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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Nov 02. 2022

B2B 고객은 '아메바'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B2B고객들의 Needs

2019년 D 대기업의 외국인 딜러를 대상으로 'B2B마케팅'교육을 종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이런 질문을 했었습니다. "B2B 고객, Account를 동물로 표현하면 뭘까요?" 그랬더니 머리가 희끗하신 남미 딜러가 "B2B고객은 아메바다." 그 말을 들은 다른 딜러들은 "왜요? 뇌가 없어서 아메바인가요?"하며 웃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아니, 환경에 따라 형태가 변하니까 아메바지. 아 그러면 카멜레온이 될 수도 있겠네. 하하" 라며 웃었습니다.


아메바처럼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B2B고객들의 Needs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비용절감

B2B영업의 경험이 있는 분들은 고객사의 공급가 할인압박이 얼마나 거센지 잘 하실 겁니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부품벤더사들은 매년 공급가 할인압박에 시달리고 있죠. 심각한 것은 부품 벤더사가 혁신적인 제품개발로 생산비용을 절감하더라도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 입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그 생산비용 절감을 적용한후 다시 할인을 요청하죠. 이러한 현실은 부품 벤더사들의 혁신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게 만드는 최악의 행태입니다. B2B고객은 Value Chain 의 효율적인 관리와 비용절감이 가장 기본적인 Needs 입니다.


(2) 생산효율화

고객사 공정의 병목현상을 개선시키거나, 불량률을 현저하게 개선시키는 등 생산효율화에 극적으로 기여하는 제품은 가격을 더 받아도 되겠죠. 공급사의 영업사원은 자사의 제품으로 인해 고객사가 얻는 이익까지 계산해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잘 협상해야 합니다. 보통 고객사는 초반에 선진국의 고효율 제품을 고가로 사용하면서 생산을 효율화한 후 국내 (Local, Domestic) 공급사에게 동일한 아니 최소 유사한 수준의 제품을 공급하도록 요청합니다. 동일한 성능을 제공하기 힘든 로컬 공급사는 고객의 요청에 Cutomization, Tunning을 하며 힘겹게 맞춰주고 기존 공급사보다 가격은 많이 할인해주겠죠?


(3) 빠른 납기

납기. Delivery. 우리가 옥션이나 네이버 쇼핑에서 전자기기나 식품을 구매한 후 집까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빠르면 하루, 적어도 2-3일내에 도착하겠죠? 그런데 1주일이 걸린다면? 조바심나고 아쉽긴 하겠지만 대개 참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B2B고객은 어떠한가요? LG TV용 LCD를 만드는 회사에 LCD 유리 가공용 공구 납품이 며칠 늦어지는데 고객사 현장에 재고가 없다면? 이는 고객사에 엄청난 손해가 될 수 있고 손해비용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고객사의 제품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는 상황이라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납기가 빠른 제품을 선호할 수도 있을 겁니다.


(4) 신제품 개발

여러분이 스마트폰 제조사의 개발팀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기존 바형태의 스마트폰에서 접는 형태의 폼팩터 (From Factor)가 대세가 됨에 따라 여러분의 회사도 빠르게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접는 형태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유리, PCB등의 부품 제조사가 한두군데 밖에 없다면 공급사가 오히려 갑의 위치에 올라서겠죠. 그러하다면 고객의 가장 시급한 니즈는 신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는 부품이 될 것 이고 이때는 비용절감이나 생산효율, 납기보다 더 우선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제조 가능한 부품사가 늘어나면 다시 비용절감, 생산효율, 납기등의 Needs가 부각되겠죠?


(5) 좋은  AS

2011년 일본의 태양광셀 제조사에 출장을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또래의 담당 일본인 엔지니어와 같이 식사하면서 역사, 게임등 공통된 관심사로 많이 얘기를 나누면 친해졌었죠. 출장을 마치고 한국본사에 출근했을때 그로 부터 묘한 메일이 와있었습니다. '공급사 관리파일.xls' 공급사 관리파일이었습니다. 시트가 백장이상이었고, 공급사별 비용, 품질, 납기, 구입비율, 종합평가등이 깨알같이 상세하게 적혀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할때 일본인은 메모부터 한다는 유머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실수로 저에게 메일을 보냈던 겁니다. 바로 그로부터 전화가 와서 "기무상, 저는 당신을 형제로 생각합니다. 실수로 보낸 메일은 부디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었습니다. 그 공급사 관리파일 종합평가에 적힌 내용이 기억납니다. "S업체는 가격, 품질, 납기 다 좋은데 AS가 굉장히 안좋음. 문제발생시 대응이 느리고 담당 영업사원의 대처능력도 떨어짐. 구입비율 변경예정" AS는 공급사 교체의 대표적인 원인이 됩니다. B2B고객의 주요 Needs입니다.


(6) 안전

생산 공정에서의 안전에 대한 주요 경험은 2건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일하던 2002년 당시 생산현장에 연속으로 제품에 구멍을 뚫어주던 펀칭기에 버튼이 두개가 있었습니다. 펀칭이 될때 왼손, 오른손으로 같이 눌러주면 손이 기계에 말려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계였습니다. 그런데 중국인 직원이 오른쪽 버튼을 청테이프로 붙여놓고 오른손으로 제품을 옮기면서 왼손으로 조작하다고 오른손이 그만 말려들어갔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건은 2007년 대만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던 때였는데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장비에 작은 창이 있는데 열리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기능이 있었는데 그 기능을 끄고 조작하다가 대만인 직원이 사망한 사고였습니다. 2022년 SPC제빵공장에서도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났죠?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B2B고객의 가장 크고 중요한 Needs는안전이 될 수 밖에 없겠죠? 한동안은...  


(7) 영업사원의 신뢰도

Reputation. 평판. 명성. 신뢰도. B2B에서 기업의 신뢰도는 시간으로 증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랜시간동안 많은 고객사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큰 이슈가 없었고, 이슈가 있더라도 잘 해결해온 레퍼런스 (Reference)로 증명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영업사원의 신뢰도는 제품에 대한 전문지식, 고객에 대한 이해도, 산업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인간관계 스킬, 태도등이 종합되어 고객들이 인식하게 될 겁니다. 영업사원의 신뢰도가 높으면 그 영업사원이 다른 제품을 판매하게 되면 공급사를 바꾸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 부품사의 영업사원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그가 외국산 부품의 딜러가 되면서 가까운 곳에 창고를 준비하고 영업사원을 채용해서 서비스와 납기를 대폭 강화시킨다면 기존 국내 부품사를 외국산 부품사로 바꿀수도 있겠죠?


(8) 백마진

'백마진 (Back Margin)'이란 판매자가 고객에게 100만원짜리 제품을 정가에 팔았음에도 회사에는 70만원 할인가로 팔았다고 하고 30만원을 착복하는 경우, 고객에게 110만원에 판매하고 10만원을 현금으로 담당자에게 주는 경우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B2B영업에서는 후자가 대부분일 것 이고 회사차원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행해질 겁니다. 접대용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고객담당자에게 뿌리고 영업사원이 착복하는 경우도 있고, 고객사의 감사팀이 감시하는 지역을 벗어나 과도한 접대를  하는 경우도 있고, 종이가방에 현금을 넣어서 주거나, 고급차를 리스나 렌탈로 제공해주거나 여러가지 방법이 있죠. 같은 의미로 '야로', '모찌', 'Under table money' 등이 사용됩니다. 중국에서 영업할때 구매담당자가 휴지에 '3'이라고 적어서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공급가의 3%를 백마진으로 챙겨달라는 의미였죠. 고객사가 아니라 고객 담당자의 Needs가 '백마진'이 경우도 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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