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골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침이와 호돌이네 Nov 05. 2020

추우면 못살아 - 전원주택의 난방

전원주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난방의 방법은?

옆 동네 작은 언덕에 새 집이 들어섰다. 하얀색의 큼직한 이층 집으로 붉게 물든 단풍을 배경으로 멀리서도 한눈에 보인다. 길을 지나가다가 아내가 그만 그 집에 빠져버렸다. '와! 멋있다'라며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내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저 집 겨울이면 무척이나 춥겠다. 그치? 난방비도 엄청나게 많이 나올 거야!" 


추위라면 질색인 아내가 정신을 차렸다. 아내는 겨울이면 평균 22도는 되는 우리 집 거실에서도 춥다고 코트를 꺼내 입는다. "집은 좀 작더라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게 최고야!" 내 말에 지극히 현실적인 아내가 고개를 끄떡였다. 어차피 그 집은 그림의 떡이었으니까!

 

비가 몇 방울 떨어지더니만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도시의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이제 슬슬 겨울 준비를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집은 보일러를 가동한 지 이미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아파트야 벽 양면만 외부에 노출되지만, 시골의 단독주택은 벽면 전체와 천정, 바닥까지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그러니 웬만큼 난방을 해서는 추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시골의 겨울은 도시보다도 춥다. 

   

작년 봄에 다녀온 청산도. 멀리 보이는 하얀 이층 집은 가정집이 아니고 영화 세트장이다.


혹시 '그까짓 난방비'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도시만큼 값싼 난방을 할 수도 없고 선택의 폭도 넓지가 않다. 은퇴하신 분들이 시골로 귀촌하여 크게 놀라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갑자기 늘어난 건강보험료이고 두 번째는 감당이 안 되는 난방비용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도시에는 손쉽게 도시가스나 열병합 발전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시골에는 그런 기반시설이 없다. 그나마 나은 방법이 지금 우리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심야전기보일러인데, 전력이 부족하다고 더 이상 가정용으로 설치해주지 않은지 10년이 넘었다.


요즘 유행하는 '태양광 발전'으로 난방을 고려하시는 분도 계시나 보다. 하지만 턱도 없는 얘기다. 일반 가정에 설치하는 3Kw 용량의 태양광 설비로는 한 달에 평균 300Kw 내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 겨울철 우리 집 심야전기보일러에 사용하는 전기는 한 달에 2,000Kw 이상이다. 태양광은 가정용 전기를 대신할 수는 있지만 난방용으로는 사용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전원주택 하면 떠오르는 벽난로는? 멋은 있는데 온돌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벽난로는 보조 난방기일 뿐이다. 그러면 화목 보일러는?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예전에 화목보일러를 사용했던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화목보일러의 수명은 보통 5년 정도인데 보일러에 구멍이라도 뚫어지는 날이면 땜질을 해야 한다. 그리고 5년에 한 번씩 무게가 500kg 되는 보일러를 교체할 각오를 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장작이다. 장작은 보통 트럭 단위로 구입하는데 (그나마 시골이라 구입하기가 쉽다), 트럭이 긴 나무를 쏟아놓고 가면 엔진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도끼로 쪼개야 한다. 사용하기 좋게 쪼개 놓은 나무는 너무 비싸서 생각할 수도 없다. 젊었을 때는 몰라도 나이 들어서는 결코 선택할 수 없는 게 바로 화목보일러다.' 


아! 펠렛보일러도 있다. 한동안 정부에서 펠렛보일러 설치하라고 보조금도 주며 권장했는데, 내가 아는 한 분은 기껏 설치한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수입한 펠렛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가격도 비싸고 청소하기도 불편하다고 한다. 더구나 펠렛보일러가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킨다는 방송도 있었으니, 머지않아 정부에서 보조금을 중단할지도 모를 일이다. 인터넷 검색해보면 불평하는 글 많이 올라와 있다.   

                                

연탄보일러! 가격으로 따지면야 연탄보일러만큼 비용이 저렴한 것도 없다. 하지만 연탄보일러의 단점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생략하려 한다. 시골에서도 옛날 집 아니면 연탄보일러 쓰는 집이 많이 줄었다. 연탄가스! 소리만 들어도 벌써 어지럽다. 또 새벽마다 연탄불은 누가 갈아줄 건데?

                                 

지열난방도 있다. 대략 2천5백만 원 정도 시설비가 드는데 정부에서 일부분 보조를 해 준다. 지열난방은 땅속 15도의 지하수를 끌어올린 후 전기로 물을 데워 사용하는데 지금은 계량기를 따로 설치해 주어 전기세 누진은 없다. 매달 지열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전기세는, 심야전기보일러보다 약간 작게 나온다고 들었다. 초기 투자비가 크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고려해 볼 만한 것 같다.   

                                 

그나마 시골에서 제일 많이 쓰는 것이 '기름보일러'인 것 같다. 설치 비용도 저렴하고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요즘 같은 기름값이면 기름보일러가 최선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몇 년 전 기름값 많이 올랐을 때에는, 한 달에 난방비로 백만 원 이상 나오는 집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비용이 감당이 안 되니 전기장판만 켜고 외투 걸치고 춥게들 살았다. 그 폭탄이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른다.  


정말 만만한 게 없다. 만약 내가 집을 다시 짓게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할 것인지 생각해 봤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지열난방을 고려해 보겠지만, 가성비를 고려한 최선의 선택은 '기름보일러' 뿐인 것 같다. 그 대신 기름값이 언제 뛸지 모르므로 집의 단열을 패시브 하우스 수준으로 할 생각이다. 물론 하루 종일 햇빛 잘 받는 곳에 집을 지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래서 난 요즈음 시간만 나면 '패시브 하우스'에 대하여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 혹시 귀촌하여 집을 지으시려는 분들은 어떤 난방을 선택할 것인지 한 번쯤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일단 집을 지은 후에는 난방 시설을 바꾸기가 어렵고, 또 나중에 후회를 해봤자 이미 늦은 일이니까 말이다. 


선택도 제대로 알아야 할 수 있는 법이다.  

                                  

P.S. 패시브 하우스 (Passive House):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하여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


<첫 번째 사진 출처: 언덕 위의 하얀 집 www.pinterest.co.kr>

매거진의 이전글 전원주택의 마당 - 자갈 깔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