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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Nov 04. 2022

나무블록, 키즈카페용 볼풀 공

고객입장에서 상품 톺아보기

마케팅에서 고객에게 공감하는 것은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12년간 창업 마케팅교육을 하면서 접한 수천명의 초보창업자들은 자기중심적으로 고객을 바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과신하고 고객의 Needs가 아닌 자신의 Needs를 충족시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6회 연속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공감하기의 Best practice와 Worst practice 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무블록

나무블록!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 (User)는 누구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는 분들이 육아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도 그분들의 답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육아경험이 없는 2-30대는 나잇대를 높게 말합니다. 6-7세요? 이러면서요. 그런데 육아경험이 있는 분들은 2-3세 정도로 답을 주시죠. 필자도 2022년 현재 9세, 2세의 두 아들을 키우고 있어서 경험이 있습니다. 나무블록은 5세이후론 별로 가지고 놀지않죠? 그 나이부터 복잡한 자동차나 기차완구, 레고등을 가지고 놀더라구요. 이 나무블록의 사용자는 2-3세의 아이입니다. 그러면 다 같이 2-3세 아이의 감정에 이입을 해봅시다. 아이들이 이 제품에 대해서 가장 바라는 가치(Value)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0여년간 천여번 이상 이 질문을 했었는데 초보 창업자들의 입에서 가장 쉽게 나오는 대답이 무엇이었을까요?


'안정성' 이었습니다.


이 답변이 나오면 저는 잠깐 (2-3초)정도 가만히 있다가 "다시 생각해보세요. 과연 안정성일까요?" 라며 재고할 시간을 드렸습니다. 그러면 그 분들의 눈이 반짝이며 다시 생각하시다가 작은 목소리로 "재미?"라고 하십니다. 맞습니다. 아이들이 '안정성'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지는 않죠? 우리도 어렸을땐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연탄불위 국자에 설탕을 녹여 소다를 뿌려 뽑기를 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량식품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안정성'을 생각했다면 먹을 수 있었을까요? 필자의 2세 둘째 아들도 요즘 눈을 떼면 입에 연고나 로션같은 것들을 가져갑니다. 나무블록. 2-3세 아이들이 나무블록에 대해서 가장 바라는 가치(Value)는 재미(Fun)죠. 감각적으로 분류해보겠습니다. 시각적으로 보면 흥미로운 형태와 색깔, 청각적으로는 흔들었을때 들리는 즐거운 소리, 촉각적으로는 따뜻하고 매끄러운 느낌, 후각적으로는 은은한 기분좋은 냄새, 심지어는 미각적으로 익숙하게 기분좋은 맛 일겁니다. 바로 재미 (Fun)이죠.


그러면 나무블록. 이 제품의 구매결정권자는 누구일까요? 그러면 초보창업자들은 '부모님'이라고 합니다. 저는 부모중에 누구? 라며 반문하죠. 그때 또 고민이 시작됩니다. 아빠일까? 엄마일까?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엄마겠죠? 어마는 몇살정도 일까요? 그러면 30대 초 중반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면 놀이터에 애들과 함께 나온 엄마들을 자세히 한번 보라고 말씀드리죠. 요즘은 결혼을 늦게 하고 출산도 늦은 나이에 하는 분들이 많아서 필자도 둘째와 한번씩 아파트 놀이터에 가보면 엄마들이 30대 후반 40대 초반이 많았습니다. 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엄마들이 나무블록을 선택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Value)는 무엇일까요? 바로


'안전성' 이죠.


어느 나라 어떤 지역의 어떤 목재를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가공했고, 성분을 분석해서 유해한 물질이 있는지 없는지, 믿을 만한 제조업체가 안전하게 제조한 것을 보장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맘카페의 사용후기를 하나하나 다 찾아볼겁니다. 제일 원하는 제품은 북유럽산이고, 유명 아동교육자의 철학으로 만든 100만원짜리 나무블록 세트겠죠. 이 제품이 베이비 페어에 여러가지 프로모션으로 30% 할인을 하면 카드할부로 구매할 겁니다. 지역 맘카페에서 할인가로 공동구매를 할수도 있구요. 깨끗하게 사용한 중고제품을 당근마켓에서 구매할 수도 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고, 다음은 '브랜드', 다음은 '가격'이런 식으로 가치(Value)의 우선순위가 정해지겠죠? 정말 단순하고 쉬운 상품이라고 생각하던 나무블록에서도 사용자와 구매결정권자를 특정하고 그들의 니즈(Needs)와 가치(Value)에 대해서 확인하는 것이 경험이 없으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키즈카페용 볼풀 공


2016년 즈음 접했던 케이스입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20대 여성분 2명이 창업 마케팅컨설팅을 요청하셨습니다. 흔하지 않은 아이템이었죠. 키즈카페 볼풀 공 이었습니다. 저도 당시에 3살짜리 첫째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자주가서 아이는 놀게하고 저는 강의자료를 만들곤 하던 시기라 흥미가 생겼죠. 구체적인 제품에 대해서 확인해본 결과 살짝 놀랐습니다. 공의 형태가 위의 그림처럼 눈사람처럼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물어봤습니다. "왜 이런 눈사람 형태로 제품을 제작하실 생각하신가요?" 그러자 "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필자는 갑자기 멍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렇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지 모른다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육아경험이 없었던 20대 여성의 생각인 것 입니다. 제가 키즈카페를 하시는 지인에게 바로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드리고 여쭤봤습니다. 피드백은 "소재가 뭔가요? 형태 자체가 애들이 놀다보면 쉽게 접합부가 부서질 것 같은데 유해물질이 나오거나 부스러기가 많으면 청소하기가 힘들건데..." 이렇게 왔습니다. 여러가지 색깔로 제작을 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그 근거도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 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용자(User)인 아이들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아야 하며, 키즈카페의 비용을 지불하는 어머니의 의견도 확인하고, 특히 B2B 구매결정권자(Buying Decider)인 키즈카페 사장님들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피드백을 드렸습니다. 20대 여성인 자신의 시각이 아닌 5-10세 아이의 시각(POV:Point OView), 키즈카페 사장님의 시각 (POV:Point OView)가 필요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연기가 나지 않는 Premier 담배가 있습니다.

1988년 흡연반대 운동이 거세지자 미국의 담배제조업체 R.J. Reynolds는 프리미어 (Premier) 라는 연기가 나지 않는 담배를 무려 3억3천만불을 들여 개발했던 겁니다. 아이디어는 좋았습니다. 연기가 나지 않고, 깨끗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치(Value)는 이 담배의 사용자(User)인 흡연자가 아니라 간접흡연으로 고생하던 아내나 아이를 위한 가치(Value)였습니다. 흡연자가 이 담배를 피기 위해서는 용접용 점화장치 같은 강한 불꽃이 나오는 라이터로 한참을 불을 붙여 강하게 빨아들여야 하는데 불이 잘 붙지 않았습니다. 저도 흡연을 하다가 담배를 끊은지 2년가까이 되어가서 잘 알고 있는데, 흡연에는 목넘김 '타격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콜라나 맥주에 탄산, 김이 빠지면 맛이 없죠? 담배도 그 타격감이 없으면 그냥 가습기의 수증기를 마시는 듯하고, 너무 강하면 아궁이의 연기를 들이마시는 듯 할겁니다. 중국담배의 타격감이 극악하기로 유명합니다. 미국의 담배제조업체 R.J. Reynolds가 1988년 개발한 연기가 나지 않는 담배, 프리미어 (Premier)는 빨기도 힘들고, 맛도 구역질이 나는 최악의 CX(Customer eXperience) = '고객경험'을 사용자(User)인 흡연자에게 선사했던 겁니다. 마케팅역사에 남을 '뻘짓'이었죠. 사용자 싫어하는 제품을 개발하다니...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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