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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Nov 05. 2022

놀이기구+펌프=PlayPump

사용자 입장에 공감하는 것이란?

플레이 펌프 (Playpump)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디자인씽킹 (Design Thinking)의 공감(Empathy)사례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입니다. 획기적이고 성공적인 아이디어라는 평가에서 사용자를 이해하지 못한 실패작이라는 평가로 변한 아이디어 입니다.

트레버 필드 (Trevor Field)

영국 버밍엄 출신 광고홍보, 영업전문가인 트레버 필드 (Trevor Field)는 영국과 남아프리카를 무대로 활동하던 중 1989년 남아프리카 프리토리아의 농업박람회에서 원형교차펌프 (Roundabout pump)라는 획기적인 펌프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작두형 수동펌프와 풍차에 의지하고 있던 아프리카 시골의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것 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 특허를 구입하고 5년동안 디자인을 개선하고 사업아이디어를 구상했습니다.


원형교차펌프를 회전목마 같이 만들어서 아이들의 놀이기구로 무료제공하는 겁니다. 그러면 놀이기구의 지면 아래로 연결되어 있는 원형교차펌프가 돌아가면서 지하의 물을 끌어올려주고 그 물은 물탱크에 저장되죠. 물탱크에는 광고를 유치해 그 광고수입으로 펌프유지비용을 충당합니다. (아프리카 시골 깡촌에 광고를? -.-;)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죠? 모두가 행복한 프로젝트 입니다. 어른들은 힘겹게 물을 길러 먼길을 오갈 필요나 수동펌프의 레버를 힘들게 조작해 펌프를 가동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회전목마를 돌리며 놀면 되고, 모금 마케팅을 주관하는 조직은 막대한 비용 (이익?)을 취할 수 있죠.


참조) 기부금 단체의 인건비,홍보비 지출이 높으면 중간에서 이익을 과도하게 착복하는 나쁜 단체이고, 그 비율이 낮고 실제 후원에 들어간 금액비율이 많으면 좋은 기부금 단체라고 생각하는데 관리비가 줄어들면 현지 국가조직의 횡령같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1989년 원형교차펌프 특허를 구매해서 플레이펌프 (PlayPump)라는 이름을 붙이고 디자인을 고도화한 트레버 필드는 자선단체 PlayPumps International을 만든 후 1995년 최초의 PlayPump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으로 모금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2016년 Time지에 빌 클린턴 미국 전대통령이 지지선언을 한 것을 계기로 세계언론과 각계의 유명인들로부터 막대한 모금을 유치하게 되어 총 1,800개의 플레이펌프가 남아프리카, 모잠비크, 스와질랜드, 잠비아등에 설치가 되었습니다. 2,520만 달러 (약 270억원)이 모금된 역사에 남을 프로젝트 였죠.


그런데 심각한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용자 (User)인 아이들이 플레이펌프에서 놀지 않는 겁니다. 마을에서 멀리떨어져 있고, 돌리기가 너무 힘들고 뻑뻑했으며, 안전에 문제가 있어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구토하는 증상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필자도 80년대 중반 초등학생일때 소규모 유원지에 가서 사용료를 한번만 내면 내려달라고 할때까지 무한정 태워주는 위험한? 놀이기구가 많았습니다. 정말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토할때까지 탔었죠. 수시로 피흘리며 다치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적은 돈을 주고 플레이펌프를 돌리게하기도 했고, 마을의 성인남녀들이 소처럼 플레이펌프를 돌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성능입니다. 14,000불이나 하는 플레이펌프의 성능이 3,500불인 수동펌프에 비해 성능이 1/4밖에 안되었던 겁니다. 가성비로 따지면 1/16정도 되는 거죠.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사용자(User)들은 플레이펌프가 정말 쓸데없는 물건이라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옛날에 쓰던 수동펌프가 훨씬 힘이 덜 들고, 펌핑도 잘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10여년이상 창업마케팅 교육을 하고 컨설팅,멘토링을 하다보면 왜 창업을 하는지, 고객이 누군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는 '다들 창업하니까 나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그럴듯하게 사업계획서 꾸며서 피칭스킬로 창업자급 받고, 여러 지원자금도 받고, 인건비 지원받으며 꾸역꾸역 꾸려나가는 스타트업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고객이 원하지 않는 오히려 고객이 싫어하는 기능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보이는 사회적인 가치와 멋진 창업 스타트업 대표라는 실속없는 타이틀에 중독되어 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존재의 이유, 사업의 핵심, 사용자의 니즈, 구매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후 가치제안(Value propositon)을 하고 '장사'로 돈을 남겨야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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