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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Mar 08. 2020

로이 하그로브의 플루겔혼

I Remeber Roy

Roy Hargrove & Kenny Barron - End of a Love Affair

 우연히 내가 사랑하는 로이 하그로브가 20대 중반에 플루겔혼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았다.


 케니 배런과의 듀오였고, 곡은 End of a Love Affair. 1994년의 영상 속 25살 언저리였을 그는 재즈 연주자로서 젊다 못해 어리고 유망하며 이미 리더작으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활동하고 있었다. 탄탄하고 패기 있는 젊은 연주자의 음악이 대체 어떻게 삶의 유약함과 먼 쪽의 마음을 읊조리는 뉘앙스를 지녔으며, 저 조악한 화면 속 눈을 감고 연주하는 그의 젊음과 플루겔혼 소리는 왜 이렇게 매번 내 마음을 저리게 만들까. 새삼스러웠고 그만큼 의문이 들었다.


 나는 원래 그의 플루겔혼 연주를 좋아했다. 원래라는 말의 근원이 어디부터인지 물으면 곤란하지만, 적어도 그의 리드미컬한 트럼펫 연주와 대비되는 플루겔혼 연주가 나를 끌어당긴 것은 확실하다. 그는 언어가 되지 못한 날숨들로 말을 걸었다고, 그리고 그 숨들이 각진 말은 가닿지 못하는 마음속으로 들어왔다고 해몽하는 것이 내가 현재로서 표현할 수 있는 전부인 듯하다.


 로이 하그로브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었다. 나에게는 그의 죽음 역시 그의 음악처럼 유독 깊게 다가왔다. 황덕호 평론가는 세상을 떠난 로이 하그로브를 보며 '일면식도 없지만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숨들을 느낄 수 없으니 내 마음 안쪽에 닿은 바람 한 점을 남은 기억들로만 감각할 수밖에는 없어 그것들이 간절해졌다.


 글을 다 쓰고서 로이 하그로브가 연주한 I remember Clifford를 들어야겠다. 클리포드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는 로이를 기억한다. 그의 음악과 호흡을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Roy Hargrove (1969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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