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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May 03. 2023

주가조작과 죄수의 딜레마

누가 먼저 배신할 것인가?

2022년 중순부터 '서울가스'와 '삼천리'의 주가가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이들기업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상승으로 기업의 주가도 동반상승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던중 2022년 하반기부터는 천연가스와는 상관이 없는 '세방', '다우데이터', '하림지주'같은 회사의 주식도 비슷하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3년에 걸쳐 조금씩 올라가던 주가는 20배 가까이 상승했죠. 그러다가 2023년 4월24일부터 27일까지 연이어 하한가가 지속되면서 검찰과 금융당국이 수사를 시작했고, '주가조작'사건으로 강하게 의심받고 있습니다. 며칠사이에 주가가 60~80%까지 하락했습니다. 주가조작의 목표가 된 기업들은 예상대로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서 유통주식이 적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적은 거래량만으로 주가를 올리거나 내리기가 쉬운 종목이었던 것이죠. 


주가조작 세력은 의사, 연예인, 기업인등 신용이 좋고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를 모집해서 불법으로 그들의 휴대폰, 신분증, 개인정보를 받아 위탁 레버리지 거래를 통해 주식을 3년에 걸쳐 매입했다고 합니다. 투자자들은 자산가, 연예인, 의사등 고소득자로 구성되어 있었고, 인원수는 2천여명에 투자금액은 무려 1조 가까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던중 2023년 4월24일, 조작세력 내부의 '배신자'가 가지고 있던 모든 주식을 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해버렸고, 조작세력은 당황해하며 자신들의 돈으로 주식을 매입하며 막으려했으나 모든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매도에 나서고, CFD거래의 반대매매까지 더해지면서 연쇄적인 하한가가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여된 모든 사람들은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대량의 주식을 매도한 소위 '배신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여기서 게임이론의 대표적인 예시인 '죄인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가 떠올랐습니다. 두명의 게임 참가자가 2개의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죠. 공범으로 의심되고 있는 두명의 혐의자 A와 B를 별도의 취조실로 분리해서 자백을 유도합니다. 두 혐의자 모두 범죄를 부인하면 '둘다 1년형', 두 협의자 모두 범죄를 자백하면 둘다 '3년형', 혐의자 A만 자백하면 'A는 석방/B는 10년형', 혐의자 B만 자백하면 'B는 석방/A는 10년형'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혐의자중 한명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둘다 부인해서 1년형이라는 짧은 형기로 마무리 되는 것 입니다. 그런데 격리되어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부인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불안할 겁니다. 상대방의 선의만 믿고 있다가 10년형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아마도 '자백'할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부인한다면 '석방'이라는 결과를, 둘다 자백한다면 차선인 '3년형'을 받아 끔찍한 최악의 결과인 '10년형'은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라면 제조업체들이 지난 2001년부터 9년동안 라면 값을 담합해왔다며 농심,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각각에 1080억원, 98억원,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었습니다. 특히 농심과 오뚜기 두 회사는 라면제품에 대해 동일가격을 유지하기로 합의하여 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해왔습니다. 이런 담합을 통해 라면가격의 하락을 방지하고, 다른 제조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었죠.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담합을 파악하고 2012년 농심과 오뚜기에 대해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삼양식품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를 통해 과징금 120억원을 면제받았습니다. 삼양식품은 먼저 자백을 해서 과징금 120억원을 피하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던 겁니다. '죄인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의 전형적인 사례같지 않습니까?


1984년, 필자는 대구 모 초등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학기초에 반장선거를 하는데 저는 2,3학년 계속 반장을 해왔던지라 자신감이 넘쳤었죠. 저와 친했던 친구와 함께 반장선거에 나갔었는데 서로에게 투표를 하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결과는 제가 1표차이로 패배. 그때 바로 공책을 펴서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배신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결과를 보니 제가 배신했다면 동점이었던 상황이었죠. 결과론적으로 생각하면 약속을 어기는 것이 맞았습니다. 비밀투표니 거짓말을 해도 되죠. 승리의 기쁨으로 상기되었던 친구는 저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미안. 나는 나 찍었는데.” 정말 화가 나서 집에 와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1984년 게임이론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이번 주가조작 사건의 배신자는 '죄인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에서 혐의자보다 더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죄인의 딜레마의 혐의자는 상대방보다 먼저 빨리 자백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주식을 먼저 던져 매도하는 것이 확실한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현재 매스컴에서는 연예인 '임창정'씨만 부각되고 있는데, 필자가 보기엔 '희생양'으로 만들어 더 큰 몸통으로 연결되기 전에 꼬리자르기 하려는 시도로 보이기도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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