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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May 20. 2021

집에서 만든 천연 제초제

마당에 난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

요즘은 풀과의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비가 자주 오고 기온도 높으니 풀들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 되었나 보다. 풀 깎은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쑥쑥 자라 있다. 과수원이나 텃밭에 자라는 풀이야 예초기로 깎으면 된다지만, 앞마당 자갈들 사이로 나온 풀들은 깎기도 어렵다. 예초기를 돌리면 자갈들이 튀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그렇다고 손으로 풀을 뽑는다는 것도 말도 안 된다. 난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을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열정도 없다. 면적이 작아야 풀을 뽑기라도 하지. 


이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제초제를 뿌리거나, 그냥 못 본 체하며 풀과 함께 사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풀 속에 묻혀 사는 방법은 깔끔하신 이웃분들이 더 못 참아하신다. 제초제 한 통이면 깨끗해질 텐데, 이렇게 해놓고 사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으시나 보다. 한 번은 이웃에 사시던 할머니께서 지나가시다가 우리 부부를 보고 말씀하셨다. "왜 제초제 주랴?"


그런데 제초제에는 무시무시한 고엽제 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예전에 자연농업 교육을 받을 때 강사님이 말씀하셨다. "농약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제초제는 제발 치지 마세요, 땅이 다 죽어요!" 그 무서운 제초제 말고는 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까? 그러다가 문득 외국에서는 텃밭의 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유튜브에 들어가 찾아보니 '집에서 만든 제초제' (Homemade Weed Killer) 란 이름으로, 수많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개인들이 올려놓은 수많은 제초제의 제조법은 거의 유사했다. 필요한 재료는 식초, 소금, 그리고 주방세제이다. '식초+주방세제'도 되고 '소금+주방세제'도 되지만, 세 가지 전부 섞을 때 효과가 제일 좋아 보였다. 여기에서 주방세제는 전착제 역할을 해서 식초나 소금이 잡초에 오래 묻어있도록 해 준다 (참고로 주방세제 대신에 식용유를 써도 된다고 한다). 단위가 갤런으로 나오므로 알기 쉽게 리터 단위로 대강 환산했다.

양조식초 2병 (1.8L x 2 = 3.6L), 소금 2컵 (물컵), 주방세제 1/2컵 (소주잔)을 넣고 잘 섞어주면, 천연 제초제 약 4리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4리터로 우리 집 마당의 풀을 잡기에는 어림도 없다. 우리 집 마당에 한 번 뿌리려면 10리터 이상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한 양조식초 5병은 있어야 한다. 더구나 아내가 김장 때 쓴다고 보관해 놓은, 간수를 뺀 소금을 퍼가려면 눈치도 보인다.

천연 제초제가 땅을 오염시키지 않고 사람에게도 안전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화학약품으로 만든 제초제보다는 많이 번거롭고, 또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혹시 양조식초 대신에 빙초산을 사용하면 어떨까? 20리터짜리 빙초산 한통을 구입해서 사용하면 비용이 많이 절약될 것 같았다. 양조식초는 보통 순도가 6~7%이지만, 빙초산은 99%이므로 15:1 정도로 물을 섞어서 사용해도 된다. (물론 더 진하게 타면 제초제가 더 강력해지겠지만). 빙초산 한통을 구입하면 몇 년은 충분히 쓸 수 있는 양이다. 


예전에 사과나무의 청 이끼를 제거하기 위해 구입한 빙초산이 창고에 조금 남아 있었다. 올해는 쓸 수 있을 양이다. 그래서 빙초산 1리터에 물 15리터, 소금 8컵(물컵), 식용유 2컵(소주잔)을 섞으니 천연 제초제 16리터가 만들어졌다. 


제일 풀이 극성이었던 곳은 개집 옆이었는데, 이곳도 하루가 지나자 풀들이 이렇게 죽었다.


제초제를 뿌리고 하루가 지났는데 마당의 풀들이 이렇게 변했다. 약한 녹색의 풀들이 조금 보이는데 제초제가 충분히 묻지 않았나 보다. 최소한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은 천연 제초제이니 앞으로 자주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이 천연 제초제는 맑은 날, 햇빛이 뜨거울 때 뿌려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햇빛이 쨍쨍할 때 뿌리면 풀들이 몇 시간 만에 시들어 버린다. 


물론 이렇게 천연 제초제를 한번 뿌렸다고 풀들이 뿌리째 다 죽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바로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식초와 소금 성분이 사라질 때쯤이면) 다시 풀들이 땅을 비집고 얼굴을 내민다 (물론 제초제를 뿌리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풀이 자라는 건 마찬가지다). 모진 잡초의 생명력에는 당해 낼 재간이 없다. 하지만 일 년에 몇 차례 천연 제초제를 뿌려주면 그 무서운 고엽제 걱정을 하지 않고도 풀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자연을 보호하고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는 힘도 많이 들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 하지만 이 천연 제초제를 알고 난 이후로는 마당의 풀들이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 그까짓 것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처리할 수 있으니까. 무슨 일이든 대책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 집 마당에 난 풀들, 이제야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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