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가면 손해인 독일 와인 축제

독일 소도시 Bad Dürkheim Wein Festival 방문기

by 제이


주변 사람들과 독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꼭 나오는 키워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축구, 맥주, 건축, 히틀러(..) 등등. 결국 이야기는 하나에 질문으로 귀결된다. '옥토버페스트 가볼 거야?' 세계사 수업에서 주입식으로 교육받은 한국인에게는 독일 하면 맥주 축제 문화가 있는 나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들은 게 옥토버페스트 밖에 없어서 독일에 맥주 축제는 하나인줄 알았다. 하지만 독일에 도착한 일주일 만에 독일 지역 이곳저곳에서 주기적으로 '와인 축제'를 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독일은 와인에도 강한 나라였다.


9월 말 독일 소도시 Bad Dürkheim에서 와인축제를 열린다는 소식에 황급히 지역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가는 길 중간에 포도 농장이 즐비한 모습을 보고 독일은 와인도 강국이구나.. 생각했다.

Bad Dürkheim의 첫인상은 '동화 마을'!!! 높은 고층 건물이 없고 알록달록 색감의 건물들과 돌바닥이 아기자기한 감성을 살려주고 있었다. 와인축제는 마을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서 한참을 걸었던 거 같다.

와인축제가 열리는 장소에 다가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입구에는 큰 공원이 있었는데 여느 유럽의 공원처럼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흠.. 이렇게 평화롭고 잔잔해 보이는 지역에서 와인축제라니? 나에게 있어 외국의 첫 주류 축제였으므로 상상이 전혀 안되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플리마켓 거리! '이 와인축제 생각보다 본격적인데..?' 하는 생각이 물씬 나는 시작이었다. 서울에서도 열리는 플리마켓에 열심히 구경도 하고 직접 열어도 본 사람으로서 나의 첫 외국에서의 플리마켓은 보물섬 그 자체다. 각양각색의 마켓들, 호기심 가득하게 구경하는 사람들, 독일 장사꾼들의 호객행위 등... 거리에서 펼쳐지는 문화 체험의 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른의 시선도 사로잡는 알록달록한 완구, 나무로 만든 토이들!

독일엔 참 수제로 만들어진 나무 토이들이 흔하다. 7유로부터 50유로가 넘는 다양한 가격대는 물론이다.

독일 주부들의 핫플이었던 그릇 상점.. 치즈를 갈 수 있는 강판(?) 접시를 판매하고 계셨다. 아무래도 유럽의 주 식재료는 치즈이다 보니 치즈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주방 식기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직접 갈고 보여주시는 퍼포먼스는 덤! 이걸 보면서 우리나라였다면 200% 마늘을 갈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ㅋㅋ 기념으로 사 올까 싶었지만 온전히 캐리어에 가져갈 엄두가 안 나서.. 사진만 찍었다.

한참을 플리마켓 구경을 하고 벗어나니 축제의 입구가 보였다.

첫인상은 완전한 '테마파크' 와인축제의 이름을 한 놀이동산이었다.

보시라 이 화려한 놀이기구들을..

우리나라와 다르게 입장료는 따로 없고 놀이기구마다 탑승 티켓을 팔고 있었다. (평균 5~7유로)

와인축제라고 해서 입구부터 포도 따고 포도주 만들기 체험하고 와인 사고 기념품 파는 그런 느낌이 아니고 (한국 페스티벌을 기대하지 마시라) 가볍게 와인을 마시며 놀이동산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축제 분위기였다.

빠질 수 없는 푸드샵들.. 독일의 국민 간식 슈니발렌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이 본격으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부스!

놀이동산 내에 다양한 와인부스들이 있었고 카운터에서 와인을 주문 후 빈자리에 합석에 마시면 된다! 환경을 위해 일회용 잔 대신 보증금을 받고 다회용 컵에 준다. 보증금 반납 대신 기념으로 소장도 가능하다.

이런 와인 축제에서 ‘Wein schorle’가 빠지지 않는데 와인을 탄산수와 타마시는 약한 와인 음료수 같은 술이다. 라들러도 레몬주스+맥주를 믹스한 음료로 국민 주류인데, 독일사람들은 섞어 마시는 걸 좋아하나 보다 ㅎㅎ 워낙 물처럼 마시니 오래 많이 마시려고 연하게 먹는 걸까?

로제 와인 슐러를 선택해 마셨고, 은은한 와인향이 나서 기분 좋게 즐기기 딱 좋았다.

독일도 미국 못지않게 피자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음식으로 장난 안 치겠다는 진심이 느껴졌달까.. 이거 하나만 먹어도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배불렀다. 이외에도 부어스트, 슈니첼 등 독일 음식들과 다양한 핑거푸드들이 있어 골라먹기 편리했다.

밤이 되어도 와인축제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가족, 친구 등 단체로 와서 하루 종일 놀고 즐기는 분위기라서 그런지 낯선 지역에 외국인 신세로 밤늦게까지 있었음에도 위험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워낙 주류에 열려있는 문화이다 보니 와인축제에 어린이, 노인분들과 함께 오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독일 사람들은 이런 축제가 있으면 다 같이 나와 기분 좋게 한잔 하고, 아이들이 탈 수 있는 가벼운 놀이기구들을 함께 타면서 재밌게 휴일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닌 건, 이런 지역 축제가 주기적으로 열린다는 것이다. 가을 와인축제에서 봤던 간이 상점들, 놀이기구, 음료 등이 겨울이 되면 크리스마스 마켓의 모습으로 재활용되어 다시 열린다. 한번 잘 만들어둔 지역 축제의 틀을 시즌별, 테마별로 다시금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환경 인식은 물론 꾸준한 놀거리 개발을 통해 지역 활성화와 단합을 만들어내는 문화를 알 수 있다.


다시금 말하자면 이 정도 규모의 축제가 프랑크푸르트, 뮌헨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외국인은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소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이 정도 축제를 운영할 수 있는 자금과 먼 곳까지 와서 잘 놀고 가는 사람들과 사람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경찰 등 많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성공적인 축제가 운영된다는 생각에 많은 것을 배우고 온 즐거운 경험이었다.


독일에 온다면 옥토버페스트뿐만 아니라 와인 축제 같이 다양한 지역축제를 경험해 볼 수 있으니 꼭 참여하기를 추천한다. (독일 노잼 나라 아니에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