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환학생 선배의 [짐 체크 리스트]
한가득 설렘을 안고 떠날 준비를 하는 당시 캐리어를 꺼내자 느낀 건 '아득함'이었다. 어디서 부터 어떤걸 챙겨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었다. 내 실수로 놓치는건 딱 질색이었기에 파워 J형인 나는 노션 템플릿부터 만들었다. 이름하여 [Baggage List] 나만의 짐 리스트였다.
크게 3파트로 나누었다. (만들다보니 내 성향에 맞춰 만들어졌다.)
1. Notice (알림, 중요 메모)
2. 가져가야 할 것, 사야할 것, 가서 살 것 (이 세가지로 나누는 것이 최고 효율이다.)
3. 구체적인 목록들 (용품 태그 필수!)
이제부터 이 세가지에 대한 설명과 꿀팁들을 전하고자 한다.
1. 나의 거주 일정과 주요 계절을 작성한다. 특히 겨울엔 장판, 코트 등 챙길 요품이 많아 내가 어떤 계절에 떠나는 것인지를 유의해야 한다.
2. 이민자가 아닌, 돌아올 계획이 있는 사람은 '돌아올 짐'을 생각해야 한다. 잠시 쓰고 버릴 것을 들고 갈 것인지, 가서 사고 내가 한국으로 들고 올 수 있을 지 등 '짐 분류'를 위해 필요한 생각이다.
3. 내게 허용된 무게. 수하물이 비싸다. 내게 허용된 무료 수하물의 무게를 철저히 지키고자 기입했다. 쿠팡에서 판매한 약 1만원대의 휴대용 수하물 무게 저울을 구매해 수시로 체크했다. (여행 중에도 꽤 유용했고 지금도 사용 중이라 너무 추천!)
4. 그 밖에 만들 카드와 로밍 정보. 꽤나 긴 거주가 될 예정이므로 만일에 대비한 여유 카드 구비와 입국 시 바로 사용할 휴대폰의 로밍 정보들을 적어두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이 한국에서 한창 떠날 준비를 할때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라 작성할 필요를 못 느끼지만, 입국과 동시에 나의 기억력은 휘발되고 내가 기록하고 저장해둔 정보만이 나를 살렸다. 당연해보여도 나에게 중요한 정보라면 꼭 상단에 기입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다.
30인치 가까이되는 큰 캐리어에 이것저것 넣다보면 큰 혼돈이 찾아온다. 내가 무엇을 챙겼고, 앞으로 어떤게 필요하고, 어디서 사는 것이 좋을지!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3가지를 구분한 것이 나에겐 분별의 시작이 되어 주었다.
1. 가져가야 할 것: 한국에서만 있는 것, 한국이 크게 저렴한 것, 내가 자주 쓰는 물건, 준비 서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꼭 챙길 것]
- 입국 심사 통과를 위한 서류, 예비 증명사진
- 일부 환전
- 장바구니 (은근히 유용)
- 도착 시 사용할 세면도구 & 수건
- 의류 (자주 입는 것 위주로 챙기자!)
- USB, 셀카봉 (가서 사기 돈 아깝다)
- 전자기기 (노트북, 충전기, 카메라 등)
- 일부 기초 화장품 (독일 기초 화장품도 좋다. 굳이 다 한국 것이 아니어도 괜찮더라.)
- 클렌징폼 (**독일에서 클렌징폼 찾기 어렵다. 클렌징 밀크라고 해서 거품 없는 것 뿐이었다..)
- 립 제품 (유럽은 색조화장의 불모지다. 동양 여자에게 맞는 립 그런거 없더라..가져간 거 다 쓰고 돌아옴)
[사야 할 것]
- 다이소 압축팩: 겨울용 옷은 부피가 커서 캐리어에 안담길 때가 있다. 옷에 욕심이 많은 나는 압축팩을 이용했다.
- 30인치 캐리어: 대용량 캐리어는 구매하기엔 큰 돈이 나간다. 당근마켓을 이용한다면 저렴하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 전기담요: 의외로 독일 마트에서 저렴하게 (약 10만원) 구매 가능하다. 하지만 가서 쓰고 버릴 생각으로 한국에서 당근으로 작고 귀여운 전기 장판을 사갔다.
- 백팩: 단거리, 짧은 여행시 필요한 백팩. 기차 여행이 주를 이루는 유럽에서 백팩은 필수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서도 좋은 백팩 브랜드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기념품겸 백팩을 원한다면 현지에서 사는 것도 방법!
- 여행용 멀티플러그: 사실 독일은 한국과 동일하다. 하지만 근처 다른 나라를 여행할 일이 많으므로 챙기는 것이 좋다.
- 렌즈: 한 학기만 머무를 예정인 렌즈 착용자는 그냥 마음편히 한국에서 사오는 것이 낫다.
- 동전지갑: 유럽도 일본처럼 동전이 많이 생기는 나라다. 효율적인 돈 관리를 위해 다이소에서 파는 동전 지갑을 사는 것도 좋은 방법.
- 한국 음식: 정말 챙기길 잘했다고 생각한 음식은 '코인 육수', '스팸', '블럭 국', '죽'이다. 웬만한 것들은 한인마트에 잘 구비되어 있지만, 블럭 국 같은 경우는 한국 밖에 없어..! 독일 자취생에게 빠르고 간편한 한국의 맛을 가져다준 고마운 패스트푸드다. 추가로 현지 친구들을 사귀로 줄 선물로 간식이 최고다. 챙겨간 '멜랑카우', '미니 약과'를 이곳저곳 잘 나눠주며 요긴하게 사용했다.
[가서 살 것]
- 전기밥솥: 밥이 주식이고, 세끼를 잘 챙겨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미니 밥솥은 가서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독일에서도 다양한 가격대와 크기별로 판매를 하고 있어 한국에서까지 이고갈 필요는 없다.
- 샤워필터: 의견이 반반 갈린다. 찾기가 어려운 물품이라 한국에서 챙겨가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숙사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한국용 필터기가 현지 샤워기랑 안맞는 경우가 더 많다. 괜히 돈과 자리를 차지하지 말자. +) 지성피부인 나는 오히려 유럽의 석회수 물이 잘 맞았다.. 필터기 없이 샤워기 쓰고 인생피부 얻었다.
- 겨울용 코트: 자라, 망고, H&m 등 유럽의 패션 브랜드들이 옷을 잘 만든다. 가격이 부담이라면 빈티지 샵도 잘되어있어 옷은 최대한 현지에서 구매한 것이 좋았다. (물론 들고 올때 무게 확인 필수!)
- 헤어 드라이기: 전자기기 샵에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현지 구매가 가능하다.
한창 짐을 챙기면서 들었던 생각은 사람마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짐 챙기기엔 정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현지 친구와의 관계와 추억을 생각한 친구는 선물용 한국 용품을 더 많이 챙겼고, 한식이 우선인 친구는 온갖 재료(김, 참기름, 장, 육수 등)를 챙겼다. 나에게 중요했던 건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효율과 내것을 잘 챙겼는지 확인하는 체크 리스트였다. 이 체크 리스트를 만들면서 작고 당연하게 여겼던 내 삶의 주축인 물건들을 바라보며 '없어도 될까?, 혹은 왜 있어야만 할까?'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잘 떠나기 위해서'는 현재 머물고 있는 나의 모습을 '잘 알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