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인

플루티스트에서 색소포니스트가 되기

by 김은미


나는 다시 신인이 되었다.


꽤 오랫동안 플루티스트로 활동하며 내가 목표로 했던 일들을 이뤄왔다. 짧은 유학 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고향인 대구에서 활동하기보다는 연주자들이 많은 곳에서 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렇게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 생각하고 목표로 한 일들을 하나하나 이뤄나갔다.


크게 세 가지의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로는 서울에 있는 재즈클럽들을 다 연주해 보자였다. 무작정 올라와서 살게 되었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나는 잼데이를 가서 사람들을 사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덜덜 떨면서 매주 준비해 간 곡을 연주하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팀도 결성할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꽤 많은 연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즈클럽에 연락도 하고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첫 번째 목표는 이루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로 앨범을 내고 페스티벌과 방송출연을 하는 것이었는데, 연주하며 친해진 친구들 중에서 정말 나의 음악과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 앨범을 낼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페스티벌 연주도 했고, 방송출연도 내 앨범으로 할 수 있었다. 이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앨범에 관한 이야기는 차후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 같아 생략한다.


세 번째로 해외연주를 가는 것이었는데 이것도 이뤘다. 이것도 정말 운이 좋았고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네덜란드, 불가리아, 세르비아 페스티벌 연주, 그리고 미국에서 내 앨범으로 라디오쇼, 마스터클래스, 페스티벌 연주까지 해냈다.


그렇게 플루티스트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나는 조금씩 취미로 연주하던 색소폰으로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신인 뮤지션이 되어갔다. 플룻을 연주할 때와는 다르게 내 마음대로 연주가 되지 않았다. 앙부셔도 운지도 그리고 리드악기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Bb 이조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조금씩 성장해 나가면 된다. 조급해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연습해 나갔다. 안되면 되게 몇 번이고 연습하고 플루티스트로 성장할 때처럼 다시 신인의 마음을 가지고 해 나갔다. 왜 다른 악기를 시작해서 이렇게 힘들어하냐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플룻에 비해 악기도 무겁고 연주하는 것도 다른데 말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들 중에 플룻을 세컨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재즈 플룻 연주자도 색소폰 연주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습을 하다보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늘어 있고 그게 좋아서 또 하고 또 하고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사실 재밌기도 하고 두 악기의 매력을 다 느낄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색소폰을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고 지금은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일도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신인의 마음으로 그 설렘을 간직하며 열심히 연습하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재밌어. 나의 음악인생 말이야.

앞으로도 두 악기의 매력에 푹 빠져있을 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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