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꿈 『Organic Tender』
이내꿈은 자신들의 이름을 작게 포갰다. ‘이리 와 내 꿈에 태워줄게’라는 기존의 팀명이 첫 정규앨범 [Organic Tender] 발매와 함께 새로운 옷을 입은 것이다. 이들은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보수동쿨러의 구슬한을 프로듀서로 만나면서 처음 만든 곡 대부분을 새로 썼다. 이는 처음만큼이나 그다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내꿈은 손에 쥐는 악기와 만들어내는 소리 모두 변화를 줬다. 일례로 민우석은 그의 말마따나 “어쿠스틱 기타를 내려놓고 베이스를” 들었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내꿈은 이번 앨범으로 그 일을 씩씩하게 해냈다.
첫 트랙 ‘Before Sunrise’는 매끈한 템포 위에 민우석의 보컬이 가볍게 올라탄다. 그 가뿐함으로 기성세대와 힘 있는 존재들에게 산뜻한 일갈을 건넨다. 무심한 듯하지만 난장의 풍경을 오래 지켜보고 있던 사람의 목소리다(‘Old men, please don’t steal / We’re watching you’).
‘Noise’는 전망 없는 시간 중 자기 안에서 발견한 용기를 말한다. 노이즈는 이들을 지나치며 잡음 같은 파동과 기억을 던지고 가는 모든 것이다. 그 노이즈 앞에서 어리숙하게, 어쩌면 ‘아무 근거도 없이’ 뱉은 말들이 도리어 자신에게 즐거움과 용기를 가져다 준다. 아직 발아되지 않은 마음은 이 흔들림 앞에서 오히려 깊게 뿌리내린다. 담백한 리듬에서 출발해 후렴의 합창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잡음 속에서도 함께 목소리 낼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힘을 건네는 모습이다.
터지듯 시작하는 ‘Karman Line’은 진심의 모양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고 민우석이 쓴 이 곡은 비록 ‘너’에게 닿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는 믿음 위에 서있다. 떠남으로써 자유로워진 ‘너’, 그리고 재회의 가능성을 나란히 그리는 마음은 지금 여기에 국한된 사랑보다 더 넓은 품을 가지고 있다. 곡 후반 김태양의 기타는 넓은 스테이지를 향해 울려 퍼지면서 멀리 기척을 보낸다.
마지막 트랙 ‘Sisley’는 기존 멤버였던 베이시스트 최성욱이 밴드를 나간 후 만든 곡이다. ‘네가 앉았던 그 자리에 내가 앉’으며 시간을 되짚어 본다. 떠난 이와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나의 부족함이 곳곳에 누워있다. 다시 돌아가도 다르지 않겠지만 이 쓸쓸함은 어쩔 수 없다. 당신의 빛이 될 수 없기에 어둠이 된다는 건 사실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를 감추고 너를 상상하면 너는 더 생생해지기 때문이다. 천천히 흘러가는 기타와 드럼은 내가 숨어 들어간 그림자를 더 짙게 칠한다. 그럴수록 그 앞의 네가 더 밝아질 것이기에.
처음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았을 때의 어색함을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자기를 마주하는 작은 순간, 그리고 낯섦. 의외로 가능성은 거기서부터 나온다. 새로운 악기를 들거나 다른 어법으로 발음해 보며 첫 앨범을 만든 이내꿈의 소리가 조화로운 이유는 자신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연습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이 소리에 더 많은 사람들을 태웠으면 좋겠다. 소리라는 꿈, 이내꿈의 긴 이름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