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골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침이와 호돌이네 Jul 31. 2020

귀촌 - 적절한 땅의 크기는?

농사가 생업은 아니지만 텃밭이나 정원도 가꾸며 살고 싶은 경우

귀촌하여 시골에서 살려면 얼마만 한 크기의 땅이면 적당할까? 물론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사람마다 상황이 틀리고, 취향도 다르니까. 어떤 분은 마당에서 텃밭을 가꾸고 싶어 하시지만, 반대로 풀 한 포기 뽑는 것도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다. 따라서 어떤 기준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시골살이에 대하여 전혀 감도 오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 몇 가지 내 경험을 말씀드리려 한다.


내가 지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귀촌한 경우다 (귀농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분들이 대상이다. 이 분들은 나이가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일 테고, 앞으로 시골에서 30년은 족히 살아가실 분들이다. 그분들은 시간도 많고, 아직 일할 수 있는 힘도 넘치신다. 농사가 생업은 아니지만 텃밭이나 정원도 가꾸며 살고 싶어 하신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내 생각에는, 이런 분들에게는 전용면적이 250~300평 정도가 되면 좋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렇다.   

  

30평 정도의 집을 짓고, 주차장과 작은 창고 (시골집에는 창고가 필수다), 수도가 딸린 장독대, 그리고 작은 앞마당을 만들려면 아무리 줄여도 100~150평의 땅이 필요하다. 특히 잔디 깔린 앞마당이 중요하면 150평 정도는 있어야 모양이 나온다. 집을 지을 때에는 토지 경계선에서 일정 간격을 두고 지어야 하므로 죽은 공간이 예상외로 많이 발생한다. 거기에 텃밭을 만들고, 관상수나 유실수 몇 그루도 심을 수 있는 땅이 있어야 한다.     


타샤 튜더의 정원. 이 정원은 규모가 30만 평은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 300평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텃밭은 50평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텃밭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식구 먹을 고추나 파, 마늘 같은 대부분의 양념과 토마토와 같은 다양한 채소를 키울 수가 있다. 


자급자족 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김장을 담글 수 있는 무, 배추도 심을 수가 있고, 또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연작피해를 입지 않도록) 돌려짓기도 할 수가 있다. 면적이 작아 계속 같은 품종만 심게 되면 농사 망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또 유실수든 조경수든 나무도 몇 그루 심어야 한다. 나무는 과수원처럼 경제성을 따져 빽빽하게 심는 것이 아니라 여유 있게 심어야 한다. 회초리 같은 나무를 심었을 초기에는 빈 공간이 많아 허전해 보이지만, 몇 년만 지나면 키가 훌쩍 커 버린다. 그래서 뒤늦게 눈물을 머금고 아까운 나무를 잘라내는 사람들 많이 봤다 (고백하건대 우리 집도 그랬다). 여유 있게 나무를 심어야 하니 몇 그루만 심어도 50평은 훌쩍 넘어간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는, 면적이 그 정도는 되어야 집이 넉넉해 보인다. 그래야 이웃집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답답하지도 않고, 건물 그림자나 소음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면적은 절대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300평이 넘어가면 평범한 귀촌인이 감당할 수 있는 면적이 아니다. 힘이 있을 때는 그나마 관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면 넓은 마당은 애물단지가 된다. 이때부터는 여유 있는 귀촌생활은 사라지고, 본의 아니게 일에 매인 고달픈 인생이 시작된다. 


텃밭 또는 화단에 구근을 심는 사진

반대로 대지 면적이 100평~150평인 경우는 너무 작아 보인다. 대부분 시골의 전원주택 단지는 이 규모로 분양이 되는데 (도시는 더 작다), 실제로 가보면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창문을 열면 옆집이 다 보이고, 심지어는 옆집 싸우는 소리도 다 들을 수 있다. 마당에는 옆집 그림자도 진다. 


대개 이런 주택은 텃밭이라고 해야 기껏해야 10평 이내이고, 남은 작은 공간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다. 물론 이런 집들이 모여 있으면 예쁘기는 한데, 텃밭 농사와는 거리가 먼 경우다.

                                                    

텃밭은 일주일에 한두 번 가서 일하고 돌아오는 주말농장이 아니다. 현관문만 열면 바로 보이는 노년의 쉼터이자 일터다. 하지만 10평 정도의 작은 규모로는 날마다 할 일도 없다. 처음에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시골생활에 익숙해지면 곧바로 후회하게 된다. 남아 있는 30년을 그 작은 텃밭만 쳐다보며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혹시 10평의 텃밭도 크다고 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런 분은 다른 직업이 있거나, 다른 취미 활동을 하느라 바쁜 분일 거라고 추측해 본다. 이 경우는 단지 집만 전원주택에 사는 것이고, 어차피 생활방식은 도시에서 사는 것과 같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아파트에서 사는 편이 훨씬 나아 보인다. 


시골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려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본인이 직접 해야 할 일도 많고, 돈 들어가는 일도 많다. 텃밭과 마당이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큰 게 바로 전원주택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사실은 땅이 100평이든 300평이든 다 우리네 희망사항이고, 실제로 시골 땅은 그렇게 작은 규모로 거래되는 것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혹시 있다면, 마을 안에 있는 구옥이거나 전원주택 단지로 분양하는 땅뿐이다. 


시골에서 나에게 맞는 크기의 땅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작은 땅을 사서 후회를 하거나, 능력 밖의 큰 땅을 사서 고생을 한다. 

    

땅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혹시 시골 땅 구입하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이 글을 쓴다.


물론 어떤 땅을 사든, 선택은 본인 맘이다.                    


<사진 출처>

배경 사진: www.shutterstock.com

타샤의 정원 사진: www.tashatudorandfamily.com/visit

구근을 심는 사진: www.aclotheshorse.co.uk

매거진의 이전글 추우면 못살아 - 전원주택의 난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