디를 고집하는 아내에게 은근히 협박을 했다. "당신이 잔디밭 잡초 다 뽑아줄 거면 심고!"...


잡초란 원래 원하지 않는 곳에 저절로 자라나는 풀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니 잔디밭에 자라는 다른 풀들은 다 제거해야 할 잡초다. 아마도 쪼그리고 앉기 힘들어하는 나는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잡초를 뽑아야 할 테고, 아내는 호미질 몇 번 하고는 손목이 욱신거린다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과수원이나 앞마당 잔디밭이나 다 잡초밭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잔디가 보기는 좋아도 관리하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꿈을 접고 우리 집 마당에는 자갈을 깔았다. 풀 뽑으려고 시골로 온 건 아니니까.


앞마당에 자갈을 깔아준 모습. 처음에는 깔끔하고 비용도 저렴하고 보기도 좋았다.


처음에는 좋았다. 비용도 저렴하고, 깔끔한 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한 여름에 남들처럼 땀 흘리며 풀을 깎을 필요도 없었다. (단 자갈은 시간이 지나면 다져지기 때문에, 몇 년에 한 번씩 새 자갈을 더 덮어주어야 한다). 비가 와도 물이 쏙쏙 빠지는 게 배수도 잘되고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이 자갈 위에도 풀이 자라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나면 흙이 자갈 위로 떨어지기 마련이고, 풀씨가 날아들면서 잡초가 자랐다. 처음에는 별로 많지 않으므로 그까짓 것 하며 손으로 뽑아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풀이 많아지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도저히 손으로는 뽑을 수 없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정말 순식간에 어이없이 당해버린 일이다.


자갈 위에서 자라는 풀들은 끈 예초기로도 깎을 수가 없다. 예초기를 돌리면 자갈들이 튀어서 온 방향으로 날아다닌다. 우리 집 개들은 몇 번 자갈에 맞더니만 예초기를 돌리기만 하면 집안으로 도망쳐버리고, 거실 창문에 있는 방충망도 날아간 돌에 구멍이 났다. 더구나 풀 깎다 튄 돌에 맞으면 무지 아프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대강 긴 풀만 뽑아주고 풀과 같이 살던가, 아니면 제초제를 뿌려주는 것뿐이다. 아! 잡초를 무시하고 사는 방법도 있다. 잡초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사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방법이 우리 식구에게는 꽤나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심란해한다. "제발 마당에 제초제 좀 쳐라!"


풀이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 손으로 잡기에는 틀려버렸다.

그러나 절대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 신념도 있고, 또 아무 생각 없이 제초제 뿌린 자갈 위를 뛰어다닐 우리 집 개들을 (새침이와 호돌이) 생각하면 결코 못할 짓이다. 그렇게 뛰고 나서 제 발을 핥고도 남을 녀석들이니까.  


아스콘 포장은? 한 여름이면 열기에 뜨거운 바람이 훅훅 불어온다고 한다. 그까짓 더운 바람쯤은 참는다고 하더라도 더 중요한 것은 비용이 꽤나 비싸다. 예전에 깔끔한 게 보기에 좋아 앞마당 일부를 아스콘으로 포장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비싸서 포기했다. 보도블록을 깔아주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그 역시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또 마당이 작으면 보도블록으로 단장을 해도 예쁘겠지만 면적이 넓어지면 과연 보도블록이 어울릴지도 잘 모르겠다. 더구나 우리 집 마당은 결코 작은 면적이 아니다.   


전원주택 지은 지 오래되었는데도 마당의 자갈이 깔끔한 집은 부부가 엄청나게 부지런해서 날마다 풀을 뽑아주거나 아니면 제초제를 뿌렸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내가 망설이는 동안에도 우리 집 앞마당의 잡초는 해마다 영역을 넓혀가고 우리 부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어느 날엔가는 내 인내심도 바닥이 나서 제초제를 갖다 붓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잡초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차라리 마당에 시멘트를 확 부어버릴까 하는 유혹마저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처음 집 지을 때에는 마당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미리 생각을 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으로 마당을 만들든지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에 맞게 마당의 크기도 적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심란한 우리 집 마당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책 저자: E.F. 슈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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